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
전효원 지음 / 반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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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연기를 했을 뿐인데

내가 진짜 퇴마사라고?



상당히 밝고 깨 발랄한 여주인공이 펼치는 할리우드 느낌의

유쾌한 액션 영화에 사이비 종교와 한국 무속이라는 주제를

듬뿍 끼얹은 소설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톡톡 튀는 이야기”라는

느낌이었다. 사이비 종교와 악령 그리고 도처에 존재하는

귀신처럼 다소 어두운 소재를 다루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아주 발랄하고 유쾌하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도 상당히 빠른 편!



한국계 미국인 스텔라 초이는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인 <보이지 않는 이웃>

에서 젊고 당찬 무당 역할로 출연하는 단역 배우이다.

매우 진취적이고 독립적이며 어디서도 쉽게 기죽지 않는 당당한 그녀.

그런데 또 은근 허당 미가 넘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발랄한 모습의 그녀에게는 어두운 가족사가 있다.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상심한 아버지가 그만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린 것. 스텔라는 진작에 그들로부터 벗어났으나 여전히 그들의

사악한 그림자가 그녀 주위를 떠돌게 되는데...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세 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소설의 형태를 띤다. 각각 하나의 괴이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스텔라를 둘러싼 더 큰 이야기로 발전한다.



첫 번째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에서는 사이비 종교 교주의

여자가 되라는 아버지의 요구를 뿌리치고 미친 듯이 도망치던

스텔라가 갑작스럽게 지하 도로 빠지면서 기묘한 일에 휘말린다.



두 번째 <고스트 라이터>에서는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홍 작가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게 되는 스텔라. 추측 끝에 당도한 기묘한 공간에서 별이

만나는 존재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데...



세 번째 <굿 타임>에 이르면 앞선 이야기에서 조금씩 드러나던

스텔라의 신력이 본격적으로 깨어난다. 자신에게 왜 자꾸 괴이한 존재들이

나타나는지도 모른 채 사건에 끌려다니던 그녀는 결국 영리한 두뇌와

성스러운 신의 힘으로 사악한 존재와 맞짱을 뜨게 된다.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은 분명 퇴마 이야기는 맞지만

위기에 처한 존재들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도 떠오르게 한다.

자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평범했던 젊은 여성이 마침내

강력한 힘을 깨닫고 악한 존재와 정면으로 맞선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주인공의 정체성과 한국의 무속이 결합되니까

익숙한 듯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무섭고 음산한 정통 퇴마 장르의 책을 기대한다면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뭐랄까? 엉뚱한 면이 조금 있긴 하나 매우 주도적이고 당찬

여주인공이 빠른 속도로 괴이한 세계를 질주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상처 입은 존재들을 밀어내기보다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는 여성적인 연대라는 메시지도 있다.



가볍고 톡톡 튀지만 이야기 속에는 엄마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해

사이비 종교에 물들어버린 가족이라는 어두운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밝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주인공 스텔라 초이.

캐릭터 자체가 이 소설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다.



한국 무속과 할리우드 영화 같은 경쾌한 추격극이 만난,

꽤 독특하고 신선한 퇴마 소설이었던 책 <코리아 타운의 핫 칙 샤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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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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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에서 시작된 우주는 어떻게 은하와 별

그리고 당신을 만들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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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골에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문득 하늘을 쳐다본다. 도시에 비해서 더 크고 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의문에 잠긴다. 저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을 것이고 여기에 살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우주먼지? 그런 면에서 이 책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먼지에 불과한 우리 인류의 운명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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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빅뱅에서 시작하여 별과 행성의 탄생,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출현을 거쳐서 우주의 아득한 미래까지 지평을 넓힌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 암흑물질과 블랙홀 등 아주 다양하고 방대한 주제를 한 권에 담으면서 이 모든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드넓은 우주 공간과 물리적 세상을 탐구하면서도 결국에는 인간의 삶을 그 안에 담아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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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물리학과 천체 물리학이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물리학의 광범위함에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랐다. 물리학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블랙홀,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 생명 탄생의 배경 등등 내가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진 분야가 나와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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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히 이 책이 더욱 더 좋았던 이유는 물리학과 철학이 대단히 긴밀하게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우주나 물리적 공간 혹은 생명 존재를 연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 책은 과학을 통해서 인간 존재를 드러낸다. 생명 탄생과 우주는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는가? 인간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이고 지금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와 같은 질문을 통해서 우리 삶의 의미와 미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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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간만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생명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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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왕이 인류 최초의 도시인 우루크를 내려다보면서 삶의 목적을 찾았듯이, 어쩌면 우리도 우주와 과학 탐구를 통해서 생명이라는 것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저자가 말하는 듯 하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주, 자연, 지구, 생명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마치 기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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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과학 개념과 이론을 다루고 있고 우주와 생명에 관한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책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그러나 동시에 상당히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는지 질문하는 지적 여정이라는 느낌. 복잡한 물리학을 친근한 이야기로 바꾸고 과학적 탐구를 철학적 성찰로 확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토록 광대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까? 라고 말하는 듯한 책이다. 학문 연구란 결국 인간 연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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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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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중세 수업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7
임승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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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중세는 천 년의 역사 중

절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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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부터 중세 시대에 끌렸다. 어쩌면 이 시대에 매혹당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마녀사냥, 기사도,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 등 늘 어둠과 죽음의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시대. 그리고 뭔가 신비롭고 영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 시대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읽었던 역사 장르소설의 무대가 바로 중세 시대였기에 끌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책 <최소한의 중세 수업>은 독자가 알아야 할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만 알차게 모아놓은 엑기스 같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인기 TV 프로인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강연을 하시는 임승휘 교수님이시다. 아주 전문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중세에 대한 역사 탐구가 펼쳐진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제목으로 중세인의 시공간, 중세의 아이돌 기사, 중세인들의 신앙심과 피의 십자군 등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현재의 눈으로 중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생활상을 철저히 그들의 입장에서 풀어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 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중세 시대에는 시계가 없었다?”라는 대목이었다. 중세는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던 시기였고 삶이란 어파티 죄 많은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 과정이었기에 시간을 따져가며 생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아침에 종소리가 나면 농사일을 시작했고 또 종소리를 듣고 일을 마무리했다. 모래시계 등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쪽은 반드시 시간에 맞춰 예배를 드려야 하는 종교인들 위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기사에 대한 이야기 또한 아주 흥미로웠다. 중세를 소설이나 드라마로 배우는 우리 현대인들은 기사들을 공주와의 사랑을 꿈꾸는 낭만적 존재로 바라보지만, 이 책에 따르면 당시 기사들은 주군을 위해 봉사하는 일종의 무장 종사들. 즉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갱단 속 일원이었다고 한다.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제법 갖춰졌어야 했다고 하는데 일부 기사들은 귀족 사회로 편입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서 귀족이라는 신분을 가지게 된 기사들 사이에서 “기사도”는 일종의 서로에게 강제되는 의무가 되었다고 한다.

중세인들은 적대적인 자연환경과 싸워야 했고 늘 기근과 질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상당히 영적인 시대였기에 그들은 죽음 이후에 삶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리하여 일종의 ‘보험’을 갈망했다고 한다. 신앙은 그들에게 일종의 믿을 구석이었고 모든 재앙은 신의 형벌로 바라봤다. 이렇게 진지하게 신앙을 따랐기에 이단에 대한 박해라던가, 십자군 전쟁이 일어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최소한의 중세 수업>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중세사의 엑기스만 뽑아놓은 느낌이다. 복잡한 중세사를 아주 쉽고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항들을 빼놓지 않은 느낌이다. 천 년 동안 이어진 중세는 머무른 채 고정되어 있는 사회가 아니었고 생활 방식이나 경제 구조 그리고 권력관계는 아주 역동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신의 질서가 곧 세상의 질서였고 신앙심이 깊고 삶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속세는 그저 죽음의 예비 단계였던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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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관심이 많지만 두꺼운 책은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중세의 전체적인 구조와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분 그리고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 <최소한의 중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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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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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
오가와 요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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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들이 제 취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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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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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숲을 잘라 번성하고 그 뿌리가 뽑히는 순간

같이 사라졌다"




존 펄린의 <숲과 문명>은 왕실과 전쟁, 정치와 사회가 아니라 ‘나무’라는 자원을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세계에서 로마와 베네치아를 거쳐 영국과 신세계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천 년 동안 숲이 문명의 성장과 쇠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방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무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나무는 단순히 자연을 상징하거나 건축과 난방에 쓰이는 재료가 아니었다. 집과 다리, 신전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에 필수적인 선박을 건조하는 데도 많은 목재가 필요했다. 도자기와 유리를 생산하는 가마, 금속을 제련하는 용광로 역시 막대한 양의 장작과 목탄을 소비했다.



<숲과 문명>은 석기·청동기·철기로 구분되는 고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 모든 시대가 사실상 나무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풍부한 산림을 확보한 국가는 산업과 군사력을 발전시키고 선박을 건조하여 무역과 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반면 목재가 고갈되면 국가의 경제와 군사력도 함께 흔들렸다.



그러나 숲이 가져다준 번영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과 눈앞의 필요가 숲의 회복 능력을 넘어설 때마다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었다. 나무를 베어낸 산비탈에서는 비가 올 때마다 비옥한 토양이 쓸려 내려갔고, 하천을 따라 흘러온 토사는 항구와 만을 메웠다. 홍수는 잦아지고 땅은 양분을 잃었으며, 마침내 산업을 가동할 자원과 잠재력마저 사라졌다.



한때 울창했던 지중해와 중동의 여러 지역이 황량한 땅으로 변한 과정은 산림 파괴가 단순한 경관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농업과 무역은 물론이고 도시와 문명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고대인들이 벌목과 토양 침식의 관계를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문제는 눈앞의 생존과 이익, 그리고 국가 간의 경쟁이 장기적인 위험보다 언제나 앞섰다는 데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과거 인류가 숲과 나무를 얼마나 함부로 다루어 왔는지 알게 된다. 몇몇 세대가 누릴 산업과 부를 위해 오래된 숲과 야생동물의 서식지, 물의 순환과 토양이 희생되었다. 벌목과 개간은 숲에 의존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일이기도 했다. 인류의 역사는 문명과 자연의 공존이라기보다 자연에 대한 착취가 계속 이어진 역사에 가까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특히 잉글랜드의 산림사를 상세하게 다룬다. 영국에서는 조선업과 산업의 발달, 특히 제철소의 가동으로 목재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심각한 산림 감소로 이어졌다. 왕실은 선박에 사용할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숲을 보호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다른 지역과 주민의 권리가 희생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영국은 자국의 목재가 부족해지자 아일랜드를 비롯한 외부 지역의 산림 자원에 의존했고, 산업용 연료를 석탄으로 전환하여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기보다 문명의 주된 연료가 목재에서 화석연료로 바뀐 것에 가까웠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술 혁신을 통해 당장의 자원 위기를 넘길 수는 있겠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자원이 소비되고 환경 파괴의 규모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글만 빽빽하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와 도표, 유적지에 남겨진 유물의 사진 등 풍부한 시각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얼마 전 영화 <오디세이>를 본 터라 책에서 다루는 그리스와 미케네 문명의 이야기도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이 지역에서도 청동기 기술과 도자기 산업의 발달, 인구 증가가 목재 소비와 산림 감소를 촉진했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문명의 기반에 부담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숲과 문명>은 숲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였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 사회의 문화와 경제, 정치와 전쟁, 기술의 많은 부분이 나무와 숲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도자기 생산과 공중목욕탕의 운영, 금속 제련과 군함 건조처럼 문명의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그 이면에서는 더 많은 나무가 소비되었다는 사실이다.



문명의 발전과 자연의 파괴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인류가 그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흐름을 멈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 서평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들려오는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 소식은 마치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숲이 문명의 주변을 장식하는 배경이 아니라 문명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숲은 인간이 소비하는 속도에 맞춰 되살아날 수 없다. 숲의 파괴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생태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며, 역사 속에서는 숲과 함께 문명의 기반까지 무너지는 일이 거듭되었다. 이제 우리는 숲을 끝없이 소비할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의 기반으로 바라보고, 문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무와 숲,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세계사와 문명의 미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숲과 문명>을 꼭 읽어볼 만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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