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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킴
에바 틴드 지음, 허여 셀린느 옮김 / 산지니 / 2026년 5월
평점 :
<민 킴>은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두 여성,
에바 틴드와 꿀마이 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뿌리와 단절된 채 백인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야 했다.
때론 차별받고 큰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면서.
그러나 에바가 비교적 사랑이 가득한 평온한 가정에서
자란 것에 비하여 꿀마이는 통제적이고 억압적인 부모의
양육과 오빠와 외삼촌의 성적 학대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자라야 했다. 관계 속에서 큰 상처를 입은
그녀는 결국 가족과의 절연을 선언한다.
어린 시절 펜팔 친구였던 이들은 대화와 인터뷰뿐
아니라 편지로 서로의 사적인 경험을 나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대화를 할 때는 미처 꺼내지 못했던
깊은 곳에 묻어둔 기억이 편지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잠시 멈추고,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쓰는 편지가
좀 더 내밀한 마음을 꺼내는 데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입양인의 삶이란 그냥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자라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분투”처럼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개별적 존재이기에 앞서서 우리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속한 존재들이 아닐까? 그걸 문화, 영혼, 신..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생명을 준 어떤 더 큰 에너지에서 떨어져 나간
개체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나의 뇌리 속에 꽂힌 책 속 개념은 바로
“우분투”였다. 아프리카 언어에서 비롯된 이 표현은 인간을
따로 떨어진 개별적 존재로 보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 연결될 때
온전해지며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보는 개념이다.
즉, 누군가의 권리를 짓밟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일은 결국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도 비인간적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민 킴>은 정해진 틀을 따르기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펼쳐지는 책처럼 느껴졌다. 소설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에세이 같기도 했고,
여러 편의 시도 실려 있다. 나는 이런 자유로운 구성이 좋았다.
두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읽을 수 있었다.
에바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결국 찾아내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혈연적 관계가 그들이 앞에 놓인 문화적
차이를 좁혀주진 못한다. 한국인들의 특징 – 많은 선물
적극적인 애정 표현 등 – 이 에바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아주 현실적인 입양인의 경험으로 다가
와서 좋았다. 그리고 함께 찜질방에 갔던 경험도 마치
드라마 속 장면처럼 그려지는데 이 부분도 에바가 한국인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보며 한국인들과 관계를 만들고
이쪽에 조금이나마 뿌리를 내리려 하는 것 같아 좋았다.
꿀마이는 자신의 한국 이름인 “김미인”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민 킴>인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관절염을 앓아 일을 띄엄띄엄 해왔는데, 이후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 변화가 그녀가 한국을 여행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난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끊어졌던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일이 몸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한국의 보육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 대목에서 그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아이들을 팔아넘긴 옛 한국 정부에게 너무 화가 났다.
입양인들이 어른이 되어서 생물학적 가족을 찾는데도
전혀 도움도 안 되게 사후 대책도 없고...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한다.
만약 나라면, 내가 그들처럼 뿌리가 단절된 채 어딘가 낯선 곳으로
던져진다면 어떨까? 상상해 봤다. 당연하게 여겨온 소속감이 없이
살아가는 삶이란...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삶이 아닐까 싶다.
<민 킴> 을 읽고 나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동시에 “나는
누구와 이어져 있는가”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두 사람이 편지를 쓰고,
이름을 되찾고, 가족을 만나러 가는 장면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 같다. 나는 두 사람이 앞으로 만들어갈
관계 안에서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본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