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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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데에는 실로 그만한 까닭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보듬고 

때로 미래를 밝혀주기에 시는, 아름답다. 

김수영의 '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윤동주의 '서시', 이성부의 '봄' 

장석남의 '수묵 정원9 - 번짐', 이정록의 '의자', 김중식의 '이탈한 자가 문득' 

이상의 '절벽', 이형기의 '낙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등.   

그리고 오랜만에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다시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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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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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시들이 있어 즐겨 찾아 읽고, 

때때로 노트에 옮겨 적으며 검은빛의 활자가 되어 만나는 시간이 있다. 

자조적이게도 차분하게도 격하게도 나지막하게도 신명나게도 만드는  

시들의 힘을 나는 믿는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박목월의 '해', 기형도의 '빈 집', 천상병의 '귀천' 

김종길의 '성탄제', 정지용의 '향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유치환의 '생명의 서',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등등   

그리고 이육사의 '광야'가 문득 다가오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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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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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손에 잡으면 몰입이 잘 된다. 

집중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소설 공간으로 곧바로 날아들어갈 수 있었으니 

영화적 기법을 차용하고, 도저히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흡인력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은 자신의 생명이 소진하도록(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죽게 된다!) 

행동하고 행동하고 사유보다는 행동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라도 하듯 움직인다. 

욕망은 타올라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본능과 충동에 충실하다. 

사건의 핵심으로 곧바로 들어가버리는 기법이 신선하다. 

붉은 벽돌의 여왕 춘희의 (어머니 금복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신세계가 독특하다. 

또한 영화와 문학의 상보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다. 

무협, 판타지, 영화 등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의 장점들을 끌어들여 소화해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설적이지 않은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등장인물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가는데, 이렇다 할 인과관계 없는 죽음이 흔하고, 

모두 극적인데, 삶은 많은 부분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상적이다. 

이 소설은 일상에서 너무 일탈해 있다.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할 듯.  

 

이 소설을 권한다. 

영화, 판타지, 무협에 길들여져 활자로 된 작품들을 읽기가 버거운 분들에게. 

이 책을 계기로 소설적 즐거움을 발견하고, 활자와 친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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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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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것이나 악한 것은 없고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참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
마음속으로 참아야 하느냐.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과 맞서
용감히 싸워 그것을 물리쳐야 하느냐.
어느 쪽이 더 고귀한 일일까.
남은 것이 오로지 잠자는 일뿐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잠들면서 수만 가지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것이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도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거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재판의 지연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자루의 단검으로 찌르기만 하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진대,
어찌 참아 나가야 한단 말인가.
생활의 고통에 시달리며 땀범벅이 되어 신음하면서도,
사후의 한 가닥 불안 때문에,
죽음의 경지를 넘어서 돌아온 이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들의 결심은 흐려지고,
이 세상을 떠나 또다른 미지의 고통을 받기보다는
이 세상에 남아서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려 한다.



무엇 때문에 나는 살아남아서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떠벌리고 다니냔 말이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이유도, 의지도, 힘도, 수단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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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형을 ‘햄릿형 인간’이라 말한다.
그 반대는 ‘돈키호테형 인간'이라 하고.
살면서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햄릿이 될 때,
이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때, 그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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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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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1719년)’는 동화로도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로 ‘캐스트 어웨이’가 있었지만,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읽지 않고서는 완결되지 않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투르니에의 작품은 신선했고, 그 인식의 끝에서 함께 전율했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우리들에게 상상 이상의 재현은 소설적 공간이라는 좁은 울타리가 아니라, 태평양의 한가운데에 떨어진 로빈슨이 되게 한다. 거기에 방드르디와의 새로운 만남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1967년에 발표된 이 소설에서 투르니에는 방드르디(프랑스어로 ‘금요일’이라는 뜻)를 로빈슨의 노예로서 친구 이상의 존재는 아닌 디포의 프라이데이를 뛰어넘어 개성적인 인물로 형상화한다. 또한 시대적인 한계일 수도 있겠으나, 디포의 로빈슨이 철저히 계획 아래 자신의 삶을 기계적으로 이끄는 반면, 투르니에의 로빈슨은 인간적이고, 그래서 절망하고, 사유와 인식으로 무장한 듯 보이지만 방드르디를 보며 흔들리는, 솔직한 내면과 대면하게 한다.


  로빈슨의 문명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의 질서 속에 녹아들기, 혹은 자연과 하나 되기를 통해 진정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있는 방드르디를 보고서,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역시 문명인일 수밖에 없는 자유롭지 못한 영혼을 대비시키고 있다. 그래서 대미를 장식하는 선택 역시 원작과 크게 벗어나 있다.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프라이데이의 재창조에 있다. 방드르디의 자유분방함, 원시적이지만 본성에 충실하고, 본능 속에 이미 내재된 정신과 맞닥뜨리게 되는 즐거움이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읽는 보람이 될 것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무인도에서의 삶을. 무엇인가 만들려는 노력을 분명 할 것이다. 도구를 만들어 이용하고, 자연을 관찰하며, 투르니에의 로빈슨이 일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한 것처럼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글을 남길 것이고, 웅장한 자연 앞에 한 점이 되어 사라진다 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방드르디 같은 자유분방함을 다 흉내내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자유로울 것이다.


  좋은 책은 그 향이 오래도록 가슴 속에 살아남아서 숨을 쉬고, 생각이 되어 번뜩이고, 말이 되어 나온다. 자유로운 상상으로 작가와 대면해 보고자 하시는 분은 이 책을 꼭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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