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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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지금으로부터 천 년 후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는 소설 <천 년의 후더닛>.

밖에서는 열 수 없는 문으로 봉쇄된 셸터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자연스럽게 완벽한 밀실 구도가 조성되었다.


방금 냉동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캡슐 테그미네 안에서 미라처럼 바싹 말라죽어 있는

동료 ‘시몬’의 시신. 범인은 누구이고, 도대체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천 년의 후더닛>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보여주는 SF 소설

특유의 매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소설의 긴장감과 스릴을

독자들에게 동시에 전달한다. 한마디로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해서

한번 펼치면 도무지 손에서 떼어놓기 힘든, ‘페이지 터너’라고 할까?


아내와의 사별로 삶에 대한 희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쿠란.

그는 2038년 다른 여섯 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인류 최초의 냉동 수면

실험에 참가한다. 사실 쿠란에게는 천 년 후에 다시 깨어날 거라는

기대보다 이대로 손쉽게 죽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천 년 후에 깨어난 쿠란은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기 시작한다. 죽은 아내의 미소를 닮은 여인

시나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지만, 기묘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

시몬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천 년이 흐른 지구에 대한 호기심도

그에게 삶의 의지를 되찾아 준 듯하다.


사실 이들은 이제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막막한 상황이었다.

영화 <마션>에 나오는 맷 데이먼처럼 극단적인 고립감은 아니더라도

이미 자신들이 익숙했던 세상은 사라진 상태이고, 그나마 안전한

셸터 밖의 지구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함께 잠들었던 시몬은 아주 기묘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몇 명이 힘을 합쳐야 동면 기계의 튜브를 연결하고 해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미라처럼 되어버렸고, 더군다나 등에는 칼까지 꽂힌 상태??!!!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깨어난 여섯 명 중 하나?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쿠란과 동료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천 년의 후더닛>의 큰 줄기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치 낯선 행성처럼 변해버린

천 년 후의 지구 탐험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허물어진

건물들과 점점이 흩어져 있는 백골들, 그리고 야수처럼 공격적인

거대한 까마귀들!!


특히 까마귀 떼의 공격은 마치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행성에 선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SF 소설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아내를 잃은 후 쿠란에게 있어서 삶은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속 빈 강정이었다. 그래서 죽음이나 다름없는 긴 잠을

선택했다. 그런데 천 년 후 깨어보니 미래는 또다시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상황.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호기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백미는 후반부에 있다. 시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의 베일이 벗겨지는데, 그 진실이 실로 경악할 만하다!!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히는 것을 넘어서서 앞에서 읽은

장면들을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말하자면 제목 <천 년의 후더닛>에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듯,

이 사건의 진실은 ‘천 년’이라는 아주 길고 두꺼운 시간의 흐름 속에

숨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야기 곳곳에 사건의 진실을 암시하는

힌트와 복선이 숨어 있었다.


천 년 후의 지구라는 SF 적 상상력과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밀실 속의 살인,

낯선 세상을 탐험하는 스릴과 마지막에 빵 하고 터지는 반전까지….

SF와 추리소설의 매력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작품

<천 년의 후더닛>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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