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장편소설

정영목 옮김

해냄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워낙 유명하다. 하지만 약간 알고 있는 내용으로 내 삶에 적용시키기에는 너무 세상이 어지럽고 삭막하고 무섭다는 생각조차 들었기에 
그 동안에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책이다.

하지만 2019년 12월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나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2020년 3월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19는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전 세계의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 될지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인간 삶에 대해서도 극한에 처한 인간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그들만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앞으로의 삶에 희망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기 잘 했다. 그리고 희망을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에게 감사를 느낀다.

갑자기 앞이 안보이면 기분이 어떨까. 상당히 공포스러울 것 같다. 깜깜한 어둠속에 있을 때에도 공포감이 밀려오는데 앞은 하얗고 사물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그 공포감은 더 심할 것 같다. 그건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앞이 안 보이게 된다. 그래서 안과에 갔고, 그 안과 의사를 비롯하여 치료를 기다리던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과 그들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도 며칠 사이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실명은 전염병일 수가 없지만, 이 백색 질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되었다. 국가에서는 실명된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비어있는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는 경비가 삼엄하다. 그리고 부상당한 한 명이 도움을 요청하러 밖에 나가다가 사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신병원에 격리 된 이미 눈이 먼 사람들도, 그들과 접촉을 하여 보균자가 된 사람들도,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모두가 공포에 떨고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정신병원 안에서는 그들만의 질서가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조금씩 지혜롭게 눈먼 이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아내는 그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자신이 현미경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그런 행동이 경멸스럽고 외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볼 권리가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_p.98_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의 내용도,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도, 생각하는 내용도, 모든 부분이 콤마(,)로 나뉘어 지면서 이어져있다. 그래서 한 문장이 상당히 긴 편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내용이 끊긴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기 보다는 그것들 때문에 오히려 각 인물들의 내면과 상황 설명을 더 잘 파락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대화에서는 인물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 인물들의 어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계속 밀려들어오는 눈먼 이들 때문에 병동은 꽉 차게 되고 이들 사이에는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상황은 점점 악화 되어 어느 날 나무 막대기와 쇠막대로 무장한 눈먼 이들이 식사를 점령한다. 그들에게는 심지어 총도 있다. 강패집단이다. 그들은 다른 눈먼 이들의 모든 귀중품들과 돈을 걷어 적은 양의 식사로 바꾸어준다.

눈먼이들에게 귀중품이나 돈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그곳에서 언제 나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사회에서나 눈먼 이들의 집단 수용소에서나 악은 늘 존재하는 법인가보다.

심지어 그 깡패들은 여자들까지 겁탈하기에 이른다.

눈이 멀기 전에도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눈이멀고 광기어려서 그렇게 변한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의 무리에 들어가고 그에 물들어 버린 것일까. 여러가지 여성피해 사건들이 떠올랐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 것 같다. 격리되었던 눈먼 이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거리는 무질서하고 세상에 있던 눈이 먼 이들은 나름의 집단을 만들어 그럭저럭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의사의 진찰실에 있던 5명과 의사와 아내는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의 집을 찾아 나선다. 의사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의사의 아내는 이들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최선을 다해서 돌보고는 있지만 간혹 무너지기도 한다. 이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무너져도 일어나게 되고, 일어나면 또 살아가게 되고, 또 무너지는 일이 생기고 또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말이다. 

"이윽고 작가가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_p.416_  

우리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좋은 것을 잘 보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소중함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의 이런 삶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볼 수 있든지 볼 수 없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사라지지 않도록 주어진 이 삶을 하루 하루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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