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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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나온 신경숙작가의 소설이 붉은 톤의 표지와 함께 제목이 눈에 띈다.

밀레의 <만종>에서 그대로 옮겨온 표지의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속에서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기도하는 우리들의 어머니상이 느껴진다.

<씨 뿌리는 사람>, <이삭줍기>등 자연주의 대표화가인 밀레의 <만종>을 보면 하루의 일을 마치고 농부부부가 가운데 감자씨 바구니를 놓고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평화로운 그림으로 보인다. 그러나 밀레가 원래 그린 그림은 평화로운 모습이 아닌 가난한 부부의 죽은 아이가 놓인 바구니를 보면서 기도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죽은 아이 대신에 감자씨를 그려넣게 해서 오늘날에는 다른느낌의 그림이 전해진다.

밀레의 <만종>에서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표지의 모습이 엄마라는 단어와 함께 애절함이 묻어나는 건 <만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일까?!

 

언제나 곁에서 보살펴주고 한없는 내리사랑처럼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되므로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언제나 소녀처럼 순수하고 밝았던 69세의 "박소녀"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

서울의 아들내에서 생일상을 받기위해 온 부모님 서울역 전철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다. 실종된 엄마의 부재로 인해 가족들이 생각하고 기억하는 엄마의 존재감이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1장은 큰 딸이, 2장은 큰아들이, 3장은 남편이 4장은 어머니이자 아내가 그리고 에필로그는 다시 큰 딸로 마무리 된다.

큰 딸 이야기에서는 이야기의 주체가 딸이 아니라 2인칭 시점인 "너"다. 그리고 2장의 아들은 "그", 3장은 "당신"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주인공 엄마가 화자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 화자가 바뀐다. 딸이 아들이, 남편이, 아내가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몰랐던 엄마의 모습과 인생과 가족들들과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1장의 큰딸의 너에서는 너를 책을 읽는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던 그때의 느낌, 다섯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힘들고 어려웠을 그 시절, 남편의 바람끼와 무덤덤한 성격과 시어머니 대신이었던 손윗 시누이, 그리고 큰아들 같았던 시동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이야기, 또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라는 사실을 지금껏 말하지 않으면서 큰딸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 노안이라 시력이 좋지 않아 동네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읽었던 엄마, 집을 나가버린 엄마로 인해 배곯는 아이들을 위한 밥상, 자신의 생활비를 달달히 기부하던 아내, 자신이 못 배운 것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여자라고 대학을 못하게 했던 아버지의 바람막이가 되어준 엄마... 이렇게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아내로, 엄마로, 딸로 다가온다.

큰딸에게는 편안한 고향같은 엄마, 큰아들에게는 잘 해준 것 없이 무뚝뚝하고 무관심하며 매정하게만 해서 미안한 남편,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동생들의 엄마역할을 하면서 자란 고모에게 시어머니처럼 대했던 손윗 시누이, 아이를 셋이나 나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막내딸, 이렇게 기억하고 간직하고 추억하는 모습이 서로 다르게 엄마를 회상하고 있다.

엄마가 새가되어 화자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엄마의 지난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모성애, 아내로서의 모습 그리고 숨겨온 또 다른 사랑 아니 동반자로써의 한 사람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장미묵주를 사는 딸의 모습이 약간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엄마에 대한 엄마의 삶, 엄마라는 존재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엄마에게 잘 해주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않고, 언제나 받기만 했던 그런 우리들에게 조용히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깐 지금부터라도 잘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왜 하필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서"도 아니고 "찾아줘"도 아니고 "부탁해"일까?! 저자도 제목을 정하면서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라고 한 것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엄마를 누군가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왠지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은 항상 부모님이라고만 생각하고 엄마 아빠 이전의 삶들에 대핸 별로 생각을 안하고 살았다.

엄마는 당연히 엄마 외에는 여자이고 딸이었고 아내였다는 사실을 잊고 그냥 엄마로써의 엄마만 봤었던 것 같다. 왜 엄마에게도 어렸을적 추억이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고, 사랑이 아픔이 기쁨이 나와 똑같은 여자이면서 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렇지만 결혼을 하면 엄마에 대한 사랑이 더 해질 것 같다.(그렇다고 지금 엄마를 덜 사랑하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마를 엄마로서만이 아닌 한 사람, 한 여자로서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엄마가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이라는 독백이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엄마가 없다면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지...

내가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가 생기게되고, 그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게되면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엄마처럼 엄마다운 엄마가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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