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화가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서
빨아들이는 듯 매혹적인 별빛에 감탄하지만 동시에 그 아득한
거리감에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책 <서리꽃>은 별빛처럼
이상적인 영역인 “철학” 그리고 “그림”을 추구하는 두 젊은이의
안타깝고 슬픈 로맨스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우리는 평소에 별을 바라보며 소원도 빌고 희망을 노래하지만
결국 우리의 현실은 차가운 땅에 있는 법. 어쩌면 이상적인 사랑은
하늘 위에 있는 별빛처럼 쉽게 닿을 수 없는게 당연할지도.
주인공 이재이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재벌가의 둘째 아들이다.
그런데 그는 돈과 효율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혼자 돌연변이처럼
행동한다. 돈이면 다 되는 듯 말하는 가족들과 달리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고 세계관을 논하는 철학도인 그는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현실에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작가님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으로 다가온 인물이다.
미국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이재이는 친구 민태석을 만났다가
꿈에 그리던 여인 윤소이를 재회하게 된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시화전에서 만난 그녀를 계속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면 혼자서
사랑의 시를 쓰기도 했던 이재이. 그의 눈에 윤소인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그늘이 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어마어마한 빚을
갚기 위해서 5년째 작은 미술 학원을 경영해온 그녀는 영혼을 갈아가며
일하느라 지쳐있는 상태였고 재이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상속권 포기까지
결심하면서 형에게 뭔가를 얻어내려 하는데....
뜨거운 사랑.. 혹은 무모한 사랑? 나는 이 대목에서 책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를 말리고 싶었다.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나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행동이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책에 몰입할수록 사랑 앞에서 주판알 튕기는 게
먼저인 요즘 사람들 같지 않은 순수함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먹이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과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하는 신의 눈빛으로 소인을 바라보는 재이.
<서리꽃>을 읽다 보면 계속 화가 반 고흐의 삶과 그의 유명 작품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 언급된다. 자연스럽게 그의 비극적인 삶과
이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나는 이 로맨스가 어디를 향해 달려갈지를
조금 짐작하게 되었다. 제발 내 추측이 틀리길 바라면서 말이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재이가 소인을 데리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여행에 나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흥의 보림사와
시인의 숲 산책길 등 여행지는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함께 이어지는 사랑의 시는 예쁜 둘의 사랑을 잘 그려낸다.
마침내 두 사람은 소인이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 파리로 향하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추모비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데...
별빛 아래에서 나눈 맹세는 땅 위의 현실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여행이 아름다울수록 돌아와 마주할 현실이 마음에 걸렸다.
돈과 가족의 이해관계 속에서 재이의 순수한 사랑이 소인을 지켜줄 수 있을지,
그 무모하리만큼 곧은 마음이 끝내 상처받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그의 사랑을 어느새 나도 응원하고 있다.
닿을 수 없어 보이는 별빛이 두 사람의 발밑을 조금이라도 밝혀주기를 바라면서.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