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함께 있을 땐 가족과의 시간은 당연하고 뻔하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 하루를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는 시간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어떤 변화로 인해서 함께할 수 없을 땐

그런 평범했던 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된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브라질에 있는 어머니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딸이 컴퓨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불편해도

시차를 맞추고 굳이 얼굴을 보면서 영상 통화를 한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루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과를 들려주고 동네에 있었던 뉴스를

공유한다. 엄마가 즐겨 보는 연속극 주인공의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는 딸. 몸은 떨어져 있으나 마음만은

늘 함께라는 것을 서로에게 말하는 듯한 엄마와 딸.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서 서로에게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된다. 유학생의 외로움,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느끼는 불안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유학이나 여행 등으로 한 번쯤 일정 시간 동안 집을 떠나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해될만한 감정.


책 제목에 나오는 ‘푸른빛’은 바로 컴퓨터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을 이야기한다. 이는 어쩌면 이 책이

스카이프라는 화상 통신 기술에 대한 시선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갑게만 여기는 기술이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도구가 된 상황. 은은하게 내리는 빛이 서로를

감싸주는 듯.


이 책은 다정한 모녀의 관계를 통해서 “독립을 준비하는 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주인공 딸은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났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것을 다 놓아버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더라도 기억과 추억은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소중한 관계가 쉽게 깨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런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저자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의 문제는 마치 시를 읽는 듯

매우 아름답고 담백하다. 감정이 과하지 않고 마치 눈송이가

지면에 닿듯 가볍게 마음에 머문다. 특히 두 사람이 화면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장면은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서로의 향한 그리움과 애정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나는 평생 권위적인 엄마의 철문 같은 마음의 문을 여느라

고생했는데, 친구 같고 자매 같은 든든한 엄마가 있는 주인공

딸이 그래서 부러웠다. 나의 깨알 같은 일상과 소소한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엄마와의 우정을 평생 가져가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우리에게 몸이 멀어질 수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랑은 차가워 보이는 컴퓨터 화면의 푸른빛을 타고

내내 흐르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듯한 소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오늘은 잘 지냈어?’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그 소박한 인사가 사람의 마음을

이어준다는 것을 다정하게 들려준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