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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6월
평점 :
홀로 있는 물고기는 약하다. 혼자 떠돌아다니다가
쉽게 상처 입고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무리를 짓는가 보다.
상처 입은 마음을 서로 보듬어 안고 물속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듯한 물고기 같은 사람들 이야기인
소설집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는
일본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5가지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결핍과 상처 그리고 상실 등
필연적으로 비극으로 이어질 듯한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연대와 회복을 말하기도 하는 책이다.
울고 있는 낯선 이에게 다가와 어깨를 빌려주는
눈부시게 따뜻한 인간 존재를 말하는 듯한 5편의 단편들
이 중에서 인상 깊었던 3편의 단편을 소개해 본다.
<카메룬의 푸른 물고기> 고아원에서 자란
남자친구 류 그리고 할머니와 둘이서만 살았던
사키코. 거칠게 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몰랐던 류는 결국 자신을
돌봐줬던 다나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사키코를 떠나게 되는데...
물속에 있으면서도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미친 듯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물고기가 생각났던
단편. 예상치 못한 깜짝 반전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사키코에게 든든한 내 편이 있었다는 사실...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하루카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가지고 늘 그녀를 괴롭혔던
다오카.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 하루카는
다오카에게 주먹을 날려서 코피를 터트리는데...
-너무 슬프지만 가끔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 엄마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게이타의 마음을 하루카가
이해하는 것처럼. 입안에 하루카를 품은 물고기 형상의
레쓰코 할머니가 떠오르는 단편.
<물결 사이로 떠다니는 옐로> 하루아침에
자살로 남자친구를 잃은 사요. 하지만 음식점 ‘블루리본’
에서 슬픔을 달래며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15년 전 인연을 믿고 임신한 채 사장 ‘후미’를
찾아온 여자 다마키 씨. 다소 뻔뻔스럽지만 이상한
매력을 가진 다마키를 미워할 수는 없는데...
원래는 수컷이지만 노란색이 되면 암컷이 되는
색댕기곰치. 내 아이를 갖고 싶고 여자가 되고 싶었던
후미 씨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던 단편. 상처 입은
이웃들을 다 안을 수 있는 넉넉한 품에 내면까지 단단한
후미 씨처럼 되고 싶어졌다.
첫 번째 이야기처럼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안타깝고
슬플 수가 없다. 읽는 동안 눈물바다를 만든 단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란 양면적인 존재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간이란 단점이 너무 많지만 동시에 너무도 아름다운
존재들 이다. 그리고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타인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는 법. 또한 타인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순 없어도 곁에서 그가 가라앉지 않도록 내내 헤엄쳐
줄 수는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듯한 소설이다.
우리는 내가 추락하는 와중에도 추락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줄 수 있다. 상처 입고 상실을 견디어
가는 갖가지 색깔의 물고기로 이루어진 작은 수족관을
구경한 기분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