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스
박지선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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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희가 사랑하는 걸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어."


<루미너스>는 디스토피아적 SF 소설이자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이며, 상실과 애도를 이야기하는 가족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흐려진 세계에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묻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전쟁이 끝나고 남북이 통일된 근미래의 한국. 이곳에서 로봇은 누군가의 아이와 연인, 보모가 되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한다. 반대로 인간은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며 점차 로봇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나 이렇게 인간과 로봇의 물리적인 경계는 무너지고 있음에도 로봇은 여전히 차별 받게 되고 인간에게 소유되는 재산으로 취급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온 남매 준과 모건, 그리고 오래전 잃어버린 형제 요요가 있다. 참전 군인 출신인 준은 현재 로봇 범죄 수사대에서 일하고 있으며, 모건은 대기업에 소속된 로봇공학자다. 


서로 멀어진 두 사람은 로봇 납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만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과거와 사라진 형제 요요에 관한 기억을 마주한다.


한편 퇴행성 질환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잃어가는 열한 살 소녀 뤼지예는 버려진 로봇 부품을 찾아 고물상을 헤맨다. 로보웨어의 도움을 받아 손과 다리를 움직이는 뤼지예는 그곳에서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로봇 소년 요요를 발견한다. 


기계의 힘으로 몸을 움직이는 인간 소녀와 기계의 몸으로 인간처럼 느끼고 사랑하는 로봇 소년. 두 사람의 만남은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자연스럽게 뒤집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루미너스>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경계의 무너짐’이었다. 이 작품 속에서는 그 무엇도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 남성과 여성, 인간과 로봇 사이의 경계가 끊임없이 흔들린다. 


과거에는 여성으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남성으로 살아가며,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된 준 그리고 모건을 인간 남자보다도 더 깊이 사랑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스티븐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루미너스>는 독자들을 일부러 모호한 경계 위에 세워놓은 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구분이 정당한지 묻는 듯하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로봇공학자인 준과 모건의 아버지는 요요를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생각했겠지만, 아이들에게 요요는 함께 성장하고 사랑했던 형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녀들이 요요에게 느끼는 애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요요가 사라지면서 남겨진 가족의 관계도 함께 무너지고 만다.


로봇 형제와 함께 성장한 아이들에게 요요가 금속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과연 중요했을까? 그들은 이미 요요를 마음 깊이 사랑했고, 그의 상실을 실제 가족의 죽음으로 받아들였다.  로봇이라는 정체성 보다는 함께한 

시간과 기억,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그들을 가족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루미너스>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서사적 재미도 있으나 이야기 내내 깊이있는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 놓고도 그들의 감정과 권리를 부정하는 인간은 과연 자신이 주장하는 만큼 인간다운가? 인간이 기계의 몸을 받아들이고 로봇이 인간처럼 사랑하는 미래에도,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존재할 수 있을까? SF 소설이 가진 파격적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동시에 펼쳐 보이는 소설 <루미너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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