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 괴물인가?

무엇이 인간인가?

얼마 전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외눈박이 거인은 어쩌면 홀로 양 떼를 치며 살아가던, 애꾸눈의 덩치가 큰 섬사람은 아니었을까?' 과거의 사람들은 실제로 괴물을 만났다기보다 생김새나 생활 방식이 자신들과 너무 다른 사람들을 괴물로 규정하고 배척했던 것은 아닐까?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긴 했지만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괴물의 탄생>을 읽으면서 나의 추측과 비슷한 관점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러 신화와 전설 속 기이한 존재들을 다루면서도 인간이 괴물이라는 개념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해온 방식에 더 주목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조금 다른 존재를 경계 밖으로 밀어내고 '괴물'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던 것은 아닐까?

그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동안 특정 존재를 괴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일이 인류의 오랜 폭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원주민을 약탈한 역사가 괴물과 마녀를 물리친 영웅의 이야기도 뒤바뀌기도 하고 다른 믿음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괴물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차이는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은 서열을 만들고 질서를 세우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해왔다.

책 속 여러 사례들이 이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48쪽에 나오는 페트루스 곤살부스와 그의 가족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로 취급받은 경우이다. 그들은 오늘날 다모증으로 설명되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동물처럼 다루어지고 무시당했다. 124쪽에서 다루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폭풍우> 속 캘리벤 역시 식인의 관습이 있는 원주민을 괴물의 형상으로 이미지화한 경우였다. 괴물이란, 이처럼 누군가를 타자로 만들고 경계를 긋고 서열을 매기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어본 결과, 괴물화에는 세상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욕망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야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단단해질수록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 존재는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괴물로 만드는 일은 그 사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것이기도 하다. 고통을 외면할 수 있게 되면? 그에게 가하는 폭력도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

8장 <기계>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로봇과 AI,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창작의 분야까지 AI가 맡게 된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책에서 다룬다. 어쩌면 모든 것이 기계화된 질서 속에서 오히려 몸을 가진 실체인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예외이자 불편한 존재로 취급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솔직히 이 장을 읽는 동안 좀 공포를 느꼈다. 인간이 비인격화되고 기계의 재산처럼 다뤄질 수도 있다는 상상은 소름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다른 존재를 분류하고 통제해온 인간이 이제는 반대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온다.

<괴물의 탄생>을 읽고 나니까 독서를 하기 전에 내 스스로 물었던 질문이 달라졌다. 다양한 괴물의 종류가 나열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왜 괴물을 만드는가?"가 이 책이 품고 있는 진정한 주제인 것 같다. 영화 속 외눈박이 거인을 외딴섬에서 살아가던 한 사람으로 상상했던 것처럼, 이 책은 "괴물"이라는 익숙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단어 너머의 것을 들여다보게 해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면의 질문, "혹시 나는 나와 다르고 낯설다고 해서 차별의식을 가지거나 인간성을 부정한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나 자신과 사회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괴물은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이상한 생명체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어놓은 경계선 밖으로 밀려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