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심리학 : 영조·사도세자·정조 편 -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조선왕조 심리 실록
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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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 가운데에도 ‘금쪽이’가 있지 않았을까? <왕의 심리학> 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심리를 연구하는 한민 저자의 <왕의 심리학> 은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과 가족관계, 양육자의 태도 등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왕들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특히 숙종에서 시작해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왕실의 심리적 대물림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책은 먼저 영조의 아버지인 숙종의 성격을 살핀다. ‘금손’이라는 반려묘를 키웠을 정도로 다정한 면도 있었지만, 숙종은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처리하려는 냉혹한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그는 경종의 어머니인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렸고, 그 결정은 이후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후폭풍을 남겼다. 장희빈의 아들 경종은 왕위에 올랐으나 재위 4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당시 연잉군이었던 영조는 형을 독살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과 끊임없는 의심이 영조의 편집증적 성향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렇게 쌓인 영조의 분노와 불안은 아들 사도세자에게 향했다.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때로는 무관심하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등 상당히 비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아버지를 극도로 두려워했던 사도세자는 점차 회피적인 성향과 경계선적 특성을 비롯한 여러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흘러갈지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사도세자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마치 광인처럼 변해버린 그가 왜 그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조선 왕실이라는 특정한 무대를 배경으로 왕들을 ‘심리’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점이다. 신하들의 반란과 암살 가능성을 늘 경계해야 했고, 끊임없이 자신의 정통성과 통치 능력을 증명해야 했던 조선의 왕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충분히 받기 어려웠다. 그런 환경에서 안정된 내면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기질도 작용했겠지만, 극심한 정치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그들이 지닌 심리적 취약성을 더욱 악화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왕들도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사랑받고 싶어 했고,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했으며,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다. 한 나라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들이었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늘 두려움에 쫓기며 내면에 상처를 쌓아온 사람들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왕들에게 연민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결함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주한다.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 영조.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고 만 사도세자.

결함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낸 정조.



저자가 먼 과거에 살았던 조선 왕들의 심리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는 왕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저자에 따르면 많은 자녀가 ‘나는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모의 삶을 반복한다. 세대 간 전이를 끊으려면 어느 한 세대의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왕의 심리학> 은 왕들의 내면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질문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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