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여행을 해보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타임슬립 (time slip)" 은 '시간의 흐름이 돌연 바뀌어 마래나 과거로 이행하거나 시간이 지체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한다든지, 사람과 사람이 체인지 한다든지, 과거와 미래의 사람이 바뀌게 된다든지, 어떤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미래사람이 연결되는 등의 설정의 이야기들은 영화나 책을 통해 종종 등장하는 소재이다.

<벡튜 더 퓨쳐>,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해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시월애>, <동감> 등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이 있다.

 

 이 책은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2001년의 백수청년 '오지마 켄타'와 반세기 전인 1944년의 소년병 '이시바 고이치'의 시간이동이야기다.  시기적으로 보면 2001년 911테러 직후와 1945년 8월 15일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 있기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다로 간 2001년의 겐타, 93년식 비행기를 타고 비행연습을 하는 44년 고이치, 반세기를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바다와 하늘에서 파도와 번개로 사고가 난 후 두 사람이 바뀌게 된다.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 겐타와 고이치는 서로의 뒤바낀 운명 앞에서 그들이 있었던 시대와는 전혀다른 시대를 접하게 된다.

영화가 두 주인공의 삶을 교차해 가면서 보여주듯이 겐타와 고이치의 삶을 서로  교차해 가면서 보여준다.

 

먼저 과거로 간 오지마 겐타...

이미 전쟁의 결말을 알고 있는 겐타는 전쟁의 정당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지고, 많은 아픔을 겪게 되었는지 서서히 느끼게 된다.

또 자신의 연인 미나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자신을 희생해서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려고 노력한다.(두 사람이 맺어지지 않는다면 미나미도 존재할 수없으니깐...)

이런 설정은 영화 <벡 투더 퓨쳐>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아버지를 위험에서 도와주고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지만 아버지와 맺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겐타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과 자신의 이름이 겐타가 된 것도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1944년으로 간 겐타가 서서히 그 시대에 동화되면서 자신이 살았던 2001년이 꿈을 꾼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45년으로 간 좌충우돌 겐타는 자신의 동료들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이미 패전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조국과 동료, 희생과 전쟁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편 2001년으로 간 고이치... 

2001년으로 온 고이치가 겐타네 집에 살게 되면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오해를 사는데, 기억에 없는 이야기를 꺼네자 자신의 과거 고이치시절의 이야기를 하다가 겐타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썰렁한 유머에 대응해 "뻥이야!"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웃기면서도 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현재를 살면서 고이치가 자신도 모르게 점점 겐타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책을 보면서 자신이 그렇게 열망하고 바라던 조국의 승리가 원자폭탄으로 전쟁에서 지게 된 것을 알게되고 슬퍼한다. 고이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목숨받쳐 구하려 했던 조국. 그 조국의 미래를 본 고이치는 무질서하고 물질만능주의의 현실(고이치 입장에선 미래)을 보면서 가슴아파한다.

  현실에서 겐타로 살면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미나미와 같이 하는 삶에 익숙해지면서 과거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고이치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엔 당시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된다.

 

1944년과 2001년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일본의 패전과 미국의 911테러를 배경으로 하면서 무분별한 전쟁으로 인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

볍지도 않게 반세기를 두고 태어난 두 인물을 통해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그리면서도 과거와 현재에 동시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미나미라는 겐타의 여자친구이다. 과거에선 겐타의 마음속에서, 미래에선 고이치와 함께하면서...

이 둘은 미나미라는 사랑하는 연인을 중심으로 해서 끊임없이 연결되어진다.

과거로 간 겐타는 죽음앞에서도 사랑하는 미나미를 만나기 위해 살아남으려 노력하고, 미나미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맺어주어 미나미의 존재를 사라지지 않게 만든다. 미래로 간 고이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미나미와의 사랑으로 인해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한다.

결국에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비극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미나미가 겐타라고 생각한 고이치에게 말하고 싶었던 비밀(임신:고이치의 아이지만 겐타의 아이이기도 한)로 인해 희망이라는 장치를 남겨놓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도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고이치와 겐타는 당시대의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그 인물들에 대해 공감이 가는지도...

가슴 찡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이 될 수도 있고, 반전소설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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