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무섭다 <악몽의 엘리베이터>

악몽의 엘리베이터 ㅣ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고층 건물들과 자동화된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엘리베이터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것 중에 하나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고장이 나서 10여층이 넘는 곳을 걸어서 올라가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공포영화나 첩보믈을 보면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거나 고장나 갇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엘레베이터는 편안함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가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악몽의 엘리베이터"라는 제목부터 으시시한데 파란 정정의 남자가 쓰러져 있는게 심상치가 않다.

 

매니져로 일하는 오가는 아르바이트생을 데려다 주고 아파트를 나서는 이후가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엘리베이터 안이다. 엘리베이터는 멈춰서 작동을 하지 않는다.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음산한 분위기의 곰인형을 안고 있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여자, 뭔가 수상해 보이는 양복차람의 중년 남자, 편이점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오타쿠 분위기가 나는 젊은 남자, 그리고 와가와 자신과 함께 범상치 않은 3명의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것이다.

자신의 휴대전화도 손목시계도 없고, 비상벨은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가 없다. 오가와는 출산예정일이 다음주여서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임신한 아내로부터 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중이었던 것 같다.

아내 생각만 하면 한시라도 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나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왠지 느긋하기만 한 것 같다.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요청하자고 해도 별로 도와줄 생각들이 없는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 중년의 남자가 자기소개를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이들의 정체...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처럼 이 책은  같은 사건을 여러명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그 속에 감춰진 트릭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독자들은 흔히들 주인공의 시선이나 작가의 시점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응원하고 동일 시하는 캐릭터를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어느 한 사람을 동일 시하지 못하고, 각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눈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고 진실과 거짓을 찾아간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이 책의 인물들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은 재각기 다르다. 각자 캐릭터들은 서로 모르고 있을 비밀들을 독자들과 작가만이 공유하고 있게 되어서 조금 더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어느정도 비밀을 공유해서 이제는 같은 시점으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 새 생각지도 않은 반전을 들고 나온다.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밀실의 비밀이 이렇게도 전개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나 추리소설에서 작가의 전지전능한 힘을 독자는 도전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함께 알려준다.

 

제목만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과 함께 영혼(귀신)이 등장하는 미스테리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영혼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스테리 같기도 하고 엽기 코믹에 어느 한 장르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작가의 악몽시리즈 중에 첫번째 작품이자 처녀작이라고 한다. 평범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범상치 않은 이야기로 전개해 나가는 저자의 이력을 보니 역시 범상치 않다. 배우이자 극작가이기도 하고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소설느낌보다는 한편의 연극이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 들었던 것도 이 때문인듯 싶다.

이 책은 인기를 끌면서 현재 연극이나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 조만간 개봉된다고 하니 왠지 기대가 된다. 이제 한타의 첫번째 시리즈가 출간됐는데 저자의 다른 악몽시리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