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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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것이나 악한 것은 없고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참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
마음속으로 참아야 하느냐.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과 맞서
용감히 싸워 그것을 물리쳐야 하느냐.
어느 쪽이 더 고귀한 일일까.
남은 것이 오로지 잠자는 일뿐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잠들면서 수만 가지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것이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도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거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재판의 지연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자루의 단검으로 찌르기만 하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진대,
어찌 참아 나가야 한단 말인가.
생활의 고통에 시달리며 땀범벅이 되어 신음하면서도,
사후의 한 가닥 불안 때문에,
죽음의 경지를 넘어서 돌아온 이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들의 결심은 흐려지고,
이 세상을 떠나 또다른 미지의 고통을 받기보다는
이 세상에 남아서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려 한다.



무엇 때문에 나는 살아남아서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떠벌리고 다니냔 말이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이유도, 의지도, 힘도, 수단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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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형을 ‘햄릿형 인간’이라 말한다.
그 반대는 ‘돈키호테형 인간'이라 하고.
살면서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햄릿이 될 때,
이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때, 그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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