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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토정비결 1
이재운 지음 / 해냄 / 2009년 3월
평점 :
해마다 정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토정비결을 통해 한 해 운수를 본다.
혹세무민한다는 이유로 토정비결이 한 줌에 재로 사라질 뻔 했지만 다행이도 다 타지 않고 반이 남아서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불에 타다 남은 것을 구해서 다시 재탄생 되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토정비결을 100% 믿는 사람은 없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기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 중에 하나였는데 여태 읽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워 4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부담을 느끼면서 책장을 넘겼다.
토정비결이 처음엔 3권으로 출간되었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4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2권은 "토정 이지함"이라는 제목으로 원래의 토정비결의 내용이, 2부의 3,4권에서는 "토정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토정 이후의 세대들이 임진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로 다양한 실존 인물들이 국란의 한 가운데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지킨 이야기를 다룬다.
화담 서경덕을 비롯하여 황진희와 두무치, 이이와 허엽을 비롯하여, 휴정, 유정, 박순, 성혼, 이산해 등 쟁쟁한 신존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팩트도 있겠지만, 작가의 픽션을 가미한 팩션으로 재탄생됐다.
이지함은 어렸을 때부터 명석하고 영특하여 주위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묘가 바다에서 이십리도 넘게 떨어진 곳에 있음에도 방죽을 쌓아야한다고 해서 큰 해일에서 어머니 무덤이 무사할 수 있었다는 일화덕분에 정휴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정계에 진출한 안명세는 모함으로 인해 죽게되고 그의 동생이자 정혼자인 민이마져 잃게 되면서 방황을 하다가 스승 서경덕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토정비결이 사주팔자를 보는 책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토정 이지함에 대해 알게되고, 토정 이지함이 허생전의 주인공이라는 것과 토정비결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화담 서경덕이라는 훌륭한 멘토가 있었기에 이지함도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죽어 혼이 되어서도 제자를 위해 팔도를 다니며 지함을 가르친다.
송도삼절로 불리는 서경덕 수하에 있으면서 역학, 의학, 수학, 천문, 지리 등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상업과 농업의 상호 관계를 중요시 하고 사상도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었다.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숭불정책으로 인해 승려들의 대접이 좋았다면 조신시대에 와서는 숭유억불정책으로 승려들은 천민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게된다. 그런 승려들이 양난에서 선두에 서서 조선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받친다. 운명에 맞서 의연한 이는 하늘도 비켜간다고 한 서경덕의 말과 함께 죽음을 통해서도 하늘에 맞써 조선의 불운을 비켜가게 하려 했던 두무지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떠오른다.
토정비결이 예전에는 그냥 주역이나 사주팔자 등을 통해 사람의 미래를 알려주는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토정 이지함을 통해서 토정비결의 탄생배경과 함께 토정의 애민정신이 기억에 남는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정치경제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이지함을 비롯한 조선을 위해 열심히 살다간 이들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