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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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꽃을 의미한다는 "라플레시아". 이 꽃은 특히 고기가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겨서 파리들이 왕창 꼬인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파리가 꽃가루를 옮기면 금방 죽어버린다고 하니.. 그로테스크한 그 외면에 비해 생명력은 짧은 듯. 잔혹 범죄를 주로 전담하는 광역 수사대 팀장 강시호의 등에 이렇게 차마 꽃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거대한 꽃이 문신으로 떡하니 새겨져있다. 왜 하필이면 라플레시아일까?

수십 년 전 일본에서는 옴진리교가 살포한 사린가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침 통근 지하철 속 그 정신없는 와중에 독가스 살포라니 .. 양심도 없는 놈들 같으니..... 최근 우리나라에도 사이비 종교 문제가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주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쉬운 젊은이들을 노리고 접근한다니 교활하고 야비하기 그지없다. 이 소설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은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사이비 종교와 그 속에서 군림하며 사람들을 착취하는 추악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다룬다.

어릴 적 작은 어선에서 시체꽃 모양으로 죽은 여동생과 함께 발견된 시호. 그녀의 등에는 시체꽃 모양이 문신으로 새져겨 있었다. 아들을 잃은 강규식 형사에게 입양된 그녀는 이후 여동생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자 형사가 된다. 낮에는 주로 잔혹한 범죄 현장을 뛰는 형사로, 밤에는 라플레시아 문신을 새겨주는 타투이스트로 바쁘게 살아가는 그녀. 인간관계는 사치.. 드라이하게 살아가며 오직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만을 좇는다. 이 소설에서는 특히 강시호의 액션이 두드러지는데, 소설의 첫 장면에서 불법 격투기장에 들어가 몸소 격투를 벌이며 범죄자들을 때려잡는 모습은 진짜 박진감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대부 업체를 운영하는 신영호라는 사람이 한 고급 아파트 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원한에 의한 죽음이었는지 어땠는지 얼굴은 곤죽이 되어 있고 범행에 쓰인듯한 다짐육 망치와 약간의 살점 그리고 치아가 식기세척기 안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게 보안과 경비가 매우 삼엄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이라는 점이다. 오직 지문으로만 드나들 수 있는 이 아파트를 드나든 사람은 본인 신영호와 아들 신태광, 가사도우미 김희령뿐이다. 그렇다면, 이건 흔히들 이야기하는 밀실 살인? 

한편 소설의 다른 화자인 민서는 가난한 집안 환경으로 인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이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갑질 손님에게 시달리면서 살아가던 그때 인생의 멘토라고 할 만한 사람인, 제이 언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 손에 자란 제이 언니, 그러나 밝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그녀에게 반해버린 민서는 제이 언니가 이끄는 한 공동체에 발을 내딛게 된다. 장터에서 열심히 물건도 팔고 밴드 공연도 하며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활동도 하는 건전한 공동체로 보이던 그 종교 단체... 그러나 그들이 숨기고 있던 추악하고 거짓된 욕망.. 그 비밀스러운 모습이 민서 앞에 드러나는데...

계간 미스터리와 엘릭시스 미스터리 부문에서 수상을 한 한새마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면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등장인물의 경우, 여동생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죽음에 대한 자책감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고 단서 하나라도 얻기 위해 현장을 발로 뛰며 고군분투하는 형사 강시호. 그녀가 가진 놀라운 범죄 해결력에 뛰어난 액션까지! 걸크러쉬가 따로 없다. 거기에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눈치코치 없는 우 형사가 콤비를 이루며 다소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도 마치 감초처럼 느껴졌다.

스토리 구성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듯. 강시호가 위험을 무릅쓰고 잔혹한 범죄현장을 뛰어다니는 것도, 밤마다 시체꽃 문신을 새겨가며 이와 관련된 단서를 얻는 것도 결국엔 여동생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고 하는 것. 끈질긴 추적 끝에 강시호가 타고 있던 어선에서 많은 아이들이 죽은 이유와 그녀의 등에 시체꽃 문신이 새겨진 이유가 밝혀지는데.. 그 더러운 욕망의 민낯을 보고 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개인과 사회는 동떨어질 수 없는 것. 추악한 욕망과 본래의 목적을 숨긴 채, 순수한 젊은이들을 가스라이팅해가며 몸을 불려가는 사이비 종교 관련자들.. 그 나쁜 놈들을 다 색출해서 관련자들을 다 감방에 처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호의 액션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더욱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이었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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