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줄레이하 눈을 뜨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장편소설
강동희 옮김
걷는사람


줄레이하를 통해서 러시아 이주민들의 삶을 보았다.

러시아는 나에게 마음에서 상당히 먼 나라이다.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갖아본 적이 없어서 자료를 찾아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해 본적이없다. 러시아 부농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 사건도 역사상의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레이하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 주었다. 러시아 부농을 대표해서 시베리아 강제 이주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흔 다섯 살의 무르타자는 열 다섯 살의 줄레이하를 집으로 데려와 십오 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다. 지독한 시어머니인 노파 우프리하를 모시며 살고 있다. 결혼 한 그 해에 시어머니는 빠르게 눈이 멀고 귀도 먹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레이하를 젖은 닭이라고 부르며 쉴새없이 괴롭힌다. 이제는 줄레이하도 자신이 젖은 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르타자를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예지몽을 자주 꾸는 우프리하가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줄레이하가 죽을거라고 한다.

문장이 살아 움직이듯 묘사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 눈 앞에 줄레이하와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동네 율바시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초반부에 나오는 줄레이하는 굉장히 귀엽고 톡톡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는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남편인데도 좋게 생각을 하며 모든 것을 따르며 순종적이다. 숲의 정령에게 부탁을 하고 알라에게 의지하고 있다. 시어머니를 묘사하는 부분 또한 너무나도 귀엽다.

"꿈 이야기는 이와 비교도 안 된다. 못된 할망구는 저녁 내내 못살게 굴 것이다. 줄레이하가 꿈 이야기 듣는 것을 못 견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문이나  마찬가지이다." _p.42_

붉은 칸국인들의 약탈이 다시 시작되었고, 무르타자는 그들에게 이번에는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을 거라며 흥분을 한다. 빼앗기느니 차라리 가축들을 죽이겠다고까지 하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남편의 행동으로 줄레이하는 죽음의 위험에까지 처하지만 그래도 무르타자가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를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무자비한 약탈과 러시아의 과거 소비에트 정권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수가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국가적인 역사보다는 자꾸 줄레이하의 자그마한 체구가 눈에 밟혔다.

줄레이하는 혼자서 이주민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무르타자는 죽고 우프리하는 그렇게 바라던 아들과 둘이서만 남게된다. 오래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농민들의 길고 긴 시베리아로의 강제 이주의 여정이 시작된다. 수도 카잔의 임시수용소에서는 의사 볼프 카를로비치 레이베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고, 혹한의 추위 속에서 한 달을 보낸다. 그 후 이주민들을 꽉꽉 실은 수송 열차는 출발한다.  

수송열차의 감독자는 이그나토프다. 그는 당의 명령에 따라 가라는 곳까지 이주민들을 대리고 가고, 거기에서 대기하다가 또 다른 명령을 받으면 또다시 떠나고 대기하고를 반복한다. 이런 어렵고 긴 일정중에 이주민들은 탈주를 하기도 하고 죽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그나토프의 눈에는 그들의 얼굴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이 수송열차 여덟 번째 칸에 있던, 탈주를 하고도 남은 인원들은 끝까지 함께한다. 무르타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줄레이하를 나름대로 챙겨주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도 봄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 개월만에 시베리아에 도착을 한다. 하지만 바지선으로 강을 따라 이동을 하던 도중 배가 침몰하여 임신을 한 줄레이하를 제외한 모든 이주민들이 강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리가 부족하여 탈 수 없었던 노인들과 힘없는 이들과 그들을 관리하라고 보낸 코렐로프만이 소형 발동선을 탔기에 그들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그나토프를 감독관으로 한 이 서른 명은 버림을 받는다. 곧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줄레이하는 유주프를 낳았고 이제 서른 한 명이 된 이들은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살아남는다.

정말 잘 버텼다. 아무리 이그나토프가 그들을 혹독하게 부렸다고는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이들은 이 겨울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로를 도우면서 이들은 살아남았다. 앞으로 이들에게 빛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들은 이주민이다.

드디어 다른 이주민들이 왔다. 그리고 이들은 감시병들과 감독자 이그나토프의 지휘 아래 새로운 수용소에서 생활을 하며 마을을 건설한다. 시간을 흐르고 유주프도 8살이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이주민들은 아직도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렇게 버티는 삶을 살아가면서 변화된 줄레이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만을 바라보며 버티며 살아왔다. 그녀는 내가 귀엽게만 바라보았던 남편에게만 의지했던 서른 살의 그녀가 더 이상은 아니다. 홀로 스스로 일어났고 스스로를 지켰으며 아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사냥으로 자기 몫을 하고 의무실에서도 그녀의 몫을 다 해내고 있다. 아들의 몫까지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더 강인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강인함 속에서도 이전 그녀의 내면속에 있는 순수함은 더욱 빛이 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고맙기까지하다. 초반에 나왔던 우프리하의 예지몽은 과거의 줄레이하가 죽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했을 것임을 알게 됐다.

"그녀는 의무실의 좁은 숙소에서 거주하며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 틈에서 생활을 하고, 외국어로 대화를 하며, 사내들처럼 사냥을 하고, 세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녀는 맘에 들었다.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좋았다." _p.540-541_

얼마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작가도 러시아의 문학도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러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 '줄레이하 눈을 뜨다'를 통해서 이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러시아 이주민들의 삶을 조명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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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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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라이커티스 장편소설

이수영 옮김

시공사

클로리스라는 제목이 신비로워서 이 책에 시선이 끌렸다. 그리고 제일 처음 써져 있던 책의 내용 설명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고로 산속에서 길을 잃은 72세 여성 클로리스

막막함으로 삶의 길을 잃은 37세 산림경비대원 루이스

'길'을 잃은 두 여성이 들려주는 기이하고 따뜻한 구원의 여정

나이 차이가 많은 이 두 여성의 공통점은 '길'이다. 진짜 산속에서의 길과 삶에서의 길.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모든 길은 삶 속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클로리스와 남편 월드립씨는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던 중 사고가 난다. 클로리스가 눈을 떴을 때 윌드립씨는 움직임 없이 벼랑 아래 나무에 걸려있고 경비행기를 조정했던 테리는 엉망인채로 반이 조각난 경비행기 선채에 매달려 있다. 겨우 하루를 보내고 테리는 죽고 무전기는 꺼진것을 발견한다. 저 멀리 보이는 연기를 따라서 누군가라도 마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클로리스는 산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삼림 경비대원 데브라 루이스는 메를로 와인을 끊임없이 마시면서 일을 한다. 지난 11년간 살아온 작은 통나무집은 산악 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고산 숲 지대에 있고 라디오도 하나밖에 안 잡힌다. 이웃에 사는 경비대원 클로드 폴슨이 잠시 들러서 무선으로 조난신호를 들었다고 보고를 한다. 클로리스라고 세 번 말했다고.

이렇듯 72세 할머니 클로리스는 살기 위해 걸어 들어간 산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고 37세 루이스는 이혼을 하고 홀로 적막한 산속에서 살기 위해서 와인을 마시고 일도 하지만 방황을 하며 삶의 길을 잃는다. 이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끝까지도 서로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클로리스는 자신을 찾고 있는 수색대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끝까지 살고자 노력을 했을 것이다. 또한 루이스도 클로리스가 살아있을 거라는 집착같은 믿음을 갖았기 때문에 삶의 끝에서 자신을 놓지 않고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 두 여성은 서로를 잡고 서로의 삶을 지킨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좋다 나쁘다 딱 꼬집어서 말을 할 수 는 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변화가 있었다. 내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이 책에는 클로리스와 루이스 외에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수색팀의 블루어는 손에 끊임 없이 백묵을 묻히며 손을 건조하게 만들고,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를 시도때도 없이 한다.

블루어의 딸 질은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고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외지로 떠나서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경비대원 클로드는 산속에서 길을 잃어 심한 동상에 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코는 치료가 되지 않고 파란색으로 남아있다.

클로드의 친구 피트는 아내에게 상처를 받고 클로드에게 한동안 머물기 위해서 와 있다. 클로드가 말한 유령을 찍기 위해 카메라로 계속 촬영을 한다.

마스크 남자는 클로리스의 생존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고 그의 삶에 대해서는 클로리스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 조금씩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상이 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나누면 그 장면이 그냥 평범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은 뭉치고 흩어지고 생각을 하고 변화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경험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만큼 큰 것이다. 그것은 직접 경험을 해 보지 못한 사람은알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내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클로리스와 루이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서 그 다음이 궁금해 빨리 넘기고 싶은 생각도 들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냥 단순히 길을 잃은 여성들의 따뜻한 구원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깊게 삶을 생각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야기였다. 클로리스 할머니가 20년 후에 용기를 내어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고맙다. 할머니의 삶이 조금 더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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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 하루에 하나씩, 나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습관
소일 지음 / 판미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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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환경을 위해, 작은거라도 내가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고, 자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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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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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장편소설

정영목 옮김

해냄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약간 알고 있는 내용으로 내 삶에 적용시키기에는 너무 세상이 어지럽고 삭막하고 무섭다는 생각조차 들었기에 
그 동안에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책이다.

하지만 2019년 12월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나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2020년 3월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19는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전 세계의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 될지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인간 삶에 대해서도 극한에 처한 인간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그들만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앞으로의 삶에 희망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기 잘 했다. 그리고 희망을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에게 감사를 느낀다.

갑자기 앞이 안보이면 기분이 어떨까. 상당히 공포스러울 것 같다. 깜깜한 어둠속에 있을 때에도 공포감이 밀려오는데 앞은 하얗고 사물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그 공포감은 더 심할 것 같다. 그건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앞이 안 보이게 된다. 그래서 안과에 갔고, 그 안과 의사를 비롯하여 치료를 기다리던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과 그들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도 며칠 사이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실명은 전염병일 수가 없지만, 이 백색 질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되었다. 국가에서는 실명된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비어있는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는 경비가 삼엄하다. 그리고 부상당한 한 명이 도움을 요청하러 밖에 나가다가 사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신병원에 격리 된 이미 눈이 먼 사람들도, 그들과 접촉을 하여 보균자가 된 사람들도,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모두가 공포에 떨고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정신병원 안에서는 그들만의 질서가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조금씩 지혜롭게 눈먼 이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아내는 그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자신이 현미경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그런 행동이 경멸스럽고 외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볼 권리가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_p.98_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의 내용도,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도, 생각하는 내용도, 모든 부분이 콤마(,)로 나뉘어 지면서 이어져있다. 그래서 한 문장이 상당히 긴 편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내용이 끊긴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기 보다는 그것들 때문에 오히려 각 인물들의 내면과 상황 설명을 더 잘 파락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대화에서는 인물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 인물들의 어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계속 밀려들어오는 눈먼 이들 때문에 병동은 꽉 차게 되고 이들 사이에는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상황은 점점 악화 되어 어느 날 나무 막대기와 쇠막대로 무장한 눈먼 이들이 식사를 점령한다. 그들에게는 심지어 총도 있다. 강패집단이다. 그들은 다른 눈먼 이들의 모든 귀중품들과 돈을 걷어 적은 양의 식사로 바꾸어준다.

눈먼이들에게 귀중품이나 돈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그곳에서 언제 나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사회에서나 눈먼 이들의 집단 수용소에서나 악은 늘 존재하는 법인가보다.

심지어 그 깡패들은 여자들까지 겁탈하기에 이른다.

눈이 멀기 전에도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눈이멀고 광기어려서 그렇게 변한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의 무리에 들어가고 그에 물들어 버린 것일까. 여러가지 여성피해 사건들이 떠올랐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 것 같다. 격리되었던 눈먼 이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거리는 무질서하고 세상에 있던 눈이 먼 이들은 나름의 집단을 만들어 그럭저럭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의사의 진찰실에 있던 5명과 의사와 아내는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의 집을 찾아 나선다. 의사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의사의 아내는 이들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최선을 다해서 돌보고는 있지만 간혹 무너지기도 한다. 이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무너져도 일어나게 되고, 일어나면 또 살아가게 되고, 또 무너지는 일이 생기고 또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말이다. 

"이윽고 작가가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_p.416_  

우리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좋은 것을 잘 보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소중함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의 이런 삶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볼 수 있든지 볼 수 없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사라지지 않도록 주어진 이 삶을 하루 하루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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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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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쇼펜하우어처럼 살아보기 : 일곱가지 인생 문제를 철학하다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오렌지연필



"우리의 인생에 고통과 불행은 확실히 긍정적인 것이며, 우리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선, 즉 모든 행복과 만족은 반대로 부정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욕망은 사라지고 고통이 종식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_p.75_

고독과 고통, 비관주의라는 단어를 철학자와 연결을 시킨다면 누구든지 쉽게 쇼펜하우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쇼펜하우어의 철학 이론은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부분에 맞물려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이면에 있는 밝은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짧게 단면만 보았을 때의 느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쇼펜하우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삶에 대한 나의 행복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을 없애고 해탈을 찾으려는 행위를 '생명을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하였다.

- 고통을 거부하면, 자신의 내면만 더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 취약해진 내면은 아예 고통을 직시조차 못한다. 그러면 그 어떤 외적 자극에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_p.89_

쇼펜하우어는 평생 혼자서 결혼도 하지 않고 가족과도 절연하다싶이 하며 떨어져서 늘 고독과 사색으로 삶을 살았고 그렇게 그 삶을 마감하였다. 하지만 그 적막함은 쇼펜하우어 자신이 선택을 했고 그렇기에 그 고독을 즐기면서 학문에 몰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기본으로하여 7가지로 작가가 생각하는 인생 문제를 다양한 이론과 예를 통해서 풀어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예상과는 다르게 전계되는 내용으로 적지않게 당황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

소제목으로 '쇼펜하우어처럼 살아보기 : 일곱 가지 인생 문제를 철학하다'라고 쓰여 있어서 나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인생과 일생이 그의 철학과 접목되어 7가지로 서술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어서 당황을 했다. 그리고 작가의 국적이 중국인 만큼 여러명의 중국 위인들과 거부들, 그리고 중국사람들의 예가 나온다. 그래서 약간은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책을 읽으려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서나 자서전을 읽었어야 하는게 맞았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고 작가가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해 주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까지 읽고나니 작가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따라서 삶을 살아갔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며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철학이 아니라 나의 삶을 생각하며 대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Ch.1. 당신의 사상이 당신의 세계를 결정한다

Ch.2. 인생은 고통이지만 행복으로 전환할 수 있다.

Ch.3.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담담해져라

Ch.4. 본래 험악한 인성을 수양으로 억눌러라 세상

Ch.5. 고독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Ch.6. 붙잡아 둘 수 없는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라

Ch.7. 타인에게 현혹되지 말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라

이렇게 일곱가지 이야기 중에서 'Ch5. 고독'과 'Ch.7 독립적 사고'가 나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기도 하고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더 관심이 갔다.

쇼펜하우어도 인생에서는 두 가지 선택이 있는데, 고독 아니면 범속한 삶이라고 했다.

- "고독의 일부를 사회 군중 속으로 가지고 들어가 사람들 속에서 어느 정도 고독을 유지하는 법을 익혀라." _p.200_

홀로 고독하게 지내는 시간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며, 자신의 특기를 개발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기능 같은 것을 배우면서 충전의 시간으로 삼을 수도 있다. _p.219_

요즘 우리의 삶은 코로나19로 인해서 타인과의 교류가 많이 제한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고독을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 하지만 홀로있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고독에 파묻혀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기력해 지기도 한다. 이를 경계하며 쇼펜하우어가 군중속에서의 고독을 이야기 해 준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을 위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거라고 생각한다.

'배움과 사상을 결합해 사고하는 독서를 하라. 문제 의식,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어라. 그래야 제대로 된 독서를 하게 되어 그 속에서 얻는 것이 있다. 그 얻은 것을 통해 자신만의 원칙이 형성되어 자신에게 유용해진다.' _p.319_

우리가 홀로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쉽게 할수있는 행동이 독서이다. 마지막 쳅터에서는 독서를 통해서 독립적으로 사고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단순히 읽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음으로써 사고를 하고 그 사고를 통해서 나의 견해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현실의 사회에서 생활을 할때 나가 원하는 것에 더욱 다가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생각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말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적인 견해를 견지하라. _p.112_

쇼펜하우어의 이론에서는 득과 실의 개념이 없으며, 모두 허무로 통한다고 한다. 얻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고, 잃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언가를 얻은 것이 바로 쇼펜하우어의 허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삶에서 벗어나 쇼펜하우어의 생각으로 삶을 전환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얻는 허무를 경험 할 것이고 고통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지금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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