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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 살인 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6년 5월
평점 :
딸의 죽음은 자살로 끝났다.
아버지는 그것을 '시작'으로 바꿨다.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면 부모는 그들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그냥 죽음도 원통한데 괴롭힘 때문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는 아마도 부모님은 더욱더 괴로울 것이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책 때문에... 심각한 학폭에 시달렸던 미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무려 5년간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오래된 폐가 2채에서 각각 젊은 남자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들은 죽기 전에 심한 폭행에 시달린 정황을 보이고 있었으나 정작 죽은 사유는 바로 복어독? 그리고 이들이 발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또 젊은 여성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듯 그녀도 또한 복어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들은 바로 미진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학폭 사건의 4인방 중 3인이었다.
한편 학창 시절 미진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민가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차고 겁 없는 청춘인 20대 민가흔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 여행에서 막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주에서 워홀을 하는 동안 주인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지만 오히려 상황을 자신 쪽으로 되돌려 어마어마한 합의금을 받을 정도로 담대한 여성이다. 그런데 이런 야무진 가흔이 코인 사기에 걸려들다니,,,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일까?
<복어독 살인 사건>은 강렬하고 끔찍한 살인의 묘사로 시작한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미진이 당했던 학폭에 대한 묘사가 더 끔찍하다고 느껴졌다. 영화 <글로리>에 버금갈 정도의 잔인한 학폭 가해자들의 만행들... 오히려 학폭 가해자들의 죽음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민가흔이 왜 코인 사기를 당한 걸까?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었던 신남선도 똑같은 곳에서 사기를 당했고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신남선의 제자였던 최가로 변호사가 등장한다.
학폭과 그로 인한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치명적인 복수 등등 이 소설이 다루는 사건 자체는 끔찍하고 매우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반면에 가흔과 남선 그리고 최가로 변호사로 이루어진 이 트리오 덕분에 이야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흥미진진해졌다. 외로운 가흔에게 언니가 되어주는 최가로 변호사와 엄마처럼 돌봐주는 신남선 선생님. 이들이 풍기는 인간미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원칙주의자이고 융통성 제로였던 신남선 선생님의 허당미와 변신이 웃기고 놀랍다. 편의점에 알바를 하러 가면서도 정장을 입고 갔던 우아하고 교양미 넘치는 이 중년 여성은 자기 마음대로 사는 가흔에 의해서 약간 불량 주부(?)처럼 변한다. 선글라스에 가죽 잠바 그리고 강렬한 색으로 염색한 머리까지! 약방의 감초 같은 그녀 신남선의 활약이 재미있다.
그러나 끝까지 목숨을 지키고 있던 일진의 주동자 조은령이 자신의 집 앞 놀이터에서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 이미 일진 3명의 범인은 밝혀진 상태라서 조은령을 만나러 갔던 민가흔이 이 살인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찍하게 되는데... 마치 절벽 끝으로 밀려난 듯 위기에 빠진 민가흔... 과연 그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복어독 살인 사건>의 작가인 윤자영 선생님이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라서 학폭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추리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장에 계시는 분인 만큼,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잔혹한 범죄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인간미가 넘치는, 코믹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복어독 살인 사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