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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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내내 살아온 나는 계절의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다. 결혼한 이후 주말이면 시댁 농사를 가끔 도우면서 비로소 계절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지만, 입춘이나 하지, 처서 같은 절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사실 요즘은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사계절 내내 비슷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계절에 대한 감각은 점점 무뎌지는 듯하다. 자연과 조금씩 멀어진 삶 속에서 만난 <절기 감각>은 모르고 지나쳤던 계절의 시간을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을 통해 다시 체감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미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라가며 절기마다 가장 빛나는 식재료와 음식을 소개한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라는 말처럼, 이 책은 특정 시기에 가장 신선하고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제철 식재료를 이야기한다. 음식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인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봄을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처럼 세심하게 나누어 살펴보는 방식이었다. 입춘에는 묵혀 두었던 묵나물을 통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춘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봄을 즐기는 방식인 염소 치즈와 푸이퓌메를 소개한다.



저자는 묵나물을 통해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발효와 건조 같은 저장법으로 시간을 저장했던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반면 춘분에서는 치즈와 와인, 딸기 향이 감도는 술과 쑥 바게트 등을 통해 계절의 맛을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미식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같은 봄이라도 절기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과 맛을 보여주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다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근래 들어 인간은 동물적 본능에서 꽤 멀어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우리는 계절을 몸으로 느끼기보다 달력과 날씨 예보로 확인하고, 먹고 싶은 음식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간다. 편리해진 만큼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은 조금씩 희미해진 것은 아닐까.



절기의 의미는 ‘새로운 변화를 알아채고, 그것에 맞춰 오늘과 내일의 행동을 결정하는 체계’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계절의 흐름을 읽고 그 시기에 가장 알맞은 음식을 선택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갔다. 청명의 미더덕덮밥과 입하의 초당옥수수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그 향과 달콤함이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절기 감각>은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는 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시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계절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무뎌졌던 계절의 감각을 다시 깨우며 자연의 시간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따뜻한 인문 에세이였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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