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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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이 뭔가.

 

'삐알', '분추' 등등 엔간해서는 도시 사람들이 잘 못알아듣는 시골말들이 이 책에선 종종 나온다.

나는 강원도 촌에서 자란 아이라 그런지 이런 단어가 무시로 등장하는 이 책이 얼마나 웃겼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삐알'은 비탈을 가르킬 때 하는 말이고.. '분추'는 초등학교 내내 그렇게 알고 지냈던 '부추'의 다른 말이다. 학년이 올라가고 다른 아이들과도 만나고 TV도 보면서 '부추'라고 불러야 함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네 식구들과의 대화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친구들은 우리식구끼리만 하는 말이 좀 많다는 말을 하긴 했었다.ㅋㅋ 그러면 그냥 나는 고개만 갸우뚱 거리고 넘어갈 뿐 큰 어려움은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크면서 나도 그 말을 안쓰게 되고 혹은 엄마 아빠한테 표준어 쓰기를 강요하기도 하는 딸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로 우리를 키워준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가 더욱 생각나게 했기 때문에....  그리고 결혼 8년차가 된 형부도 이제는 별 통역없이 우리엄마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ㅋㅋ

 

암튼,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말부터가 구수한 단어와 달콩달콩한 요리말들을 입에 올리며 우리네 밥상 이야기를 차려낸다.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먹거리를 취재, 연재했던 글들을 한데 모아 엮어낸 것이다. 표지사진에서부터 느껴지지 않는가. 저 소박하고 깔꼼한 밥상을. 속에서도 쌓여 속을 부대낄일 절대 없을 것 같은 밥상. 자연그대로 소화되어 그대로 공중분해 될 것 같은 그런 밥상이다.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를 키워주는 농부들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키워내나. 과연 안전한가.

그런 밥상을 늘 무시로 대하고 먹는 농부들의 생각과 일상이 어떤지 이 책을 통해 들여다 보기에 더 없이 좋았던 책. 이 농부들과 같은 맘으로 자식키워내듯이 농사일 하시는 분들도 많을 테고 아닌 분들도 계실터이다. 그러나 일단 여기에 실린 농부맘 같은 사람들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네 먹거리는 정말 청정 그 자체일텐데...

 

얼마전 읽은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 세미콜론에서 한 주인공이 말한 게 생각난다.

"난 말야. 타인에게 죽여 달라고 하고는 죽이는 법에 불평하는 그런 인생 보내기가 싫어졌어."

 

이들은 온전히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 말하시는 분들이기에 우리가 더욱 가타부타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네 먹거리를 책임지고 바지런히 움직이시고 자연을 지킨다는 개념도 아닌, 그저 함께 그 속에 같이 사는 삶. 소박해지는 것이 아닌 그런 자연 모습 그대로를 닮다보니 그렇게 사시는 분들.

그리고 또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생각과 방식대로 살고 몸으로 보여주시는 분들.

그 따스함이 가을철 햇살 못지 않으시다.

 

경북 울진에 사시는 "신바람농법"으로 지으시는 한 부부는 천둥번개가 치자 진딧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착안하여 그렇게 농사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 "신바람농법"이 무엇이냐면 그런 소리에 진딧물이 떨어지니 신기하여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실제로도 진딧물이 다른 밭작물보다 없고 잘 자라 징과 꽹가리 등으로 신명나게 그 농작물과 놀아주며 농사를 짓게 된 것.

 

그리고 유기농을 고집하는 농부들의 한결같은 말은 결국 이거다.

"화학농업은 땅도 죽고, 사람도 죽는 살생농업"이기 때문이란다. 이말도 허투루 그냥 생각으로 하시는 법이 없으시다. 다 다년간의 관행농과 유기농을 다 겪어보시고 나오신 말이시니.. 우리가 어찌 유기농에 대한 비판의 말을 들을세가 있겠는가. 몇 십년씩의 결과물과 삶으로 말씀하시는 말일진데 어찌 연구소 안에서 몇 년만에 나온 데이터와 자료들로 나온 말과 비슷하다 비기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속세를 끊고 자기자신만의 고집만으로 세상을 사는 농부도 아니다.

 

자연과 인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좀 더 자연스럽고 좀 덜 인위적인 삶"을 궁리하되, "인위도 하나의 자연계이자 그 일부"라고 보기 때문에 야마기시즘 농법에서는 과학 기술을 활용한다. ....... 식성이 같을 수 없듯이 사람마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이 있는 까닭에 상안마을에서는 무엇보다 이 다름을 인정한다. 나아가 "다른 것이 원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p.112

 

다른 것이 원칙일지도 모른다.. 며 심히 고심하며 사는 삶. 그 속에서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고 고민하고 균형있게 조화롭게 살고자 하는 삶. 멋스럽지 않은가. 아직 나는 내 삶으로 말할 수 있는 여지가 터럭 한 올만큼도 없다. 이 글 읽고 저 글 읽고 이말에서 저말로 옮기는 작업만 해대는, 말 그대로 천박한 멍청이라고 하기엔 좀 가슴아프지만, 그 만화속 주인공이 던지는 말이 내게 던지는 말 같아 따끔거렸던 기억이 새삼 자꾸 떠오르게 했던 책.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장난처럼 하는 말. "그렇게 살아봤어요? 살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내가 그렇게 정직하게 살아낼 게 아니라면 다른 잣대로 남을 평할 수도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네 밥상 위가 안전치 못하네 어쩌네 하면서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외려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들렸을까...

 

 

"먹는 법은 사는 법이다." 라 헬렌 니어링이 말했다. 나도 내가 살아온 삶으로 말하는 날이 어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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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 자연결핍 장애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리처드 루브 지음, 김주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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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까워지는 사고갖기

 

자연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먼 거리감을 느끼는 나와 동떨어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도 아니면 나의 주변 환경에 늘 그 자리에 있는 존재로, 보호해야 하는 자연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자연과 가까이 가려 할 때 느꼈던 수치심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그간 우리가 어른들에게 받아온 교육은 꽃은 꺽지 않아야 하며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그 해함이 아주 죄악스러운 거며 그 행동은 마냥 훼손의 이미지로만 각인시켜 왔다. 그래서 예쁜 꽃을 보면 다가가 꺽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안에 들어 있는 열매도 관찰해보고 싶고 하던 충동은 자연스러운 우리네 본능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자연을 해하는 위험하고도 못된 행동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먼발치에서 자연을 바라만 보고 유리안에 갇혀 있는 식물을 육안으로만 봄이 과연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니, 실질적인 자연에 도움이 될까?

 

무엇인가를 잘 알려면 그 상대와 함께 놀고 가까이 다가가고 만지고 느끼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체험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 그래야 자신 스스로가 그 대상에 대한 관심도 늘고 주체적인 자각이 설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있는자만이 그 대상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도 있고 그 자연물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다. 잘못된 자연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아이들로하여금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든다. 자연은 결코 아름다움뿐인 에덴동산도 아니며 그렇다고 징글징글한 정글뿐인 그런 대상도 아니다. 그 모든 걸 다 지닌 하나의 우주다. 그런 우주와의 만남을, 교류를 자주 갖을 수 없는 환경 속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도 아닌데 건드리면 움츠리는 식물(미모사 같은 신경초)을 전시해 놓고 아이들의 고사리같은 손이 닿기도 거절한 이런 문구가 있기 마련이다. "눈으로만 관찰해 주세요." 이런~! 아이들이 무슨 재주가 있어서 그 식물을 눈으로만 보고 다른 식물체나 생명이 날아온다하면 어떻게 움츠리는지 알 수 있겠는가? 누가 말해주기 이전에 그러한 사실을 어찌 짐작하겠는가? 그렇다고 그걸 TV화면에서만 보여주면 과연 실질적으로 자기의 손에 닿아 움츠러드는 그 신비스러운 순간의 체험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커다란 유리통 안에 사슴벌레 한 마리만 넣어놓고 제발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달라고 말한 문구를 또 봤다. 안타깝다.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그 순간 주변의 아이의 말, "책이랑 똑같네.. 잘 안움직여.." 그 뿐이다. 그러고 지나간다.

 

하지만 어느 화목원은 직접 만져보라고 써 놓기까지 한 걸 보았다. 울타리가 없기에 신기하다(들어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놓는게 더욱 당연한 요즘 현실) 싶었는데 다가가 만져보고 식물의 털과 까츨까츨함을 느껴보라고도 했다. 또 같은 사슴벌레인데도 뚤린 통유리안엔 많은 개채수의 사슴벌레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른인 나마저도 신기하게 바라보게 만들었고 작은 꼬마아이가 옆으로 반갑게 다가와 열심히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부모로 보이는 분이 만져봐도 된다고 써 있으니까 만져봐.. 라고 하자 조심스럽게 만진다. 그리고 신기해 하는 그 눈빛. 분명 그 아이가 보고 느낀 사슴벌레에 대한 생각과 관심은 '책이랑 똑같네'라며 시큰둥거리며 지나갔던 아이와 다를 것이다. 직접 자신이 느끼고 본 사슴벌레, 사슴벌레의 색깔, 촉감, 움직임을 기억할 것이다. '책이랑 똑같네'라고 말한 아이는 분명 책에서 나온 그대로의 사슴벌레의 모습과 특성을 기억할 뿐일 것이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관심있게 대상을 생각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자신이 관찰하고 체득한 배움이 있었을까? 자연에 대한 놀라움이라던가 그런게 생길까? 아마도 그건 어려울 것이다. 직접 만져보고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그 아이의 관찰력만이 자신의 관찰에서 온 배움을 얻을 것이다.

 

이는 작은 차이같지만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주된 주장도 이것이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고 갖게된 자연에 대한 생각(너무 높게 보는 이상화나 혹은 복잡하고 징그러운 정글스러움이나, 인간 환경 속에서 낯선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정말 자연적인 것인가? 당연한 것인가? 어디로부터 잘못된 인식이 박히게 되었는가? 사회는, 환경은, 자연은 정말 인간만이 일방향으로 보호하고 스스로 주의해야만 하는 공간인가? 생태계 안에서 우리는 하나의 동물일뿐임을, 서로 상호작용으로 살아감을 인식하고 좀 더 자연과 자연적으로 가까워지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고 여러 대안들을 주장한다.

우리가 내걸은 자연보호란 구호는 정말 정당하고 앞으로 먼 미래에도 효율적인 교육인가?

인간의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 환경의 조화는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 것인가 이 책을 필독으로 하여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리게 된 책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알차서 서평이 길어지게 되었다. 내가 그간 가졌던 자연을 훼손하는 길인가 하는 수치심은 이 책을 통해 말끔히 해소되었다. 오히려 내가 갖는 자연에 대한 입장과 생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이며 체험을 통한 경험이 많아지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종자를 찾아내고 보존하고, 실질적으로 자연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길을 걸어오신 안완식님이 계시다. 그 분의 말을 빌어 내가 자행(꽃이나 열매의 종자를 채취하는 일 등)하고 다니는 수치심을 덜고자 한다.

 

"국제식물유전자원연구소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토종 종자를 저온 저장고에 보존하는 방법도 있지만 농가에서 직접 재배하면서 보존하는 방법도 있다고요. 종자를 채집해서 저온 저장하는 건 잠을 재우는 거예요. 100년 후에도 똑같은 종자지요. 하지만 농가에서 보존하면 100년 동안 변화하는 환경과, 미생물, 병충해에 적응한 종자가 되죠."  <좋은생각> 2008. 11월호

 

그렇다. 자연 속 사람도 이렇게 자랐으면 한다. 위험한 곳에 노출을 적게 하여 아이를 기르는 것이 진정하게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기르는 것일까? 그리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그 공원이나 자연도 정말 실질적인 위험 가득한 곳인가? 모든 물음에 우리의 바보스런 행동들과 편견의 그림자만 보일 뿐이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 혹은 자라난 우리는 스스로의 강한 내성도 적응력도 행동력도 보이지 못하는 나약한 꽃이 되고 말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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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 미카 어른을 위한 동화 13
안도현 글, 최성환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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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증기기관차 미카'

 



“이번 역은 의왕. 의왕역입니다. 철도대학이나 철도박물관으로 가실 손님은 이번역에서 하차하여 주십시오.”라고 안내멘트를 듣는 노선. 지하철 보라색 1호선 천안행, 혹은 구로.용산.서울역으로 향하는 전철 노선안에 있는 의왕역. 오산에서 인천으로 학교를 다니는 길에 늘 지나는 길인지라 안내멘트만 무시로 들어왔다. 그런데 학교를 오가는 전철안에서 읽게 된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증기기관차 미카]를 읽는데, 그제서야 그 공간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진행방향의 왼쪽 창을 바라보며 늘 가다가 한 번은 반대편의 창을 보며 책을 읽고 가는데 그곳에 바로 미카가 웅장하게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던 것. 내가 그렇게 몇날 며칠을 무시로 지나다닐 때마다 늘 미카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 책속에 주인공이 ‘왜 나를 못 알아보고 책만 보며 지나가니?’ 하고 묻는 것처럼. 이번에도 스치고 지나갔다.




별 일 아니건만, 그 당시 혼자 디잉- 하고 머리가 울렸다. 읽으면서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생각했었는데, 내가 늘 그 곳을 지나치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바로 옆을 매일같이 스쳐지나가면서도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과 기쁨을 선사했던 그 웅장했던 그 거대함들도 세월 속에, 발전 속에 고스란히 먼지옷으로 갈아입으며 가끔 자신을 보러 오는 방문객을 맞으며 호호 미소만 짓는 그런 고철할아버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틀전 잠시 들렸던 이승복기념관도 그렇게 세워진 탱크와 군용 비행기. 물론 그 탱크와 군용비행기가 다시 날아오른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기에 그렇게 녹슬어감이 슬프진 않지만,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이 새삼 세월이 흘렀어도 위용있게 보이기도 하고 또 반대로 초라해 보이게도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예전엔 저 한대가 그렇게 무섭고 위험하게 돌진하고 빠르게 지나갔을진데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빠르게 더 무시무시하게 많은 것들을 잃게 하고 있을 것이다. 빠르고 무서운 효율(?)을 대신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미카를 대신해서 나온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전철뿐만 아니라 지금의 전철 모습을 과거엔 미카가 지녔던 것이다. 그래서 그 미카가 빠르게 지나치면서 못 본 것들을 그 후대가 나옴으로써 자신이 지나쳤던 것들과 사연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들도 돌아봄은 물론이면서.




돌아봄에는 항상 따듯함이 있어 좋다. 어딘가 빨리 빨리 발전해야겠고, 성공해야 하는데,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이 들때면 더욱 돌아보게 되고 먼 아주 먼 미래에 내가 과연 그 시간을 거치고 났을 때 난 어디에 어떻게 서 있을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따뜻함과 여유를 주는 이런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자꾸 자꾸 찾게 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따뜻하게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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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요정
칼리나 스테파노바 지음, 조병준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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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겐 누구나 요정이 있다. 

 

전철을 타고 2시간 걸려 도착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3개월 하고도 2주 정도의 수업인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책을 읽기로 했다. 가볍고 잔잔한 이야기가 담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읽기를 좋아해서 고르게 된 책 중 하나, [앤의요정]. 나라도 조금은 생소한 불가리아 소설이다. 칼리나 스테파노바 저자가 실제 이 여주인공처럼 순수하고 발랄한 분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읽어나갔다. 손에 잡기에도 좋은 사이즈에 소프트커버라 읽는 동안 정말이지 동화속 주인공 앤처럼 갖가지 상상을 하면서 읽어내려가기에 주위를 분산시키는 요소도 전혀 없다.




예전에 초코파이 광고를 보면 “둥그런 초코파이 정情이 떴어요~!” 라는 멘트와 함께 사람들 머리 위로 정말 초코파이가 둥둥 더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당시 그 광고가 좋았고 정말이지 시골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맨 뒷자석에 앉아 마을 할머니, 아주머니, 할아버지 머리 위로 둥그런 초코파이가 두둥실 뜬듯한 상상이 마구 떠올라 한참을 속으로 웃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앤의요정]에선 앤 주변에 앤과 똑같은 앤의 분신이랄 수 있는 앤들의 요정이 7명이나 같이 다닌다. 꼼꼼하게 관찰하고 메모하며 글을 쓰는 지성역할을 하는 앤, 왈가닥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격을 지닌 앤,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을 지닌 앤 등등. 총 7명의 앤의 요정. 사람이 갖은 성격을 분리해서 각각의 요정들은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다. 늘 동화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겠거니 싶은 진리(?)는 바로 순수해야, 사람들을 사랑해야 자신의 요정을 볼 수 있고 돌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날 앤은 자신의 요정을 보게 되고, 누구나 밑지 않을 법한 일이지만 어렵게 꺼낸 엄마에게 고백하게 되는데 엄마에게도 이미 요정들은 함께 생활한지 오래되었다. 요정들의 습관도 각자의 생활도 서로가 바라보는 관계였던 것이다. 이 놀라운 일. 나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멀리 시골에 떨어져 계신 엄마도 매일 요정편에 보고 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엄마 요정도 내게 왔다갔다 하고.^^ㅋㅋ




전철 안에서 읽다 보면 마구마구 상상의 나래를 펴다보면 웃음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을 두리번거리게 된다는 거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그 옆에서 왈가닥 성격들은 잠들어 있고 진지하게 책을 좋아하는 요정이 같이 주인 어깨 위에 앉아 같이 책을 내려다보는 것 같고, 술에 만취한 아저씨의 어깨와 머리 위엔 같이 헤롱대는 요정들이 간신히 팔걸이에 걸려 있는 듯한 상상.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남자친구가 있는 회사나 집으로 가까이 지나치게 될 때면 내 요정 몇 명은 그리로 보내 놓기도 하고 그런다. 아, 요정들의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 몇 요정은 그쪽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점 잘 명심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상상하도록! 그렇다면 내 요정들이 그 사람 곁으로, 그 사람의 요정 곁으로 가서 아픔도 달래주고 서로 서로 달래주고 낳게 해준다는 사실. 순전히 이런 말들은 믿는 사람에게만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




암튼, 귀여운 동화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늘 남자친구와 요정 얘기다. 요정을 보냈으니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남들이 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밝아져서 좋았다. 요 녀석들, 20년 만에 내게 나타난 건가? 초등학교 다닐 땐 순진한 여동생한테 나에겐 나한테만 보이는 요정들이 있다고 거짓말을 친 적이 있는데 그걸 순전히 믿고 자신한테도 보여 달라고 했던 동생이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순수했던 건지, 악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먼 산을 바라보며 상상을 했던 그때가 참 잼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동화. (실제로 제게도 요정을 보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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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목어 - 마케팅 비밀 에세이
김왕기 지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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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토막 마케팅 에세이






전문서적들보다 짧은 스토리 형식 그 안에 깊은 전략들을, 혹은 우리가 생각할 여분을 주는 책들이 좋다. 깊은 글이 아닌지라 그 글 흐름에 휘둘려 몰입될 여지도 없고, 짧은 글인지라 그 한 토막을 읽고 나서 관련지어 연상되는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마치 나 또한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라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 연관된 사물과 거리 홍보, 광고 등을 볼 때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자세히 꼼꼼히 보게 되기 때문이다.




김왕기 저자는 CJ 마케팅도 담당했었고 현재 마케팅 그룹 대표이사로 있는 모양이다. 이 책 내용은 2004년부터 2006년의 글까지 담긴 저자 자신만의 약속이행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케팅 이야기를 목요일에 꾸준히 써내려갔던 것이다. 마감압박도 있었음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싸움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그 끊김 없이 노력한 시간에 박수를 보낸다. 얼마 전 언니와 동생과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하기로 약속을 했다. 살이 많이 찐 동생처럼의 치열함이 없어서인지 저는 “운동을 하자” 라는 말에 “그래..” 라고 대답은 했지만 아직 운동을 안하고 일주일이 되었다. 다들 꾸준함이 부족해 하루 이틀 걸러 하기도 한 메모들을 보니 참 끈기가 없고 어렵구나 싶었다. 그러니 3년을 꾸준히 자신과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을 행한 그 노력이 대단히 보이는 것이다.




자, 내가 방금 이렇게 기술한 한 단락 안에서도 저자 김왕기씨가 말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무엇이든 세우려거든 적당한 비교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꾸준하게 써온 책 한권이 탄생되었다, 라고만 말하면 그 감흥과 감동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마케팅 에세이를 단번에 써낸 것과 달리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실제 그 일에 몸담고 있으면서 써냈다는 것에는 성공과 실패를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결과물임을 안 읽어도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여러해 거쳐 나온 마케팅 결과를 이야기 한 부분이 대부분이다. 그런 노하우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지금 내가 읽고 난 이 시점은 2008년이지만 펴낸 해는 2007년 쓰기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마치 오래된 마케팅 전략들은 도움이 안될거야, 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그간 해왔던 마케팅 전략을 되풀이 하지 말자, 훌륭한 프로모션은 모방하며 마케팅 실력을 키우자는 의미에서 볼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또한 변하지 말아야 할 광고의 기본도 있는 법이다.(그 내용은 책속에서 확인하자 - 물론 이 생각도 언젠가 더욱 완벽한 광고로 변할 수 있는 명제일 수도 있다.) 꾸준히 자기발전을 이루고 연습을 할 수 있는 팁을 주기에 마케팅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적당하다고 본다. 특히 지하철에서 등하교시 읽는데 자주 끊김이 있고 집중해서 자기 생각을 해보는데 많은 도움을 줬었다.




이제는 무엇이든, 자기 일이든 공부든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가만히 앉아서 나의 일을 알아주길 바랄 수는 없는 것이듯, 꾸준한 마케팅적인 생각, 발상을 전환하는 방법 등을 익힌다면 그 일이 좀 더 수월해지고 빛나게 알릴 수 있는 길을 점차 찾아나갈 것이다. 나도 나만의 꾸준함을 하나 세워볼까? 그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뒤따라 오는 자에겐 작지만 작은 도움을 받는 길이 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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