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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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나를 찾고 싶은 우리들에게

사람의 가방은 그 사람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대학생 시절에는 책, 이어폰, 화장품이 들어있던 가방에는 이제 기저귀와 젖병 그리고 물티슈 등이 들어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아이의 문제집과 간식 그리고 학원 일정표가 들어있는 우리 엄마들의 가방. 그렇게 가방은 누군가의 삶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가방이 아이의 물건으로 가득 차면 찰수록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조금씩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 가방에 내가 없다>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리는 책이다. 딸에서 아내로, 그리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꿈과 삶을 잠시 뒤로 미뤄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은 특별하다. 우리 여성들에게 있어서. 사실 가방은 누구나 매일 들고 다니는 평범한 물건이긴 하지만 이 안에는 한 사람의 시간과 역할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저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동안 살았던 삶을 정리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희 (김수다)님의 이 문장이 기억 속에 남았다.

"마흔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어울리지 않는 가방은 바꿔 맬 수 있다는 걸. 빠뜨린 건 다시 챙기고 필요 없는 건 꺼내 놓으면 된다는 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산부인과 의사로 바쁘게 커리어를 쌓았던 저자. 그러나 사실 그녀의 젊은 날 꿈은 바로 뮤지컬 배우였다. 아마도 현실과 꿈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렸을 저자의 마음이 글을 통해 보이는 듯 했다. 비록 커리어는 길지 않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게 되었지만 그녀는 카페에서 조용히 노트북을 켠다.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긴 하지만 언제라도 원하는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던 글. 나이를 먹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깊이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황별초 (한빛나}저자의 글로 인상적이었다.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일은 없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아이의 인생을 든든하게 비춰주는 등대가 되어주는 일뿐이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법.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가장 애틋했던 문장은 바로 양혜진 저자의 이 문장이었다. "이게 어린 날의 나를 토닥여 주는 것 같아." 어린 시절 충분히 받지 못한 부모의 사랑.. 아이를 키우는 일이 부모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준다는 말로 들려서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온 문장이다.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아주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야기인 <내 가방에 내가 없다> 그러나 어떤 시기에는 아무리 스스로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잠시 미뤄둬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니까. 살아가면서 '나'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한 가방. 이 책 <내 가방에 내가 없다>는 엄마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가방 속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나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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