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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을 담근 채 ㅣ 독고독락
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6월
평점 :
진심을 말하고 나면 우리가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 아닐까
청소년기의 사랑은 그 어떤 시절보다도 순수하고
풋풋하며 진정성이 있다. 이성 친구의 친절한 말 한마디와
성실한 태도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지어 보이는 미소 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의 시작이 가능한 시절.
그래서 주인공 ‘나’는 도무지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성빈을 향한 감정을 도무지 억제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진학 후 사람이 별로 없는 동아리라서 도예반을 고른
나는 도자기에 진심인 데다가 너무도 착한 성빈에게 그만 푹 빠져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세차게 내리던 그날, 늘 거리를 두는 성빈의
감정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던 ‘나’는 그만 뱉어내듯 갑작스럽게
그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게 되는데...
“ 나, 너 좋아해. 친구로서가 아니라 ”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에 그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나도 모르게 주인공 ‘나’의 감정에 크게 이입해버린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성빈이가 정말 훈훈하고 선비 같긴 하다.
마치 갓 나온 따끈따끈한 핑크빛의 순정만화를 읽는 기분이었다가
어느새 나는 냉정해진 마음을 안고 ‘인간을 닮아가는 기술’과
‘차이와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게 된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 남자는 아주 섬세하고 따뜻한
느낌을 가진 인공지능 사만다와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다.
몸만 없다 뿐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하고 주인공을 배려하는
그 마음은 어떤 여성보다도 더 깊게 그에게 다가왔던 것.
이 책 <물에 담근 채>을 읽으면서 영화 <her>를 떠올린
이유는 앞으로 기술이 더욱더 발전할 우리 사회의 미래에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계라고 치부했던 어떤 존재가 마음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면.... 도무지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판단조차 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그런 상황이 다가온다면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더욱더 인간의 ‘고유성’을 주장할지도 모른다. 인간 아닌
존재들이 아무리 인지능력과 감정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차별은 더 심해질 수 있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 책 <물에 발을 담근 채>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풋풋한 로맨스로 시작했던 작품은 어느덧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과연 기술이 완벽하게 인간을
흉내 내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짧은 가제본이지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 책
<물에 발을 담근 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