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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최해린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6월
평점 :
"무언가 뒤가 켕기는 짓을 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영원히 젊겠어,"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소설이라 처음에는
마치 럭비공처럼 느껴졌던 소설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외계인과 음모론, 언론 취재와 액션이 뒤섞인 한 편의
흥미진진한 SF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본
결과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바로 "왜 여성은 늘 착한
영웅이어야 했을까? 가 아닐까 싶었다.
인턴 기자 강결은 정식 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사에 취재 계획서를
제출한다. 그것은 바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는 정체불명의 존재 '사임당'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
1973년에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인 그녀가 지금까지 늙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겠다는 게 그녀의 계획이다.
그러나 선배 기자인 구보라는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면서
이를 단칼에 쳐내고 만다.
포기하지 않는 강결은 결국 직접 사임당을 찾아 나선다.
취재를 위해 주택에 불을 지르고, 사임당에 매달려 날아가는 등
위험한 선택을 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에까지 휘말리는 강결.
결국 엄마까지 함께 비밀 군사기지로 날아가게 되면서
강결은 외계인이 중심이 된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SF 적 상상력과 액션이 더해진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만
보면 아주 흥미진진해 보이지만 결국 핵심은 타인을 구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자신을 공격한 이에게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는, 착해빠진
'사임당'이라는 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왜 하필 여자 영웅은 늘 착하고 희생적이고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존재여야 했을까?
조선 시대에는 지아비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열녀문의
주인공이 된 착한 여성들이 있었고. 산업화가 한창일 때는 오빠와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 논문을 송두리째 도둑맞아도 티끌만 한 분노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이 땅의 여성들.
그들이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가
그녀들을 "착한 영웅"의 틀에 가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임당이 무시무시한 외계인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희생하는 여성" 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 지점에서 제목인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라는 것도
아주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언제나 젊고 아름다워야만 제대로
된 여성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땅의 여성들은 머리칼이 백발이 되어서도 안되고 주름이 져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표면적으로는 SF 장르의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스토리" 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와 부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소설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온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듯한 이 소설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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