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탄생 - 신의 목소리와 인간의 응답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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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경전의 탄생>은 생각보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고 생경한 용어들의 반복이 이어졌다.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 과목을 공부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낯선 용어들의 의미를 찾아가며 한 독서의 경험은 매우 풍요롭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경전들의 역사를 찾아가는 책인가 했는데 그렇다기보다는 인간이 우주 만물과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독자들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인간의 뇌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좌뇌가 분석과 논리를 담당한다면 우뇌는 상징과 은유, 예술과 직관을 이해한다고 한다. 경전이란 우뇌의 방식, 즉 전체적으로 세상과 우주 만물 그리고 삶과 죽음과 같은 인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도의 사상이 와닿았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 인간이자 신인 하나의 몸에서 파생했다는 관점은 종교가 가진 초월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부분을 말하는 듯 했다.


그의 입은 브라만이 되었다.

달은 그의 정신에서 태어났다.

배꼽에서는 우주의 중간 영역이 생겨났고

머리에서는 하늘이 진화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처음에는 경전이 글자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전은 찬가였고, 낭송해야 할 시였고 하나의 춤과 노래, 즉 의식이었다. 지금처럼 책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구전으로 내려오는 경전을 직접 소리 내어서 외우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삶 속에서 실천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서 아리아인은 리타 (우주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서 전투를 했고 브라흐만 (지고의 실재)을 찾기 위해서 시인과 사제가 서로에게 모호한 질문을 던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지각하고 통찰하기 위해 돕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롭다고 느꼈던 것이 뭐냐면, 각 민족마다 경전이 시작된 그 뿌리, 즉 종교의 기원이 민족성을 반영한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서 이스라엘 민족의 경우는 고대부터 아시리아 제국에 의한 추방과 민족 멸절의 공포가 있었기에 야훼의 메시지와 약속에 집착하는 면모가 있었고, 인도는 지금도 과학과 기술 분야에 뛰어난 민족인데, 우주의 질서와 원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은 예와 인 그리고 제례 등과 같이 종교도 일종의 세속적인 철학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모든 종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은 바로 ‘케노시스’ 즉 자아 비움이다. 각 종교마다 다르게 표현하지만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으로 나아간다는 점은 비슷했다. 유교를 대표하는 성인 공자는 자기중심적 충동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타인을 공경하고 배려할 것을 강조했다. 인도의 마하비라는 “아힘사” 즉 ‘비폭력’을 강조했는데, 이는 모든 실체 하나하나를 대할 때 친절과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독교의 이웃 사랑도 결국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개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 역사의 첫 시점부터 현대까지 엄청나게 방대한 양을 다루고 있는 <경전의 탄생>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는데 워낙 많은 종교와 시대를 다루다 보니 내 머리가 이 지식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마음에 남는다. 우선 첫 번째는 불교 개념인 ‘둑카’ 말하자면 ‘인생은 반복되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왜 괴로운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종교가 생겨났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두 번째는 ‘케노시스와 테오시스’ 즉 자기 비움과 신성화. 즉, 하느님의 영접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의 핵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책이다. 인류 종교의 전체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다 담겨있다고 주장해도 무방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다 배움을 필요로 할 만큼 밀도 높고 농축되어 있는 지식이다. 이 책은 그냥 종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기 보다는 인류 역사를 종교 관점에서 바라보고 탐구하는 성격을 가진 인문학 책이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굳이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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