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평범한 사람들은 몇명이나 될까?! 간혹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음모나 여러문제로 인해 멀쩡한(?) 사람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멀쩡한 사람이라도 병원에 갇혀서 치료를 받고 생활하다보면 환자로 치급받거나 환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미쳤다는 기준이나 정상의 기준이 뭔가 다른 여러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때에 따라서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여러가지 설명없이 한 문장만 가지고 정의 내리기에는 문제점이 많기도 하지만...

 

세상에는 크게 정상인 사람과 비 정상인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듯이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미쳐서 갇힌 사람과 갇혀셔 미친 사람.

미쳐서 갇힌 수명과 갇혀서 미쳐가는 승민...

책방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수명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세로 병동에 들어온다.  이미 6여년동안의 정신병원의 이력과 탈출 전적이 있는 이수명(나)은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다시 수리희망병동에 오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승민은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자 유학파출신 재벌가로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산상속 문제로 인한 싸움으로 병동에 납치되다시피 했다.

85년생 동갑내기라는 것과 수리희망 병원에 함께 왔다는 것을 제외하면 긴단발머리의 깡마른 작은 키는 남자보다는 여성의 느낌이 강한 수명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큰키에 날렵한 몸에서 남자다운이 느껴지는 승민은 신체적 조건을 비롯해서 살아온 환경이라든지 성격이라든지 뭐하나 같은 점이 없다.

주인공인 나(이수명)와 류승민의 수리희망 병원에서 동거아닌 동거가 시작된다.

승민은 입원된 날부터 탈출을 시도하다가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 수명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은 암암리에 승민의 탈출을 도와주게 된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병동에서 지내면서 갇혀 있다는 것, 함께 있다는 것으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

망막세포변색증이라는 벼을 앓고 있던 승민은 조만간 앞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동안 승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그 삶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그 삶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시 그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수명도 승민을 만나기 전까진 그런 부류에 속했다. 자신의 삶과 의지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것이다.

다른사람 다른세상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승민과 다른사람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죽은 날로 돌아가서 아버지와 어머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정신병동이라는 폐쇄적인 작은 공간에서도 일반 사회처럼 권력자의 비리와 독재와 계급이 존재한다. 실세의 친인척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횡포를 부리는 점박이와 비교적 중심을 잡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려고 하는 키다리 최기훈, 수학을 가르쳐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수명이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우울한 청소부,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어 환자들에게는 별반 관심도 없는 원장 렉터박사를 비롯한 병원쪽 식구들.

늙어서 부실한 다리 때문에 남에 등에 업혀 사는 만식씨, 너무 말이 많은 고학력 소유자 김용, 거리의 악사, 한이와 지은이를 비롯한 복도를 걸어다니는 경보선수, 십운산 선생을 비롯한 독특하고 정겨운 케릭터들이 시종일관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좌충우돌 탈출기로 버디무비를 연상케하는 휴먼드라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왠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리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주인공들이나 주변인물들의 역할을 누가 맡으면 좋을지 연상은 안해봤지만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

수명과 승민을 비롯한 다른 케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함께 감춰져 있는 우리가 잊고 지낸 불편한 진실들을 쏟아 놓는다.

이 책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주인공들의 내면과 숨겨놓은 진실들과 조우하면서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여운이 남는다.

<델마와 루이스>를 비롯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처럼 괜찮은 버디무비 한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

간호사였던 저자의 직업이 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저자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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