밀실살인의 미스터리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역시나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강세다. 세계 각국의 추리소설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은 일본 추리소설이 뜨고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나라 추리소설도 보고 싶긴 하지만 우리나라 미스터리물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쉽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 미스터리"에서 몇 년전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추리소설과 막판까지 접전 끝에 2위를 하게 된 소설이라고 해서인지 기대가 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탐정이나 혹은 등장인물을 비롯한 독자들이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범인을 혹은 비밀을 향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범인이 등장하고 그 범인과 함께 탐정역할을 하는 또 다른 인물과의 두뇌싸움과 함께 벌이는 심리전이 흥미롭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폐쇄적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이 한정된 시간에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와 책의 화자는 이미 알고 있다.

대학 경음악부 "알콜중독분과회"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동창회를 위해 한 곳에 모였다.

동창생 6명과 함께 결혼한 레이코의 동생 유카, 이렇게 7명이 동창 안도의 형이 운영하는 고급 펜션에 모이게 됐다. 이들은 술을 좋아하는 멤버라는 공통점 외에도 장기기증에 서명을 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후시미는 치밀한 계획 끝에 후매 니이야마를 죽이고 완벽한 밀실살인을 재현한다. 하지만 5명의 동창들은 니이야마가 죽었는지, 잠을 자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가 없다.

중세의 성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펜션과 가구들도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도어 스토어를 비롯해 와인과 기타 여러가지를 사건의 열쇠를 푸는 도구들로 적절히 활용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후시미와 함께 냉철하고 이지적인 미모의 유카가 대립구도를 가져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왜 후시미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도 유카의 완벽한 추리를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본격 미스터리"란 모든 일이 이유가 있고 딱 맞아 떨어지는 아름다움으로 탐정과 사건 범인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전혀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을 논리적으로 잘 해결하는 이야기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은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요즘에는 고전이 아닌 사회파, 호러, 사이코 등의 다양한 장르의 미스터리들이 등장하면서 그것들과 구분하기 위해서 본격 미스터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는 코난 도일, 딕슨 카 등의 고전 미스터리들처럼 탄탄한 스토리 뿐 아니라 밀실 살인 등 논리적인 두뇌싸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지적 미스터리라고해도 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독자가 아무리 많은 정보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범인이나 화자, 탐정 혹은 작가보다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은 끝부분이 허망하기도 하고 정말 잘 짜여졌다는 생각도 들기도하고 좋고 나쁨의 반응이 명확한 장르중 하나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왜 후시미가 니이야마를 죽이게 된 사연을 중간중간 복선을 깔아 놓긴 했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못했다. 뭔가 더 커다란 마무리를 바란 아쉬움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유카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