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
이경진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잊지 못할 과거의 한 장면이 있을 것이다. 특히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 즉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 아끼던 반려동물의 죽음, 혹은 내가 했던 어떤 선택에 대한 후회까지.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이 또 다른 희생을 불러온다고 해도 과연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캐나다의 작은 도시 리치먼드힐. 민정은 사랑하는 남편 철수 씨와 함께 한국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곳으로 이민을 왔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고 이웃들은 친절하다. 가을이면 단풍잎이 곱게 물드는 이곳. 모든 것이 조금 낡았지만 고풍스럽고 따뜻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풍경도 어느새 가족의 일상이 되어간다.

 

이곳에서 삶을 가능하면 아름답고 평화롭게 꾸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민정. 아들 타미가 태어난 이후 행복은 2배가 되었다. 물론 단점은 있다. 아주 오래된 저택이라 늘 어딘가가 삐걱거린다. 그러나 뭐든지 다 있는 프레드의 잡화점에서 구하면 된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행복. 민정은 그런 일상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민정은 그만 늦잠을 자게 되고 그런 그녀의 영향으로 철수는 직장에, 타미는 학교에 지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간발의 차이로 학교 스쿨버스를 놓치게 된 타미. 민정이 직접 자동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려 하지만 그날 따라 퍼붓는 비.. 그리고 결국 예상치 못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타미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눕게 된다.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이 어딘가에 닿았던 것일까? 그동안 내내 접혀 있던 과거라는 사진첩이 민정의 눈앞에 펼쳐진다. 우연히 타게 된 2층 버스, 그 미스터리한 공간에서 민정은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안타까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단 한 번이라도 실수와 후회되는 선택을 바로잡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영화 <나비효과>에서 그랬듯이 우리가 과거를 다시 선택하면 현실도 바뀐다. 이 소설은 약간 스릴러 느낌을 줬던 영화 <나비효과>를 좀 더 따뜻하고 애절하게 바꾼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날아가 자신의 선택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2층 버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선택의 결과들.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면 모든 것이 행복해질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읽는 순간 순간이 너무도 따뜻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소설 <리치먼드힐의 이층버스> 이 책은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냉정한 운명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소중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위대한 사랑을 말하는 걸까? 특히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이야기에서 뚝뚝 묻어나온다. 만약 나에게 그 이층 버스가 찾아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그리고 모든 걸 걸고서라도 선택할 용기가 있을까?

 

특히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만약 나에게도 그 이층 버스가 찾아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까. 그리고 정말로 그 선택을 바꿀 용기가 있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