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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과 전쟁 - 무기화된 화학 이야기
앨리스 러브조이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6월
평점 :
필름과 전쟁을 연결시키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봤을 땐, 혹시 ‘전쟁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가?라며 혼자 속 편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필름이란 게 여러 화학물질을 혼합하여 만든 제품이란 것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필름은 초기에는 나이트로셀룰로스 그리고 나중에는 셀룰로스아세테이트라는 주요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는데, 필름을 만들어낸 기술은 후에 점점 더 파괴적인 무기를 생산하게 이른다.
<필름과 전쟁>은 말하자면 필름을 하나의 화학 제품으로 바라보며 미국의 코닥과 독일의 아그파 같은 필름 기업들이 20세기 화학산업과 전쟁, 그리고 국가 프로젝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영화를 만들던 공장이 어떻게 군수 산업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 사진 필름을 생산하던 기술은 왜 독가스와 폭약, 나아가 맨해튼 프로젝트와 핵 개발 이야기로 이어질까?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서 필름 제조에 필요한 원료와 화학 공정, 그리고 생산 설비가 평범하게 영화 산업에 쓰였다가 전시 체제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통해서 차근차근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필름이 단순히 사진과 영화를 기록하는 매체이기에 앞서 산업과 과학 기술의 산물이었다는 점이다. 필름을 만들기 위해 축적된 화학 기술은 전쟁을 통해서 핵 개발과 방사능까지 이어지게 된다.
<필름과 전쟁>은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화학 물질에 대한 이야기부터 미국의 영화 산업, 군수 산업,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핵 개발 그리고 독가스 생산과 폭발물 제조 등등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고 특정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아주 자세하게 소개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필름’ 하면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고 ‘코닥’ 하면 그런 필름과 예쁜 카메라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필름을 생각하기 이전에 화학 물질들이 떠오른다. 그 물질들이 어디에서 왔고 나중에는 무엇을 만들기 위해 쓰였는지 생각하면 좀 소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필름’이라는 이 물질 안에 숨겨져 있는 긴 역사와 거대한 세계를 보여준다. 어떤 화학 기술이 산업, 국가 그리고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책 <필름과 전쟁>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