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아니 책 읽을 시간은 많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될 때는 눈물나는,  재미있는, 즐거운 스토리가 있는 소설책이 적격이다.

겨울의 건조함처럼 요즘 감성이 메마른듯 해서 간만에 사랑이야기를 펼쳐든다. 흰 원피스를 입은 긴머리의 여성이 뭔가를 음미하듯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과 함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 온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전직 신문기자였던 희정과 감독 지망생인 경진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그 사랑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랑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진다.

20여개의 에피소드가 그림과 러브레터와 함께 공감각적으로 살아난다. 너무 길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문체가 감성을 자극한다. 너무 슬퍼서라기 보다는 그냥 눈물이 나는...

이 책을 읽으니 여러가지 사랑이야기를 풀어놨던 사랑에세이 "그남자, 그여자"가 떠오른다.

한동안 그 책을 읽고 나도 써 보겠다고 블로그에 지난 이야기를 써놓곤 했었는데...
지금와서 그 글들을 읽어보면 내가 저렇게 감성이 풍부한 때가 있었는지, 내가 쓴 글이 맞긴 한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확실히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면에서 다른 감성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모든 사랑에 무승부는 없는 것 같다. 아주 미묘한 차이일지라도 누군가는 더, 누군가는 덜 사랑한다. 그래서 덜 사랑하는 쪽이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에게 강자다.

저자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예로 들어서 사랑에 대해 덜 한 사람과 더한 사람을 비유했다.

빠르고 잘난 앞만보고 가는 토끼, 그런 토끼를 느리게 토끼의 등만 보고 묵묵히 가는 못난 거북이...

어떤 이는 토끼가 어떤 이는 거북이가 되어 토끼에 등을 보면서 천천히 간다.

누구나 다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항상 토끼가 또는 거북이가 되진 않는다. 사랑을 하면서 어떤 사람에게는 거북이가 어떤 사람에게는 토끼가 되어서 가슴아프게 하기도 하고 가슴아프기도 한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땐 '뭐야. 너무 신파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은 지금은 책의 내용을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짝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그녀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사랑하지 않는다."

짝사랑의 상대 "그는 사랑하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해 주지 않는 상대를 향해 머리속에선 잊으려 하면서 마음속에선 잊지 못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다 맞는 말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을꺼야라 등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사랑이 숨어있다.

요즘은 책을 읽을 때 예전처럼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 잇을 붙이는 경우가 드물다. 인상적인 문구가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이 소원해져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간만에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러고 보니 감성이 참 메말라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이 책에서 나오는 +3이어서 그냥 좋았다 아니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이 되고 싶다.

아니 -1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모습들이 보여지는가 보다.

다른사람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우스게 소리가 있듯이, 누구나가 다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다 특별해진다.



사랑을 했거나,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할 사람들 모두 이런 사랑이야기를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나의 토끼와 거북이를 떠올려 본다. 그 사람들은 잘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사랑이라는 말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달콤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사랑이면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랑인 것 같다.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외사랑에 가슴앓이하는 사람들, 헤어져서 아파하는 사람들...

<p. 78>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게 빛이 된다. 푹 꺼지고 그늘져 있던 자리가 그 사람이 들어오면서부터 양지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사라지면, 그 사람이 있던 자리는 투명해진다. 그 자리가 투명해 보이는 것은 빛이 살다간 흔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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