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감자 1
감자 지음 / 더오리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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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저는 돈 많은 돼지보다 돈 없는 소크라테스가 되겠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아주 큽니다.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죠. 취업할 만한 곳은 정해져있고, 더더군다나 괜찮은 자리는 얼마 없는데, 청년들은 이상과 꿈을 가득 품은 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곤 사회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되죠. 저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을 때도 그 괴리감에 조금 방황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방황은 방황도 아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맞닥뜨린 현실은... 그야말로 처참했죠.

이 책 [ 직장인 감자 1,2 ] 권의 주인공 감자씨도 해맑은 얼굴로, 희망에 부푼 가슴을 안고 대학을 졸업했을 겁니다. 인테리어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감자씨는, 방송국에 가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방송 아카데미를 다닙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희망이 있었거든요. 방송국에 취직해서 삐까뻔쩍한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 라구요.

아카데미에서 소개해 준 감자씨는 작은 프로덕션에 인턴으로 취업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아주 맵고 짠 진짜 쌩 사회 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작으나마 월급이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멍게 사장님 ( 뭔가 항상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 압권 ) 은 썩소와 비웃음을 날리며 인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합니다.

“ 저는 인턴 월급이 따로 지급된다고 알고 있는데.... 여쭤보고 싶어서요. ”

“ 뭐...? 월급...? ”

“ 야, 내가 부탁받아서 너희 받아주는 건데 점심이라고 먹여 주는 거에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실망한 채 울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감자씨의 동그란 얼굴이 애처롭게만 보인다. 옛말에 고추보다 매운 시집살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젠 청양고추보다 백배 매운 인턴살이라는 말이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문제는 월급이 없다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멍게 대표는 ( 이 만화책에 등장인물들은 모두 채소 – 홍당무 / 아니면 견과류 – 땅콩, 도토리 / 아니면 해물 – 멍게 로 표현되는데 희한하게 그 모습에서 성격이 드러난다 ) 은근 슬쩍 여성 사원들의 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중국 바이어들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통역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등, 성 인지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행동을 보입니다.

" 살 좀 빼! 감자씨! 궁둥이 엄청 크네!!! "

" 도토리씨! 처녀가 어떻게 배가 불러 ?"

" 아, 설마 임신했어? 그럼 해고야, 해고! 넝담~ "



꾸역꾸역 이 프로덕션을 다니고 있던 감자씨는 한 작은 방송국에 있는 피에로 PD 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고 당장 그만두게 되는데... 감자씨는 새로운 방송국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날 수 있을까요?

한국 청년들의 전쟁같은 취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준 것 같은 만화책이었습니다. 그림체도 너무 귀엽고 감자 작가님의 재치가 더해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리나라 청년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정말 거지같던 20대가 떠오르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집안의 지원을 받아서 임용고시에, 공무원 준비 등등을 했는데, 저는 동생 ( 지금은 의사가 되었지요 ) 등록금 보태느라 학원일을 시작했었거든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약간 머리가 이상한 원숭이같은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답니다. ㅋㅋㅋㅋㅋ 몇십만원 받고 그 참.. 욕이 나올 뻔 했네요. 어쨌든 이 책은 정말 큰 공감을 자아냅니다.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취업을 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 ( 짜디 짠 월급, 탄력 근무제 - 말하자면, 야근이 하도 많아서 집에 못간다는 말...등등 ) 을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비단 방송계의 현실만이 아닐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은 중요합니다. 중요하죠. 그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 이거 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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