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주제 사라마구" 그의 유명한 저서들에 비해 조금은 늦게 알려진 작가다. 외국에서나 그의 조국 포르투갈에서도 뛰어난 작가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노벨 문학상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탄 이후로 번역본이 등장한 후에 그의 작품들이 속속 번역되면서 매니아층을 형성했고, 작년에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영화로 개봉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영화도 괜찮았지만 원작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한번 <눈 먼 자들의 도시>신드롬과 함께 그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한번 조명을 받기 사작했다. 그래서 <수도원의 비망록>도 90년대에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된 이래 이번에 개정판으로 만나보게 됐다.
 

이 책은 18세기 마프라 수도원의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발타자르와 블리문다의 신비로운 사랑이야기다.

18세기에 포르투갈... 주앙 5세와 마리아 아나 왕비의 왕위를 잇게할 아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느 프란시스쿠 수도회 소속의 안토니우 수사가 마프라 마을에 수도원을 세워준다고 약속하면, 하나님께서 아들을 허락해 주실 것이라고 한다. 그 약속을 한 뒤 왕비는 임신을 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앙 5세는 농민들을 대거 투입해 수도원을 짓게 하고 그로 인해 주인공 발타자르와 마녀 재판에서 블리문다를 만나게 된다. 블리문다는 타인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인으로 당시 종교사회에서 이단으로 몰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저명한 학자이자 발명가인 바르톨로메우 신부와 만나게 된다. 바르톨로메우 신부는 파사롤라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고 연구에 몰두하는데 그 일에 발타자르와 블리문다가 참여하게 된다.

 

이 작품은 마프라 수도원이나 주앙 5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아나 왕비를 비롯한 실제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들을 자신의 상상력과 함께 재구성해 내서 픽션과 팩트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리얼리티를 살렸다. 요즘 한 장르로서 각광박고 있는 팩션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출판사에서는 주제 사라마구의 본래 발음은 "조제"라고 해야 정확하지만 워낙 주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서 "주제"로 그냥 통일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제 사라마구"를 여태까지 "주제 사마구라"로 읽고 있었다. 저자의 이름에 대해 전혀 잘못알고 있다는 인식을 못하다가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됐다. 가끔씩 이름들은 제멋대로 섞어 읽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의 실력(?)을 또 한번 발휘했다. 작가의 이름만 보면서 일본사람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었는데 네덜란드 사람이라 다소 의외였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주인공 이나 주변 인물들 이름도 틀리게 읽고는 하는데 무수히 많이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다 읽을 때까지 틀리게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름이 어려운 러시아 작품을 읽을 때면 한 두명씩은 꼭 틀린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주인공 이름과 특징을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 가면 읽기 시작했다. 물론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복잡한 내용이라면 도움이 되기도 하고 리뷰를 쓰거나 나중에 그 책을 다시한번 볼 때도 책 안 쪽의 메모가 도움이 되곤 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듯한 쉼표와 마침표만을 사용한 문장뿐만 아니라, 직`간접화법의 구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체로 책을 펼쳐 본 독자들을 읽기도 전에 질리게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사람이 말하고 어느사람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지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들의 대부분은 전지적 작가시점을 띠고 있어서 화자가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기도 하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꺽어버리기도 한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본질, 사회와 인간과의 관계, 선과 악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든다.

있을 법하지만 감히 상상하기도 싫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쳐서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의 문체나 생각들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아흔에 가까운 그와 또 멋진 작품으로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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