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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일레븐 / 2026년 5월
평점 :
뭔가 낯이 조금 뜨거운데... 하면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 책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가족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에 외로움과 쓸쓸함을 일으키더니
조금은 치사한 연애의 현장으로 우리를
끌고 가는 책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저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이나
느낌 등을 아주 잘 묘사한다. 그런 표현들이
아주 맛깔나고 핵심을 관통하기에 나는 저자에게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예를 들자면, 65쪽에 나오는 이런 것들,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은 때로 그 선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내가 늪에서 허우적댈 때면 그들은 순백의
위로를 건넸다. 나는 잔뜩 더럽혀진 내 손이 그 위로에
때라도 묻힐까 노심초사하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서 친한 친구에게
날것 그대로의 분노나 슬픔 등을 털어놨다가
상대방의 얕은 위로나 훈계에 흠칫 놀랐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91쪽 “어떤 여자들의 죽음”에서는 외할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저자가 ‘모녀 관계’의
이상함에 대해 반추하는 장면이 있다. 평생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외할머니가 사실은 엄마에게는
매우 모진 어미였다는 놀라운 사실....
겉으로 보면 아주 평화롭고 서로 매우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족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역기능적인
면이 조금씩 있다는 점... 역시 저자의 표현대로
한의 대물림이라는 게 있는가? 생각도 했다.
남자와 연애를 다룬 부분에서는 저자가
솔직하다 못해서 발칙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젊었을 당시, 남자 때문에, 혹은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때문에 패배감에 젖어 살던 그때의
기분이 확 되살아났다.
예를 들자면, 172쪽 “침대에서 내가 묻지도
않은 전 여자친구 얘기를 털어놓던 남자들아,
그때 너희들의 뺨 싸대기를 세게 올려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단다.” 같은 문장들
이걸 읽고 나도 모르게 옆에 있지도 않는,
이 세상에 지금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는
전 남자 친구의 뻔뻔한 얼굴을 올려붙이는
상상을 아주 잠시 했다. 상당히 시원하고
재치 있는 이런 표현들이 이 책에는 아주 많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썼던 기억이 나서
바로 블로그로 뛰어가 그때 쓴 서평을 찾아봤다.
아뿔싸, 책에 제대로 몰입을 못하고 그냥 마구 휘갈긴
글이 보였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그때는 왜 몰랐지?
당시에는 추리소설에 빠져 살던 시기라 이 책의
진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저자는 상당히 재치 있고
표현력이 뛰어나다. 일반인들이 잘 묘사를 못하는 부분도
포인트를 짚어낸다. 정말 재미있고 공감이 많이 갔던
책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