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 개정판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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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홍수현과 기태영이 연기한 KBS TV문학관 <외등>을 본 적이 있다. 원작소설을 이미 읽은 후였지만 각색이 꽤 많이 된 드라마는 새로운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내가 책을 잘못 기억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슬핏 한 기억이 난다. 단막극은 단막극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그 맛이 다르지만 두 매체는 주인공의 이름과 몇 가지 장면, 대사들 외에는 다른 작품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기에 그의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관해서 내가 뭐라 말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소설 <외등>과 <비즈니스>, <나마스테>를 보면 참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 하면서도 정곡을 찔러내는 통에 보면서도 뜨끔뜨끔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정신을 놓고 보다가 어느 순간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나 대사, 상황 등이 숨어있다.

 

단막극이 '혜주(홍수현)'와 '영우(기태영)'의 사랑이야기에 촛점을 맞춰 진행하고 그 사랑을 더 애달프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시대적 배경이 가미된 듯한 느낌이라면 소설은 그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내보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혜주'와 '영우'의 사랑을 포함시킨 느낌이다. 그래서 소설을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드라마의 달달한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될터이고, 단막극을 보고 "재밌겠다" 싶은 마음에 소설을 펴든 사람이라면 "뭐야, 이게!" 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냐만은 깊이감이나 시대가 주는 씁쓸한 기운은 역시 원작소설에서 훨씬 많이 느껴지는 듯 하다. 표지만 보아도 뭔가 핏빛어린 느낌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그 씁쓸한 기운 탓에 읽는 것이 버거운 이들도 있을 듯 싶다. 가끔은 너무 솔직하거나 너무 섬세하면 도리어 불편하고 무서운 기운이 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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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k Steves' 2012 Ireland (Paperback, Map, FOL)
Steves, Rick / Pgw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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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으로 단순하고, 또 쉽게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쉽게 질려한다. 이런 성격때문에 진득하게 무언가를 붙잡고 끝장을 보는 일도 적고, 금세 하던 일에 싫증을 내고 다른 것에 관심을 옮긴다.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만 실은 짐을 싸고, 익숙치 않은 곳에서 잠이 드는 것을 싫어하고, 환전을 하는 것도, 캐리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비싸게 티켓팅을 해서 떠난 해외여행에서도 호텔에 붙어 있거나 아니면 호텔 근처의 관광지를 겨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하지만 단 한 곳- 아일랜드는 특별하다.

 

영화 <Once>와 <Leap Day(프로포즈 데이)>의 배경이기도 한 아일랜드는 북유럽의 아기자기함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직항도 잘 없을 뿐더러, 저렴한 항공사를 이용하면 트래짓을 몇 번이나 해 하늘에서 이틀을 꼬박 보내거나 스탑오버를 해야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영화 속 배경이 된 곳까지 들어가려면 또 한참이 걸리는데다가 교통편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아일랜드에 대한 환상이 생겼냐고 묻는다면, 글쎄. 세상엔 가끔 이유없이도 지독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Rick Steves의 책을, 그것도 영어가 가득한 원서로 구입하게 된 것은 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은 릭 스티브스의 여행편력이 너무도 부러웠고 그런 그가 쓴 책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여행책들처럼 컬러감각은 뒤떨어질지언정(컬러는 고사하고 이 책은 사진도 그리 많이 실려있지 않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어내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아일랜드 여행을 할 때 한 손에 꼭 쥐고 가고픈 책임에는 분명!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

 

- 아우구스티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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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기차로 - 2011-2012 전국 기차여행 완벽 가이드
권다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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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좀 더 들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바로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 거창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냥 아무런 제약없이, 빡빡한 일정이나 가이드없이, 내 발길닿는대로 떠나는 여행을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다. 그 곳이 로맨스 가득한 이태리 어디 즈음의 펍이든, 아니면 사람 발길이 잘 닿지도 않는 대한민국 끄트머리의 작은 섬이든 상관없을 것만 같았을 때 퍼뜩 든 생각은 '기차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기차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다가 기차여행에 서툰 여행자들을 위한 친절함이 뭍어나는 <내일로 기차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일로 기차로>는 테마별 루트와 테마별 최고의 기차 여행지, 전국 노선별 기차여행지와 맛집, 거기다 여행객이라면 가장 고민스러운 추천 숙소 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내일로 여행이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되지 못한, 대학생들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해 숙소 역시 찜질방이나 민박, 게스트 하우스 등 저렴한 여행경비로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는 팁들이 많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각 해당 역에서부터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보거리 등 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혼자하는 여행에 이만한 가이드도 없지 싶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펼쳤을 때 두근거림을 느꼈다면 망설임없이 바로 짐을 챙길 용기를 가지는 것!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

 

여행을 해도 목적지를 전전한 나머지 다음 목적지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나,

묵을 곳은 어디인가 하는 것에만 정신을 빼앗기는 사람은

출발했을 때 바보였다면

돌아왔을 때도 바보인 채로 있을 것이다.

 

- 체스터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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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T + AAT Grammar 세트 - 전2권 (CD 7장 포함) AAT 시리즈
앤 쿡 지음, 전창훈 옮김 / 윌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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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를 배웠던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그런데 웃긴건 주야장천 문제집을 풀면서 생긴 노하우가, 디립다 외운 영어단어들이 수능을 치고나자, 졸업 기준에 다다르자 흔적도 없이 잊혀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외국인 앞에만 서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렇게 나처럼 책으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의 한계가 있다. 바로 외국인이 앞에 있을 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내 생각을 전달하기가 힘들다는 것. Writing은 되지만 Speaking은 힘들다는 것- 튼튼한 성대와 구강구조를 가지고도 글씨로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한 외국인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기회가 생겼는데, 이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얘길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발음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외국인처럼 발음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사람들끼리만 알아듣는 새로운 영어 장르를 갖고 있는 것 같달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처음부터 새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글로 배우는 영어 말고 귀로 듣고 익히는 영어를 하자는 다짐! 그리고 그 외국인친구에게 추천받은 책이 바로 AAT이다.

 

처음에는 기초발음 세트만 구입하려 하다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법공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어발음책과 영문법 트레이닝책을 묶음으로 함께 구입했다. MP3파일이 아니라 CD로 오디오북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내가 본 어떤 책보다도 친절하고, 체계적이고, 또 진짜 발음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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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대통령 -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한걸음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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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장면에는 참 여러가지 사연들이 존재한다. 

사랑하기때문에 한다고 말하는 신파극의 이별부터 부모의 나이듦으로 인한 이별, 그리고 예상치못한 사고로 인한 이별, 그리고 누군가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떼놓기 위해 선택한 이별까지- 

그 어떤것도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떠나간 이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아픈 사람'이라면 그 아픔은 다른 어떤 이별보다 더 오래 각인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떠나간지 반년이 흘렀다. 

그 동안 계절은 두 번이나 바뀌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또 누군가를 잊어갔다. 

손녀딸을 자전거에 태우고, 혹여나 옥이야 키운 손녀딸 손이 아이스크림에 차가워지기라도 할까 휴지로 꽁꽁 싸 건네주고, 농민들과 함께 질퍽한 논밭에 뛰어들던 '서민 대통령'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전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든 인간의 죽음 앞에서는 모두 침묵하고 함께 슬퍼해야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이제 그분이 남기고 간 편지와 이야기, 영상만이 남아있지만 그것들을 보고 또 눈물흘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역사를 배워가는 일련의 과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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