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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건축 여행 - 이탈리아 건축가와 함께 걷는 도시 산책
조항준 지음 / 여가도시 / 2026년 5월
평점 :
몇 년 전 혼자 이탈리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피렌체, 밀라노, 토리노까지 세 개의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개인적으로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피렌체가 가장 좋았다.
그러나 대도시 밀라노의 활기와 시끌벅적함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각 도시마다 굉장히 넓은 광장이 있고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채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있다는 것.
내가 묵었던 숙소들을 잊을 수가 없다. 겉으로 보기엔 몇 백 년이라는 세월을 간직한, 낡은 모습이었지만 실내는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이었다. 오래된 벽, 천장 등 클래식한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조명, 색감, 가구 배치 등을 통해서 상당히 아름다운 분위기를 창출해 내고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적 감각을 타고났구나 싶었다.
이 책 <밀라노 건축 여행>은 바로 그런 이탈리아의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종의 사진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풍부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도시를 천천히 구경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색감이 풍부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건물들뿐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물들 그리고 환경을 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건물들 등등 이탈리아의 현대 건축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책은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된다. 밀라노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걸으며 건축물을 감상하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밀라노의 진짜 얼굴을 만나기 위해선 무엇을 봐야 할까? 마치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처럼 이 책은 밀라노의 현대 건축을 여섯 개 코스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본인이 관심 있는 코스나 건축물을 골라 읽어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보다는, 오래된 공간을 다른 용도로 재생시킨 사례가 많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서 59쪽의 '갈레리에 디탈리아'는 원래 은행으로 사용되던 세 개의 건물을 하나의 미술관으로 통합한 공간이라고 한다. 은행 시절 사용되던 지하 금고는 이제 작품을 보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환경과 도시 재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탈리아인들의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색감에 진심인 건물들이 많았다는 점도 좋았다. 124쪽에서 소개되는 '엔하우 호텔'은 원래 192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 밀라노 공장을 감각적인 디자인 호텔로 바꾼 프로젝트라 한다. 실로 감탄이 나올 만큼 다채로운 색깔의 향연이 펼쳐진다. 로비의 아크릴 샹들리에의 화려함에서 출발하여 톡톡 튀는 컬러감을 가진 객실까지.. 이 호텔에 묵으면 마치 원더랜드에 떨어진 앨리스의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진짜!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 230쪽에 소개되는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나무들의 도서관이다. 국제고층빌딩 상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혁신적인 마천루'라는 수식이 붙은 건물인데, 외벽을 따라서 나무, 풀, 꽃들이 심어져 있다. 도시의 미세 먼지와 소음을 흡수하고 계절 변화에 따라 건물 전체가 다른 색으로 물든다고 하니... 환경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도 살린 건물이다. 진짜 너무 아름다워서 할 말을 잃은 기분이다.
읽으면서 감탄에 또 감탄을 했다. 다채로운 색감과 독특한 개성의 디자인을 가진 데다가 주변 환경과의 맥락까지 잊지 않은 건물들... 건축물을 단지 구조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는, 마치 생명이 있는 존재로 대한다는 느낌이다.
오래된 건물들을 그냥 허물지 않고 최대한 되살리는 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건물이 많다는 점도 매우 의미 깊다. 이렇듯 오래된 시간 위에 새로운 감각을 덧입히며 탄생한 건축물들.. 아마도 밀라노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계속 감탄이 나오게 했던 <밀라노 건축 여행>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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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