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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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소설이 끊어짐없이 이어지는 고요한 강물같다고 한다면, 

일본 소설은 언제 파도가 밀려올지 모르는 바다에 가까운 느낌이다. 

조용한 강물이 주는 부드러움과 잔잔함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소설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본 소설만이 주는 그만의 '울렁임'같은 것이 존재한다. 

온다 리쿠라는 이름은 밤바다를 연상시킨다.  

당장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때문에 소리와 느낌, 냄새를 통해 '아, 앞에 바다가 있긴 하구나'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아내야만 하는 칠흙같은 밤바다. 

<어제의 세계>도 참으로 온다 리쿠답다, 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아마 온다 리쿠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러 화자를 통해 서술되는 이야기를 조각조각 맞추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조용한 마을의 살인사건이라는 구미 당기는 소재까지 더해져 읽는 내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명심해야 한다. 온다 리쿠식 뒤통수치기는 이 소설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온다 리쿠에게 예상치못한 뒤통수를 맞더라도 '온다리쿠니까'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된다.  

사건이 조글조글 모여있는 M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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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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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판타지 장르가 가지는 힘은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호그와트 학교가 존재하지 않고, 내가 절대로 포터와 같은 벼락모양의 흉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판타지를 내세운 성장소설이다. 아니, 성장소설을 앞세운 판타지인가? 

주인공 '나'는 정말이지 이렇게 비참할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의 열여섯 인생을 살아간다. 평생 살면서 절대로 잊을 수 없고, 잊혀지지도 않을 몇 번의 기막힌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도망갈 어딘가'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는 과정에 내가 엉겁결에 찾아낸 곳은 우리동네 24시간 문을 열어둔(물론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휴업을 하지만) 위저드 베이커리. 그곳을 피신장소로 정하면서 나는 위저드 베이커리 속의 판타지로 빠진다. 

이 소설이 다른 여타 판타지와 다른 점은 바로 현실과 비현실적 공간이 적절하게 섞여있다는 것이다.  

소년은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베이커리로 숨어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고통은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통해 성장해가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쉽게 읽히고, 흡입력도 강하다.  

읽고나면 씁쓸한 초콜릿(카카오 성분이 99.999%는 될 듯한)을 입에 넣고 있는 느낌이다. 분명 초콜릿을 먹고 있지만 입에 남은 느낌은 씁쓸함 쪽에 가깝고, 씁쓸한 그것을 먹었지만 그래도 '난 초콜릿을 먹었어'하는 느낌에 기분 좋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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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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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글은 참으로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특히 '작가 이외수'가 아닌 '인간 이외수'가 우리네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글은 더욱 그렇다.  

툭툭 내뱉는 무성의한 말투와 왠지 귀찮은 듯 써내렸을 것만 같은(절대로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간단한 문장들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특히 각각의 상황에 부딪혀 힘들어 하고 있을 누군가에겐 더할나위 없이 힘이되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3장그랬다. 그것을 읽고, 읽고, 또 읽고- 

심지어 개인 미니홈피 대문에 타이틀을 달아놓기도 했다.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누군가는 장난처럼 씌여진 그의 글에 감동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분명 20대의 누군가가 이 글을 썼다면 '너도 인생을 모르잖아'하고 속으로 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모두 겪은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쓴 글이라면 달라진다. 

읽어보라, 이외수의 힘을 느낄 것이다.  

느껴보라, 이외수의 기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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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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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민주주의'. 사회나 정치책에서나 들어보고서는 신문에서나 가끔 마주쳤던 그 낯선 용어. 

그리고 그 이름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작가, 유시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법이니, 정치니, 사회니 하는 어렵고 껄끄러운 내용으로 빽빽한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 느껴지는 연민과 동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이 책을 고른 데 지은이인 유시민의 효과가 없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곁에서 쓴 말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우리의 대통령'이라 불렀던  '그'를 잃었을 때 흘리던 그 눈물과 그 노란 넥타이가 이 책을 읽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무적이로 이 책을 읽어야 하니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구구절절 어찌 그렇게 아픈 말만 골라하는지 읽는 내내 뒷목이 뻐근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빚을 갚고 있는 중이다.  

그 말은 곧 우리는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에 살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아직 갚아내야 할 빚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단번에 갚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누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혹독한 빚덩이에 올려놓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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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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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슴 시리면서 두근거리는 말은  '사랑'도 '여행'도 '꿈'도 아니다.  

내게 '엄마'란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이고, 엄마에게 '딸'이란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가슴아픈 존재이다. 

엄마와 딸은 같은 여자이지만 참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신경숙 작가의 최고의 소설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최고의 작품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신파적이고, 지금의 현실과는 조금 낯선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시골에서 평생 자식을 위해 텃밭을 가꾼 문맹의 어머니를 둔 딸자식이 아니기 떄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도 이런 엄마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감동을 위해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그래도 그 모든걸 이해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건 이야기의 대상이 우리네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억지로 만들어낸 상황에 극적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엄마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주는 억지스러움도 '엄마'이기 때문에, 그래도 '엄마'이니까 이렇게 소설 속 엄마의 그 굽은 등에 눈물이 흐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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