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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그 집, 다시 지어선 안돼."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오래전부터 글은 건축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설계와 재료, 그리고 시공까지. 무엇을 소재로 얼마나 꼼꼼하게 지었는지는 글을 읽는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가>는 나에게 매우 탄탄하고 고풍스러운 한옥 같았다. 그러나 그 기둥 깊숙한 곳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는 집 말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호령했던 독재자이자 대통령이었던 이운암. 수많은 사람들의 피 위에 권력을 세웠던 그의 생가가 어느 날 거대한 화재에 휩싸이며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주인공 지재헌은 그 생가를 지은 도편수 지범근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절연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살에 가까운 의문의 죽음을 맞으며 남긴 "생가를 복구하지 말라."는 유언 때문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 다른 인물인 시록은 무병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운명에 역마살을 집어넣고 트럭을 몰며 살아가는 여성이다. 어머니 역시 그녀의 눈앞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모든 비밀의 열쇠인 '시록아빠'를 찾아 헤맨다.
불타버린 생가를 복구하는 일을 다른 도편수들이 모두 꺼리면서 결국 그 프로젝트는 지재헌에게 맡겨진다. 그는 평생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차가운 복수심을 품은 채 그 일을 시작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생가와 이운암이 감추고 있던 끔찍하고도 사악한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계속해서 질문하게 된다.
● 지재헌이 생가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 소설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시록아빠의 정체는 누구일까?
● 사람들이 스스로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악독했던 독재자 이운암과 이 집은 과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몇 번이나 감탄했다. 만약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영화 <파묘>의 뒤를 잇는 K-호러 오컬트 스릴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심장을 조여 오는 공포와, 거대한 무언가가 서서히 다가오는 듯한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런 류의 오컬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이 책은 결국 '집'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기도 하다. 집은 단순히 사람이 살아가는 건축물이 아니라 기억을 품고, 역사를 저장하며, 때로는 인간의 욕망과 죄악까지도 담아내는 그릇일지 모른다. 예부터 인간의 몸이 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듯, 이 소설은 집 역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일단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공포스럽고 잔인한 장면들이 적지 않기에 이런 장르에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는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처음에는 잘 지어진 한옥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그것은 한 채의 건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거대한 비밀의 설계도였음을 깨닫게 되는 소설 <생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