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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성해나 작가의 첫 기담집 <인비인>을 읽었다.
총 3편의 단편이 실린 가제본인데, 한마디로 그야말로
독서 시간 순삭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어버릴
만큼 몰입도 최강의 작품들이다.
소개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귀신은 등장하지 않지만 기괴하고 오싹하다.
싸늘한 공포가 이야기 전반에 흐른다. 생과 사라는 알 수 없는 신비를 거치는
인간. 우리는 수많은 생과 사를 거듭하며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고 말하는 듯한 소설이다.
책. 첫 번째 이야기 <인비인> 영화감독인 듯한 주인공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다는 한 노인의 편지를 받게 된다. 원고지 총 마흔 묶음의 긴 편지를 읽는 주인공. 그런데 이 편지에는 잔인하다 못해 인간이기를 거부했던 일본 731부대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인비인>은 우리가 잘 아는 그 인간 대상 생체실험 부대, 731부대 이야기이다. 점령지의 사람들을 실험체로 사용하여 잔인하고 가혹한 실험을 진행했던 일본.
마치 SF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현실이 펼쳐진다. 악마들도 형님이라고 할 듯한 지독한 일을 저지르고도 평범한 얼굴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태연한 모습이 오히려 더 큰 공포를 안겨준다.
두 번째 이야기 <윤회당한 자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나’는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경험을 한 후 아주 엉뚱하고 괴짜인 큐를 술자리에 부른다. 이제는 히트작을 찍어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큐로부터 재미있는 소재를 얻어낸 ‘나’는 한 오래된 아파트의 슈퍼마켓으로 향하게 되는데...
<윤회당한 자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었던 작품. 언젠가는 꼭 전생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단편을 통해 한 느낌이다. 실제로 전생이 있는지, 인간이 윤회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신이 굴리는 주사위 게임에 의해 다양한 생으로 던져지는 인간을 묘사하는 듯한 단편.
세 번째 이야기 <아미고> 주인공은 스턴트맨이다. 그러나 한번 부상을 크게 당한 이후로 영화 촬영에 있어서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과학 기술은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스턴트만 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 전 행운의 동전 점을 친 주인공의 손에 떨어진 것은 바로 불운 의미하는 동전의 뒷면.. 오늘 촬영은 과연 불운에 의해 지배받을 것인가?
로봇이라는 과학 기술과 동전점이라는 신비가 만나서 아주 묘한 느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듯. 아무리 기계라도 로봇을 존중했던 주인공의 귀에 로봇이 '저들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무사할 거예요'라고 속삭인다. 기계가 스스로의 인지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착각은 아닐까?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냥 스쳐갈 수도 있는 아주 별나고 기묘한 생과 사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이야기를 길어 올린 책 듯한 책 <인비인> 취향 저격인 이야기들 덕분에 매우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다.
굳이 귀신이나 괴물을 등장시키지는 않지만 성해나 작가는 우리가 어떤 부분을 제일 두려워하는지 아는 것 같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잔혹한 역사의 한 장면과 설명하기 힘들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듯한 전생과 윤회 그리고 불쾌할 정도로 인간을 닮아있는 기계까지...
각 세 편의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으나 결국엔 '비인간'의 얼굴을 통해 '인간의 괴이함과 기이함' 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되고 있는 듯하다. 기묘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