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섹스/라이프 1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 스킨 ] 은 <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 의 스핀오프 책이다. 원작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떄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치도 사실 매우 높았다. 혹시나 그저 그런, 오락성만 짙은 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해서 말하자면, 이 책도 원작만큼 웃기고 재미있지만 약간 다른 진지함이 묻어난다. 주인공 비비가 15세 소녀로 등장하는데, 그녀의 동네 아줌마같은 수다스러움이 깨알같은 재미를 주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십대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자살이나 거식증 혹은 약물 남용 그리고 임신까지...... 이렇게 심각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동시에 독자들을 웃길 수 있다고? 그렇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글의 화자는 15세이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중2 병을 앓고 있고 그와 비슷한 상태의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며 내 15세 시절은 어땠는지 떠올려봤다. 정말 엉망진창... 매일 외모 고민하고 체중 고민하고 죽고 싶다가도 내일 세상이 끝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었던 순간순간.. 이 책에도 고스란히 그런 내용이 나온다.

가끔 어떤 영 어덜트 소설을 읽어보면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진지하고 성숙하게 그려져서 전혀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 주인공인 비비와 나이트는 그렇지 않다. 그냥 십대가 어떤 세상을 겪고 있는지를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호르몬이 폭발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고.. 너무 외롭다가 누군가가 관심을 보여주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에 푹 빠지게 되고.. 너무나 예민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그 모습.. 그 모습을 작가는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증오하고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18세 소년 나이트, 반면에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이트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 ( 무서워서 ) 비비. 나이트는 유일하게 비비에게 마음을 열지만 비비는 나이트가 정말 무섭기만 하다. 사실 이 둘의 연애 이야기는 첫 번째 책을 읽어 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 나이트가 심각한 또라이라는 것. 등등.. 그러나 어쩔 수 없는게 나이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줄 좋은 어른이 곁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인간 관계가 불안불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 관계를 못한다고 해서 연애를 할 수 없다? 그건 아니다. 오히려 미친 듯이 사랑에 몰입하는 나이트. 그가 청소년 시절에도, 그리고 다 커서도 안정된 현실을 살아가기 힘들 거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지만, 가끔 보이는 아기새처럼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비비는 반해버린다. 모든 사람을 증오하고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나만은 공주처럼 여기고 있다면? 마법사에게 홀린 듯 끌리게 되지 않을까? 연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지만 심리적 문제가 다분하고 자기 혐오에 찌든 나이트와 사귀게 되다니... 폭탄을 짊어지고 전장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처를 각오하는 것이라지만, 그리고 첫사랑은 원래 결코 아름답지 못한 것이긴 하지만 보는 내내 안타깝기만 했다. 그렇긴 해도 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때때로 심각하긴 해도 밝고 긍정적인 비비로 인해서 웃음과 재미가 보장된다. 그리고 90년대에 십대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흑역사? 혹은 좌충우돌 투성이었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고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 같다. 문화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청소년 시절에 겪을 만한 살아있는 연애를 잘 묘사해 준 책 [ 스킨 ] 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