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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무더운 여름이면 우리들은 더위를 식혀줄만한 뭔가를 찾는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계절보다도 유난히 여름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다. 찰스 디킨스도 극찬했고, 홈즈시리즈의 거장 아서 코난도일에게 영향을 줬다는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이라는 책이 시선을 끈다. 800여페이지에 가까운 다소 두꺼운 책의 두께에 부담감을 느끼면서 피츠 제널드가 5번이나 읽었다는 이야기에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유명인들이 추천을 하는지 두께에 대한 부담감과 설레임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3부작으로 전개되는데 월터 하이라이트가 어떻게 로라와 마리안 할콤을 만나게 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흰옷을 입은 여인을 구해주는 이야기 등과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변호사 빈센트 길모어와 마리안 할콤의 일기 등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저택 관리사나 여러사람의 증언들이 보태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마지막에는 월터 하이라이트가 극중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표지의 흰옷을 입은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과 배경에서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면서 19세기 소설답게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듯하다. 신분제와 결혼제도에 대한 모순과 비판과 더불어서 재산상속을 놓고 벌이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거짓된 행동, 또 사랑과 우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이나 신분까지 버리는 등 다양한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추리소설의 느낌보다는 그냥 장편소설의 느낌이 강했다. 뒷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읽혀져서 그런진 몰라도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나 스릴감이 좀 덜했다. 그런데 <흰옷을 입은 여인>은 책을 읽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 전개도 왠지 영화로 만들어지면 중세의 우아함과 여러가지 배경면에서 섬세하게 그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여타의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시작부분에서는 분명하가 대립되는 것 같더니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선과 악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어떤 관점이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등장인물에서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하면 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마리안 할콤을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 월터 하이라이트의 피앙새로 나오는 로라의 의붓자매지만 그녀의 똑똑함과 재치 로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녀의 일기를 통해 잘 드러난다. 다소 답답해 보이고 착하기만한 수동적인 로라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할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극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베일에 가려진 흰옷을 입은 여인의 비밀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냥 그랬다는 점이 약간은 아쉽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인물은 큰 체격에 뚱뚱한 인물로 묘사되었던 포스코 백작이다. 처음에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끝 부분이 다소 좀 엉뚱하게 끝을 맺기는 하지만 포스코 백작도 극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예전에는 책을 손에 들면 끝까지 읽는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피곤해서 그런지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곤한다. 평일에는 엄두도 못냈을 텐데 토요일에 읽기 시작한 <흰옷을 입은 여인>은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늦께까지 읽다가 100여페이지를 남겨두고 잠이 들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완독을 했다. 다른 때 같으면 2~3일에서 4~5일은 걸릴텐데 다른 여타 추리소설처럼 아주 스릴넘치거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었음에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었다.
추리소설의 매력인 스릴넘치는 작품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심리묘사나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