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을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경우와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없도록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독자가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지루한 전개가 될 수 있음에도비밀의 계절은 전자의 방식을 취했다. 저자의 자신감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독자와 저자의 두뇌게임에서 저자가 우위를 차지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겠다는 자신만만함이라고 볼 수도 있다.

"92년 출간 되었다가 절판되어서 매니아들로부터 헌책방까지 돌아다니게 만들었다는 책"이라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다.

29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썼다는게, 더군다나 처녀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비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의 비밀은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와 너만이 알고 있는 그 무엇...

별거 아닌 사소한 비밀로 인해 나와 상대방의 관계과 돈독해 지기도 하지만 그 비밀이 누설되는 바람에 관계가 서먹해 지기도 한다.

흔히들 사람들은 관계를 맺을 때 '우리'와 '그들'로 구분지으려 한다. 우리들끼리만 알고 있는 우리들끼라만 공유한 뭔가가 있을 때 그 그룹은 소속감과 함께 끈끈한 유대감이 더 지속된다.

비밀의 계절은 2명의 살인사건을 통해서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를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켈리포니아의 생활을 접고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선택했던 햄든....

그리스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줄리언 모로 교수와 일원들의 매력에 빠져서 고전어학과에 지원하게 되지만 거절 당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함께할 기회를 갖는다.

 고전어학과는 모든 학점은 줄리언 모로 교수의 수업을 통해서만 이수할 수 있는 매우 폐쇄적인 동아리로, 리처드가 들어오면서 6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 이렇게 7명이 함께하게 된다.

다들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들로 오히려 주인공인 나는 평범하다.

언제나 동그란 안경과 검은 우산을 들고 다니고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언어 천재 헨리,

마치 백색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밀가루 같이 얼굴이 새햐얀 그래서 빨간 머리가 더 튀는 프랜시스,

매사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하며 공부와는 거리가 먼 부잣집 아들 버니,

어렸을 적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신비스러운 일란성 쌍둥이 찰스와 커밀러,

켈리포니아에서 의대를 다니다 햄든으로 오게 된 지극히 평범한 극중 화자 리차드 페이펀,

자신의 존재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초연함을 보이며 베일에 쌓여있는 줄리언 모로 교수

이렇듯 저마다 독특한 케릭터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건과 연관되어 또 다른 사건이 이어진다.

 

이 책의 화자이자 관찰자인 리처드를 통해 독자도 함께 끌려간다. 리처드의 시선이 독자의 시선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방관자에서 사건의 가장자리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을 계기로, 그 다음에는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어찌할 수 없었음을 시인하면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만... 과연 그러한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원인과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말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주관적인 입장에서 하나하나 검증해보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상황이 되고만다.

처음 도입 부분에서 살인자를 알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하나의 진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 의심은 의심을 낳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낳는다.

심리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 서로를 의심하고, 누구하나 완벽하게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

처음 시작부분부터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죽음을 둘러싼 원인과 과정을 시간순으로 차례대로 나열하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등장하는 케릭터들이 하나같이 다 미워할 수 없는 케릭터들이다. 화자인 주인공의 시선을 독자들도 같이 따라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얄미운 버니역시 내면을 들여다 보면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처음에 첫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뤄지는 일말의 내용들은 <나는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라는 스릴러 영화가 연상됐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믿었던 이들이 첫번째 살인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묘해진다.

그러다 두번째 살인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끈끈한 믿음이 하나 둘 의심으로 바뀌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치닫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된게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이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아닌지 흔히들 in과 out을 구분지으려 한다. 그래야 편안함을 느끼니깐...

사람들은 흔히들 한 사건을 가지고 다들 자기만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결정해 버린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핸리와 버니의 입장, 쌍둥이 찰스와 커밀러, 프랜시스와 리처드의 각각의 입장에 서서보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다른사람의 입장에 서서 제대로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첫번째 살인사건과 그에 연관되어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 원인과 결과를 알고 보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만 전혀 모르는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페이펀)과 언제나 같은 배를 탔다고 믿었던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듣한 슬픔과 분노(버니), 존경해 마지않던 나의 기둥이 무너져버린 아픔(헨리), 자기만의 영역을 정해놓고 그 세계(줄리언)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젊음과 패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 큰 2가지 사건으로 인해서 그들의 젊음은 기억속에서 영원히 자기들만의 비밀로 간직하면서 잊지 못한 추억 아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으로 영원히 함께한다.

 

이 책이 조만간 영화화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왠지 즐거워진다.

아주 괜찮은 영화 한편이 탄생할 것 같다. 왜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영화화 되더라도 그 배역들을 어떤사람이 맡아서 어떻게 잘 표현해줄까하는 기대감에서 보고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

탁월한 심리묘사 스릴러, 동성애적인 요소와 인간의 내면소의 심리, 디오니소스 등 신화적인 요소, 폐쇄적인 모임, 비밀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의심과 믿음 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즐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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