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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비밀의 요리책>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제목 그대로 어느 요리사의 레시피가 적인 책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15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팩션물...
영화로도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향수>를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루누이의 향수에 대한 집착과 마지막 장면은 소름돋을 정도의 전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향수>와 <다빈치 코드>에 버금가는 책이라니 약간의 홍보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기대가 된다.
향수보다 조금은 더 긴 불량의 장편소설이다. 책의 두께가 주는 부담감을 뒤로 하고 펼쳐든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루치아노는 부모님이 누군지 모른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그 옛 시절 그랬듯이 15세기의 고아에겐 배고픔과 떠돌이라는 설움이 공존했을 것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친구와 사과를 훔치다 어느 주방장에게 잡히게 되는 것을 계기로 루치아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물론 확 달라지진 않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게 됐다.
총독의 주방장이었던 페레로의 눈에 들면서 견습생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복이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 돈이나 물건들이 훔치기도 하지만 페레로 주방장의 본심을 차츰 알게 되고 그의 숨겨진 아들에 대한 일화까지 알게 되면서 한층 더 가까워 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고 있는 신비한 비밀의 책... 그 책에는 루치아노 친구가 갈망했던 연금술도 늙은 총독이 염원했던 영원히 죽지 않는 비법도, 프란체스카를 얻기 위한 루치아노의 사랑의 몰약을 만드는 방법도 여러가지 사람들이 바라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는 신비한 책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 한 가운데 있는 페레로 주방장과 루치아노... 그들은 험난한 여정에서 아버지와 아들보다 더 끈끈한 우정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주인공인 루치아노의 인생역전 같은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배경으로 한 팩션소설이면서 주인공의 성장소설이다.
어른들은 다 별로, 친구들만 의지했던 희망이 없던 10대 시절 우연히 만난 페레로 덕 분에 부랑아로 살거나 굶어 죽었을지도 모를 루치아노의 인생이 달라지게 된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다.
책이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향신료를 비롯한 많은 요리들을 눈으로 볼 수도 맛을 음미할 수도 없지만, 음식들의 맛과 향기가 머리속에서 그려진다. 그와 더불어 15세기 베네치아 거리도 연상이 된다.
총독과 교황, 10인회 등 최 상위계층들의 이야기를 요리를 매개로 해서 저자는 당시의 시대상과 권력다툼과 욕망으로 물든 상류계층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향수>나 <다빈치코드>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책의 앞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향수>와 <다빈치 코드>에 비견된다는 문구처럼 이들의 책이 조금씩 연상된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가 향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책에 나오는 총독을 비롯한 교황, 10인회 등의 인물들이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요리를 먹으면서 이미 자신들이 결정했던 것들을 번복하거나 흔들리기도 하고,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또 마음의 변화 뿐 아니라 한 나라 총독을 선정하는대도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수호자이기도 한 페레로 주방장이 루치아노에게 전해주는 책 이야기에서 나오는 그리스도에 대한 상당부분이 지금 현재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믿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게 묘사되고 있는 점 또한 <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맥락이 있다. 종교개혁의 루터 등 실존 인물들도 이야기 속에 녹아 들면서 팩션의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그르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한 인간, 스승 정도로 묘사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사흘 후에 부활하는 부분을 작가의 팩션을 가미해서 에수는 진짜로 죽은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으로 단지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것 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부분은 기독교인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팩션소설이었기에 어떤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페레로 주방장의 여러 명언 중에서 우리는 현재에 속해 있고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