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목지 - 검은 물 아래 잠든 비밀이 깨어난다
조진연 외 지음 / 북오션 / 2026년 7월
평점 :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시작되는 가장 서늘한 이야기
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무더운 여름이면 괴담이 유행한다. TV와 유튜브 채널에서는 전국의 흉가와 저수지 괴담을 소개하는데, 이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살목지" 괴담이다. 특히 낚시꾼들을 홀려서 기묘하고도 공포스러운 체험을 하게 만든다는 수살귀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 <살목지>라는 제목 그 자체도 음산하고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단순히 귀신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더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의 색채가 짙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 <살목지>는 저수지 '살목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네 편의 호러 단편소설집이다. 4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과 관점으로 살목지에 얽힌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재미있었던 부분을 말하자면, 이 이야기들은 무조건 귀신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내면의 어두운 감정들 - 집착, 광기, 욕망, 죄책감 등 - 을 소재로 삼아서 머리끝이 쭈뼛 서는 소름 돋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첫 번째 작품 <수장>은 호러에 살짝 추리와 스릴러를 가미한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참혹한 사건을 겪은 정수는 물에 빠진 시신을 건져내는 사설 잠수부가 되어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을 앞둔 행복한 예비 신부였던 여동생 유리가 살목지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 거의 귀신도 때려잡을 듯한 분위기의 정수가 여동생의 흔적을 좇는 상황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특히 뭔가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가진 광기와 집착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듯한 단편.
두 번째 이야기 <검은 물>은 아마도 살목지라는 공간이 애초에 어떻게 조성이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듯한 이야기였다. 1974년 살목리에서 3명의 주민들이 연이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곧이어 마을에 저주를 내린다는 '검은 물'이 동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 70년대 당시 부패한 권력과 무속 신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마치 한마을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4편 중에서는 가장 토속적인 호러의 매력을 보여준 듯한 작품.
세 번째 이야기 <악수>는 사실 줄거리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목지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 건강을 담당하는 심리상담사 우현의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는데, 단순히 귀신을 말하기보다는 인간의 "악의"를 더 강조하는 단편이라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네 번째 이야기 <물발자국>은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여 결국엔 악의에 집어삼켜지는 어리석은 인간을 다룬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내내 어쩌면 주인공이 이렇게 혐오스러울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단편.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 그리고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묶어 놓은 듯한 책 <살목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다고 느꼈던 것이 “귀신” 혹은 “수살귀”를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악의, 집착, 광기, 욕망 등을 더 강조하면서 이런 것들이 오히려 수살귀보다 더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따라서 살목지란 단순히 저수지라기보다는 인간의 어두운 기억을 품은 거대한 무의식처럼 느껴졌다. 열대야로 인해서 잠들기 힘들다는 분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서늘한 책 <살목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