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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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 정신분석 강의 ] 는 실제로 그가 1910년대에 두 번에 걸쳐서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마치 대화하듯이 편하게 술술 읊어내는 강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난해하여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막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어가면 갈수록 이 내용을 내 삶에 일어났던 일들과 한번 연결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 1부는 실수 행위들제 2부는 꿈, 그리고 제 3부는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중 28번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되 정신분석학이란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는 것을 주지시킵니다. 학문이란 것, 특히 사람 심리를 다루는 과학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우선 프로이트 박사가 제 1 부에서 다룬 실수 행위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인간이 하는 실수 중에서 우연에 의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다소 어렵긴 하나 반면 많은 사례를 들어주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 실수 행위들 ”에서 프로이트 박사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 말하기, 잘못 쓰기, 망각에 근거한 실수 등의 사례를 예로 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실수 행위란 것은 엄연히 무의식이 저지르는 심리적인 행위이고 두 개의 다른 의도들 사이에 간섭하기와 간섭받기를 통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단원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봤던 한 영화와 제 경험이 생각났어요. 영국 영화 [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에서 주인공 브리짓은 불쾌한 눈빛을 보내는 상사의 이름을 실수로 철자를 바꿔서 부르는 바람에 그의 이름이 Pervert 가 되고 말아요. 여기서 Pervert 는 변태라는 의미지요.

또 하나는 예전에 제가 너무 다니기 싫어했던 회사가 있었어요. 출장을 너무 자주 다니고 운전을 많이 해야해서 이직을 심히 고민했던 회사인데 유독 그 시절에 열쇠를 차 안에 넣어놓고 문을 잠그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죠. 그때 부른 렉카만 해도 100대가 넘을 겁니다. 그런데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런 실수를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나의 무의식이 회사가 얼마나 싫은지를 보여준거라 봅니다.

제 2 부 꿈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꿈이 충족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꿈 해석을 한 이유는 주로 신경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것이었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꿈이 신경증적 징후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 꿈 ” 은 하나의 심리적 현상이고 꿈-작업은 “ 잠재적인 꿈을 외현적인 꿈으로 변환시키는 일 ” 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일종의 유아적인 단계의 꿈을 꾸는 사람들, 즉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꿈으로 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 이차 가공 ” 이라는 검열을 거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신중한 꿈의 해석이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여러 번 학교에 대한 꿈을 꿉니다. 강의실을 잘못 찾기도 하고 수업을 듣지 않은 채 1학기를 몽땅 흘려보내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꿈 속에서 유학을 가기도 하구요. “ 꿈 ” 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저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무의식의 발현을 꿈 속에서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학을 간 것은 이해하지만 강의실을 잘못 찾거나 수업을 아예 듣지 못하는 꿈을 왜 계속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경우는 아마도 자기 검열에 의한 이차 가공의 꿈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프로이트가 사례로 든 한 여성의 꿈처럼 말입니다. 이 여성은 극장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결국 그 극장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급하게 서두른 결혼 생활에 대한 후회라고 결론이 났지요. 알쏭달쏭하군요.

제 3 부의 경우는 신경증에 대한 일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 망상 ] 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한 선량한 부인이 익명의 편지에 실린, 자신의 남편의 외도에 대한 루머를 그대로 믿어버리고 질투에 의한 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그녀가 그러한 유전적 기질이 있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점을 파악함으로써 원래 두려움이나 소망의 형태로 망상이란 것이 그 환자에게 존재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프로이트는 제 3 부에서 정신분석이란 원래 신경증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만든 치료법의 하나이므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유대 관계를 잘 조성해야 하긴 하나, 의사에게 비밀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저항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분석은 매우 힘이 든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도 파격적인 내용의 학문인데 그 당시에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온 학문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었으므로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 힘들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스물 한번째 강의에서 프로이트는 리비도의 발달과 성적 조직들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리비도 기능이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여러 번 모습을 바꾸며 발달해 간다고 합니다. 구순기적 충동은 다른 성감대를 통한 충동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자가 성애적 ] 충동으로 바뀝니다. 그 이후에는 자가 성애적 단계를 벗어나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어머니가 사랑 대상이 되는 시기에 다다르면 아이는 억압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라는 신경증을 앓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이 부분이 정신분석학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경증 질환과 관련하여 이 “ 리비도 ”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신경증 질환에 걸리는 것은, 그의 자아가 리비도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가 이 과제를 처리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자아가 약해지면 리비도의 요구가 엄청나게 많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외에도

불안 : 외부의 위험, 다시 말해서 예상했거나 예견했던 위협을 감지했을 때의 반응이며, 도망갈 때 나타나는 반사작용과 연결되어 있다. 자기 보존 본능이 표현됨. 신경증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리비도 이론과 나르시시즘 : 잠자는 사람에게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는 리비도 분배의 원초적 상태가 재현된다. 즉 이때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자아의 내부에도 리비도와 자아의 관심이 합치된 상태에서 서로 구별될 수 없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의 상태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전이 : 환자가 한 사람으로서 의사에게 다른 곳에서 일으켜진 감정을 옮기는 것. 사랑의 요구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저항으로 바뀌면 적대적인 공격으로도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최면술 요법 : 최면술 요법과 분석 요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최면술이 암시와 억압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반하여 분석 요법은 증상들을 일으키는 갈등과 같은, 질병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최면술 요법은 환자를 스스로 변화시키지 않지만 분석 작업은 의사와 환자 모두 열심히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정신분석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분석적 치유를 시도하고 환자 자신이 직접 그런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서문에서 말했듯, 정신분석 강의는 그 당시 지식을 갖추지 않았던 의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입니다. 쪼개읽기에서도 썼듯이 마치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강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개념이 어려웠지만 많은 사례를 들어주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꿈 부분에서는 그의 해석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다시 한번 읽고 나의 꿈을 분석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온라인 독서 모임 친구들과 함께 읽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 힘들었지만 보람된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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