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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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신의 존재, 종말, 영성, 부활 등 SF 장르 안에서

신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작품이다.

혹은 이미 첨예하게 기계화되고 디지털화된 미래 사회에서

'신'과 '신학'을 논하는 소설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나는 평소 인간의 기원과 신의 존재에 대해 늘 궁금했다.

보통은 진화론으로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지만, 사실 우리는

아직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이야기하는 표제작 <존재의 대연쇄>는 무척 흥미진진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20년 전 노트북을 고치다

감전 사고를 당하는 순간 아주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는

테리 데이비스라는 인물이 나타나 성경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주인공은 죽음과 부활, 구원과 심판, 종말과 영생 같은

신학적 주제에 깊이 빠져 있는 '피에르'라는 닉네임의 친구와 함께

'신성한 격자 공간'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인류를 창조한 존재가

외계 종족 '엔지니어'였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어떤 면에서는

진화론보다 더 흥미로운 가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존재의 대연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세계

자체가 인격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천상계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거대한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펼쳐 보인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인간이 신에게 품었던 수많은

원망과 질문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오늘은 기분이 나쁘니

게임 속 세상에 홍수를 일으키고, 기분이 좋아지면

NPC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플레이어처럼 말이다.

그래서 컴퓨터와 게임 문화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단요 작가의 소설집으로, 표제작 외에도

다른 여러 단편이 함께 실려 있다. <사랑하는 신의 생일>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의 불안을 안고 살아온 유하와 칼리굴라가

서로에게 공명하며 세상을 바꾸어 가는 이야기다.


<세상의 이름은 기린>은 태초의 신화를 읽는 듯한

아름다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고,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특별한 감각 기관을 가진 또 다른 인류의 존재를 가정하며

종교에서 말하는 '기적'을 SF적으로 재해석한다.

<빛 속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인공지능도

신경쇠약을 겪을 수 있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결국 <존재의 대연쇄>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상상하기 보다는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 우주, 디지털 세계를 빌려

인간의 기원과 신의 존재, 영생과 부활 그리고 이 세계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펼쳐보인다.  읽고 난 뒤에도 '만약 우리의 세계가

정말 누군가가 만든 거대한 프로그램이라면?'이라는

질문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신학과 철학, 그리고 SF가 만나는 지점을 경험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소설집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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