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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어둠
황시운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6월
평점 :
"괜찮아요, 엄마.
우린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던 거예요."
가끔 신이 우리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나? 싶을 정도로
크나큰 불행이 덮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서로 똘똘 뭉치는
가족도 있지만 불행의 크기가 너무 크면 오히려
서로 상처를 주고 갈등하는 가족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환한 어둠>에 등장하는 정희의 가족이 그랬다.
계곡에 놀러 갔다가 동생 제희가 장난으로 밀어
버리는 바람에 무방비의 상태로 다이빙을 하게 된 정희.
척추가 네 개로 쪼개지면서 그는 하지 마비에 온몸이
불타고 찢기는 듯한 신경성 통증을 얻게 된다.
그때부터 이 가족의 고통의 마라톤이 시작된다.
아빠는 술에 절여 살다가 결국 부모는 이혼을 하고
제희는 엄마의 냉담한 태도와 아빠의 폭력적인 학대를
견디고 견디다가 결국 가출을 하고 가출 청소년 집단인
팸에 합류하여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게 된다.
하루아침에 자식이 큰 사고를 당하면 그 어떤 부모가
제정신을 가지고 살겠는가? 부모의 마음은 산산조각
이 나고 거대한 구멍이 뚫린다. 그러나 사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안타깝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젊디젊은 나이에 마비가 되고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정희의 상황은 그야말로 비극이고
형이 이렇게 된 후 늘 가족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했던
제희가 느꼈을 죄책감과 허무함도 깊게 느껴졌다.
상당히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다. 불행의 크기가
너무 커서 한번 놀랐다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느끼는
아픔에 몰입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 존재로서
우리가 삶을 통해 경험하는 상처나 고통에 대해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장애를 가진 가족의
돌봄 문제나 자식이 아플 때 부모가 겪는 불화
아픈 아이가 있는 집의 경우 나머지 아이들이 겪는 소외
깊은 절망에 빠진 가족들이 무심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부분이라던가...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조금 클리셰이긴 하지만 나는 힘든 일을 겪는 친구나
지인에게 늘 이런 말을 하곤 했다. “ 지금이 가장 어두울 때고
곧 새벽이 온다”라고. 그러나 서로 미워하기만 하는
이 가족이 과연 새벽을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은주 그리고 보미가 이 가족에게 찾아온 것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살짝 해봤다.
<환한 어둠>이 말하자면 아직은 어둡지만 조금씩 동이 터오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정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게 한 소설이다. 각자가
짊어진 불행의 무게가 너무 커서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겉으로는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고통을 같이 느낄 정도로
이 가족은 가슴 깊은 곳에서는 늘 서로를 사랑했던 것 같다.
비극적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소설
<환한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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