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범, 강간범, 끔찍한 살인사건을 보면 참 충격적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미성년 아니 아동이라면....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영국의 끔찍하고 슬픈 한 사건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1993년 영국 리버풀에서 두 살난 남자아이가 실종되었는데 주검으로 발견된다. 아이를 잔인하게 죽인 범인이 열 살난 두 아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국을 충격으로 몰고 갔을 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  CCTV를 설치하게 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년 A라고 불리던 주인공이 출소 후에 잭이라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과정이 조금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증인보호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이 있어서 신분증도 이름도 아는 사람도 다 바꾸어 전혀 낯선 곳에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종종 봤을 것이다.

소년 A는 증인보호 차원은 아니지만 자신의 저지른 과오(?)로 인해 자신이 아닌 잭이라는 다른 사람으로 살게 된다. 보호소에서 알게 된 아버지처럼 여기는 테리의 도움으로 잭으로 적응하게 되고, 잭으로 살면서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직장도 다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여자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잭은 진정한 자신을 이야기 할 수 없음에, 거짓말을 해야되는 것에 죄책감과 함께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 소녀을 구해주면서 매스컴에 노출되게 되고, 소년 A를 쫒는 끈질긴 언론을 통해 자신의 끔찍했던 과거가 드러나게 된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마져...

 

사건이 일어나면 언제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보는 관점이나 결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기도 하고, 증거나 오판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기도 한다.

흔히들 우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나 낙인론, 선입견 등 여러가지 편견으로 인해 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가령 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생각이나 느낌 그 사건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것만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달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마음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피해자나 가족들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보통사람들과는 다른느낌일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의 이야기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소년 A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흉악한 범죄자의 모습이나 마음은 추악할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 나오는 가해자는 그렇게 추악하지도 악날하지도 않다.

자신의 지난 과거가 밝혀지면서 힘들어하는 소년 A를 보면서 미디어와 주변사람들이 또다른 가해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범죄자의 재발 가능성이나 개과천선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도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낙인론에 의해서 전과자들이 일반전인 삶을 살지 못하고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될 수 밖에 없는 경우, 또는 정말 개과천선해서 새 사람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유명한 작품 "장발장"만 보더라도 우리의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르게 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장발장이 처음에 빵을 훔쳤을 때 상대방의 용서나 관용이 있었다면, 또는 소년 A가 부모님의 관심과 아이들의 따돌림만 당하지 않았어도라는 가정을 해 본다면...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람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시선에 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나 과정을 알기도 전에 결과만 보고 판단하진 않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믿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작가는 범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년 A의 삶을 통해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좀처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포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생각해봐야 할 또 다른 화두를 던져준다.

 

왜 우리는 항상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것일까?! 때로는 보여지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잭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살아가려는 소년 A에게 선입견과 낙인론, 그 밖의 여러가지 일반화된 시선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수많은 잭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어느 새 또다른 가해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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