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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구락부
이화경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평점 :
일본의 지배에서 풀려나고 나라가 해방이 되었다고 믿었으나
그것은 반쪽짜리 자유였다. 어떤 이는 희망을 잃었고 다른 누군가는
이상을 잃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타 민족의 혼란을 틈타서 쉽게
권력과 명예를 얻었던 이야기.. 그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소설
<비밀구락부>
한 나라의 역사는 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자신의 소중한 삶을 지켜나가려 했던 개개인들의
서사가 있었다. 책 <비밀구락부>는 격동의 세월을 살아냈던
개인들의 치열한 삶을 들여다본 소설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쳐서 미 군정 그리고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마치 소용돌이 같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
애란, 현욱 그리고 주드 이 세 사람의 삶을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소설 <비밀구락부>
애란, 본명 천아지는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엄마에 의해 남의 집
민며느리로 팔려갔다. 그러나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시댁을 탈출하는 그녀.
신여성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미국인들에게 도움을 받지만
끝까지 시대는 그녀에게 냉혹했다.
채현욱은 경성제국대학에서 사회주의를 접한 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좌파 이상주의자가 된다.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공산주의가
제국주의와 빈부격차를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
그러나 그가 믿었던 이상 역시 끝내 현실과 권력 앞에서 철저하게 기만당한다.
반면 미국 방첩단 소속의 주드는 이념보다는 권력과 성공을 택한
현실주의자다. 혼란한 시대를 자신의 기회로 삼아 출세를 거듭하고
부를 쌓는다. 이상을 좇았던 채현욱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이 소설의
중심축을 담당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주 큰 반성을 했다. 내가 우리 민족 질곡의
역사,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방 이후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리던 우리나라가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반으로 갈라지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고 씁쓸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치적 갈등과 분열된 상황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만 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해방을 맞이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는 다른 민족의 혼란을 이용해 권력과 부를 거머쥔 주드가
중심 빌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니 그 역시 단순한 악인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결손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그는 끝내 자신이 갈망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파더 리'에게서 찾았고, 권력에 집착하게 된 것 역시 그의 결핍이
만들어낸 또 다른 생존 방식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바로 애란이 아닐까.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삶을 바꾸려 했던 매우 강인한 여성. 더 나은 삶과 사랑을 꿈꿨지만
험난했던 시대는 그녀를 스파이로, 또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웠다. 그녀가
겪어야 했던 비극은 사랑의 실패라기보다 시대의 혼란이 빚어낸 참혹한
희생이지 않을까?
<비밀구락부>는 소용돌이치는 격동의 세월을 겪어낸 세 인물이 펼쳐내는
강렬한 드라마적 서사로 독자들을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제주 4.3 사태 등 민족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비극과 그들 삶에서 발생하는
비극이 교차하면서 나라와 개인의 운명은 결국 함께 가는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누군가는 이상을 믿었고, 또 누군가는 지독하리만치 현실의 권력을 좇았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꿈꿨다. 그러나 혼란했던
시대는 그 누구의 꿈도 온전히 허락하지 않았던 것. <비밀구락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개인들의
삶을 펼쳐낸다.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한 채 등장 인물들의 비극적 삶을
아주 드라마틱하고 몰입감있게 그려낸 소설 <비밀구락부>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