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열풍이 불면서 여러 인물들을 재조명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고구려 인물들의 재조명되어 부각되다가 요즘에는 과거에 두각을 나타냈던 여성인물들을 다루는 작품들이 몇 개 눈에 띈다. 요즘 한창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천추태후>를 비롯해 조만간 방영 예정인 <선덕여왕>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역사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물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픽션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역사소설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팩션소설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팩션 작품들이 일반인들에게 착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팩션을 다루기가 한결 편안해 진 것 같긴 하다. <선덕여왕>이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소식에 선덕여왕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것 같다. 천명과 선덕이 쌍둥이로 나오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팩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이 책은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기도 하면서 당시의 여성들의 위치나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신라의 진흥왕과 진지왕, 진평왕 이렇게 24~26대 자그만치 3대를 거쳐 색공으로서 권력과 야망을 꿈꾼 미실과 사랑과 함께 권력을 같이 꿈꾸었던 선덕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미실은 색공으로 사도태후와 손 잡고 3대 왕을 통해 자신의 야망을 키워 간다. 하지만 선덕은 26대 진평왕의 둘째딸로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아들을 못 낳는 어머니 마야왕후의 어두운 삶속에서 언니 천명과 함께 바르게 커 간다. 무엇보다도 혈통을 중시하는 당시 사회에서 같은 왕족이미에도 성골과 진골의 구분이 엄격하였고 이런 혈통을 중시해서 재혼이나 삼혼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근친상간이라고 할 정도의 가족혼도 했다고 한다. 신라를 비롯하여 백제 기타 나라들을 보면 혈통을 중요시 했기 때문에 근친혼이 성행했는데, 조선시대 유교가 발달하면서 근친간의 결혼이 불가하게 되어, 그 것이 오늘날의 동성동본의 결혼을 금하고 있는 것에 이르게 된다. 어쨌든 혈통을 중시하는 당시에 4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장자가 아닌 둘째가 그것도 여자가 왕이 된 것은 쉬운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라의 최초의 여왕이 된 덕만은 자신의 아호를 스스로 "선덕(善德)"이라고 한다. 당나라에서 선덕이 여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해 모란꽃 씨를 보냈는데 이는 늦은 나이임에도 후사가 없는 선덕에게 "향기 없는 꽃(선덕은 후사가 없었음)"인 모란꽃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 김유신 위인전을 통해서 김유신의 동생인 문희와 김춘추가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를 다룬 것등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는 반갑다. 또 선덕여왕의 기본적인 이미지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의 삶과 더불어 당대의 인물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재미있었다. 미실이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범상치 않은 인물임은 분명하다. 자신의 사랑도 권력을 위해서는 과감히 버릴 줄 알고, 빼어난 미색이었을 뿐 아니라 머리도 비상하여 오랜동안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미실은 팜므파탈의 전형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미실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미실>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이 출간되었다는데 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미실과 사도태후를 비롯한 세럭들과 선덕을 위시한 세력간의 권력 다툼과 더불어 뒷분에서 미실의 뉘우침과 더불어 중이 되어 말년을 봉사하면 살았다고 하는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어떻게 펼쳐 놓았을지 기대된다. 드라마로 선덕여왕이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더 흥미롭게 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