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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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문 : 래빗홀 9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연작소설집 | 래빗홀








우왓, 첫 소설 [문어]를 읽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투의 문장에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말하듯이 술술 이어서 쓰는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고 나도 자주 구사하고 있는데도 뭔가 좀 어려웠다고 해야할까. 익숙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상상해보면 상황이 정신 없을만 했다. [문어]라니, 정체불명의 검은 정장 사람들이라니, 갑자기 잡혀와서 질문과 대답을 도돌이로 몇 시간씩 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아니, 왜 자꾸 안경은 빼앗아 가는 거야!!!! (후훗,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문장들. 하지만 관심생기지 않는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제정되었고, 예상대로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고, 잘려서 열받은 선생님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우리 노조는 잠시 부흥기를 맞이한 것 같았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고,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 강사 제도 운영 매뉴얼에 따라 공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학교들 중에서 몇몇은 불분명한 채용 기준을 제시하며 (...) 연줄과 인맥에 의존하여 쉽게 쓰고 쉽게 버리던 이전의 주먹구구식 강사 채용 방식으로 돌아가려 했다. _p.14-15_ 문어_



그리고 나서는 점점더 푸욱 빠져들어 읽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가슴이 먹먹했다.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떠나요. 잔인한 권력이 쫒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요.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_p.84_



슬픈 소설인가? 아니다, 그런건 아니다. 재미있다. 흡입력 있고, 피식피식 웃게되고 뭐야아, 정말 주위에 있을 것 같아아아, 이런 생각들을 할틈도 없이 계속 읽게 된다.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해양 생물들이 각 소설의 제목이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심지어 [대게]의 주인공 대게는 (진짜 대게 맞다. 수산물 시장에서 파는, 쪄서 먹는 그 대게!! 냠냠.... 미아냉...) 말을 할 줄도 아는데 (당연히?) 이름도 있다. 예브게니.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친근하다. 이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나중에 [작가의 말]에 친절한 설명으로 나온다. 내가 생각한 '그 예브게니'는 아니었지만...;;; ) 대게와의 대화는 러시아어로 이루어진다. 러시아어가 계속 눈에 들어오니 러시아어는 읽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발음하고 싶어진다. 러시아어는 1도 알지도 못하면서. 소설에 조금만 집중력을 잃었더라면 분명히 러시아어를 검색해서 발음을 따라했을 것이다. 나는 그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렇게 중간에 책을 덮고 검색하러 나갈 수가 없었다. 대게와의 대화는 소중하니께. 작가님은 대게의 러시아어 통역도 잘 하고 있으니께.



* 참고로, 정보라 작가님은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러시아문학과 폴린드문학으로 박사학위 받으심!!



정보라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들어있는 소설이라는 얘기를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문어]가 걸어와서 '나'를 툭툭 건들이지 않았더라면, [대게] 예브게니가 '나'에게 러시아어로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또 루비처럼 반투명하게 빛나는 [상어]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개복치]가 선우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더라면,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서 [해파리]에게 쏘이지 않았더라면, 검은 [고래]의 실체를 알지 못했더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여서 모든게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같아서 그냥, 이 책은 작가님의 포항에서의 생활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당신들의 바다가 아닙니다."

등산복으로 가장한 검은 덩어리가 말했다.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_p.222_ 고래_



+ 작가님이 포항에서 살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걸 소설로 쓰셨다는 이야기. 또 포항에 처음 갔을 때 남편분이 문어를 보고 하신 말씀으로 소설 [문어]가 시작되었다는 것도 들었다. 사진도 봤다. '포항 소설'이 맞구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속 소설은 모두 재미있고 흥미롭다. 각각이 연결되고있고 인물들도 독특하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그래도 슬프다. 해양 생물에게 미안하다. 지구가 엉망이어서 슬프다. 인간들이 배려도 포용도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서 아프다. 가벼운 소설같아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직가님은 [작가의 말]에 작가님 자신에 대해서도 소설이 쓰여진 그때 상황과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다. [작가의 말]을 읽고 작가님이 더 좋아졌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비인간 생물들이 없어지면 인간도 죽는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태풍과 산불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니 우리는 기후 위기에 당장 대응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지구 생물체 모두가 살아남는 길이다.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_p.266_ _작가의 말_



덧,

아! 책 제목을 <포항 소설>로 하고 싶으셨다면서 주위의 반대로 못했지만 포항이 너무 좋다며 하나씩 설명해 주시는 모습에 또 반해버렸다. 친구가 포항댁이 되었는데 맨날 놀러오라고 난리다. 이제는 드디어 포항에 가볼 때가 되었나보다. (라는 이상한 결론이 났다.)



덧덧,

래빗홀 첫번째 책은 김청귤 작가님의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이다. <지구 생명체는 항복하라>를 읽으면서 이 책도 떠올랐다.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 리뷰 -> #해저도시타코야키_라라 )



** 래빗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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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고의 수영 선수 바다거북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5
린 콕스 지음, 리처드 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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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5 ]



<지구 최고의 수영 선수 바다거북>



린 콕스 글 | 리처드 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내가 바다거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바다거북은 알을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해변의 모래 속에 낳고 그 알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거다. 또 하나 알고 있는 건, 이 알에서 부화한 아주 작은 바다거북들이 바다를 찾아나서는데 방향을 잘못 잡고 위험해지기도 하고, 아모래사장에서 바다까지의 여정을 아무런 보호막 없이 엉금엉금 나아가야해서 아기 바다거북들은 먹잇감으로 타겟이 되기도 한다는 거다. 해양생명체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부화하지 못한 알이나 열심히 나아가는 아기 바다거북이 공격을 당하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



<지구 최고의 수영 선수 바다거북>은 아름답고 귀엽고 안타까우면서도 응원하고 미소짓게 되는 그런 그림책이다.



알 속에 있었던 기적. 딱 미소만한 크기의 거북이 알을 깨고 나와 달랑게와 붉은 여우의 공격을 맹렬히 피해서 파도로 잠수.



"갓 시작된 삶의 첫 수영이었습니다. 거북은 앞발을 갈색의 작은 등껍질 가까이로 접고, 뒷발을 차며 인어 암초 위로 미끄러졌지요. 거북의 아래로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어요."



스쿨버스만큼 큰 고래상어 옆에서 헤엄도 치고 몇 달 동안 강한 해류에 떠밀리는 바닷말을 타고 표류해서 인도양을 가로질러 헤엄쳐 가는 작은 거북. 조금씩 자라서 고양이만큼 커지는 거북. 호주 해변에서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도착하며 자란 거북. 그런데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작가의 상상, 이 이후부터는 모두 실화라고 한다.



한 어부가 구조를 하고 상처를 돌봐주고, 아쿠아리움에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거북이 이름은 요시. 요시는 20년 이상 아쿠아리룸에 살면서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드디어 바다로 돌아갔다. 과학자들이 요시의 등껍질에 달은 위성 추적 장치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요시의 이동 경로를 따라갈 수 있었다. 과연, 요시는 아프리카에서 어디로 갔을까?



아름다운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바다거북 멋있다! 예쁘다!



아프지말고 잘 살기를!

해양오염이 심각하다. 환경 보호가 시급하다.

아무거나 아무데나 좀 버리지말아주세요. 제발. 해양생물도 살리고 우리도 살아야합니다!!!



"거북은 지구의 힘을 느꼈어요. 마음속으로 부름을 느꼈지요.

요시는 해류, 밀물과 썰물, 바람에 맞서 헤엄치며 여름, 가을, 겨울, 봄을 보냈어요. 요시는 계속 나아갔어요."



요시가 기적이었던 순간. 또 요시로 인해 생겨난 기적. 눈물 날뻔했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작가가 아프리카 희망봉 주변의 거친 바다를 최초로 수영한 장거리 수영 선수임을 알고나서, 이 거북의 여정이 크게 다가왔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 감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만큼 바다거북에 대해서 아름답게 알아갈 수 있는 그림책이 어디에 또 있을까?

유일해!!



** 푸른책들 신간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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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곱슬 이대로가 좋아 Wow 그래픽노블
클라리벨 A. 오르테가 지음, 로즈 부삼라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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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w 그래픽 노블 ]



<곱슬곱슬 이대로가 좋아>



클라리벨 A.오르테가 글 | 로즈 부삼라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앞표지에도 뒤표지에도 마를린의 모습이 나와 있다. 앞표지의 마를린은 편안해 보이고 미소가 부드럽다. 뒤표지의 마를린은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하며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입을 앙 다물고 팔짱까지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나보다.



둘은 같은 아이다. 마를린.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소녀!

무엇이 이 소녀의 표정을 이리도 변하게 만들었을까?



타인에게 보여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 곱슬거리고 부스스한 머리는 예쁘지 않다고 말하고는 일요일마다 마를린을 미용실에 대리고 간다. 마를린은 미용실이 너무 싫고 자신의 곱슬 머리를 고수하고 싶지만 엄마가 행복해 보여 차마 싫다고 말을 하지는 못한다.



"어느 날, 모든 게 변했다. 엄마는 내가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라고 했고, 그때부터 미용실 악몽이 시작되었다." _p.61_



자신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를린.



"밖에서 뛰돌던 그때 이후 처음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었다." _p.67_



이모의 도움으로 머리 손질하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에 드는 머리로 학교에 간다. 부스스한 머리를 놀리던 친구들도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칭찬을 해 준다.



마를린은 자신감이 생겨서 엄마에게도 솔직해 질 수 있었다. 엄마도 마음을 터 놓고 과거에 상처 받았던 이야기도 하고, 아빠가 그립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진짜로 엄마와 마를린 둘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네 아빠는 내 곱슬머리를 좋아했어. 늘 내게 머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예뻐 보인다고." _p.132_



좋다! 그림도 내용도 참 좋다.

배울게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넌 용감한 게 뭔지, 또 나다워져도 괜찮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어. 네가 자랑스러워." _p.212_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존감에 대해,

외모에 대해 또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주변의 시선과 사랑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느끼지만 외면했던 차별에 대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감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지만 완벽의 기준이 남들과 다를 수 있다는 거 인정하기!

타인의 완벽이 나의 완벽은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하기!



덧,

1. 원서 제목이 Frizzy 여서 Curly와 어떤 차이가 있나 찾아봤더니, 둘다 곱슬머리를 나타내는 말이기는 하지만 Frizzy는 더 부스스한 곱슬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2. 클라리벨 작가님은 자신의 뿌리인 도미니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 푸른책들 신간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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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 걸작이 탄생한 환상의 장소들과 88세 할아버지의 반세기의 기록
이케다 마사요시 지음, 황진희 외 옮김 / ㅁ(미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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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 걸작이 탄생한 환상의 장소들과 88세 할아버지의 반세기의 기록


이케다 마사요시 지음
황진희, 심수정 옮김 | 'ㅁ' | 메디치미디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비밀의 화원, 나니아 연대기 등 걸작이 탄생한 세계 곳곳을 탐험하다! 창작의 근원을 파헤친, 40년의 세월이 담긴 탐구 에세이


- 20년간 약 1천 회 열린 사진 상영회로의 초대
- 40년 전 필름 사진을 포함한 211장 사진 한 권에 수록


나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소설만큼이나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이유도 그림책과 동화책 덕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오래전 영국에 갔을 때, 런던은 둘러보지도 않고 바로 '베아트리스 포터'와 '피터 래빗'의 고장인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가서 한동안 머무른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화 속 마을이나 동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대한 자료는 많지가 않다. 이 책이 그때 있었다면 영국의 곳곳을 더 자세히 살피고 머물다 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조만간 또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는 아동문학을 사랑해서 그곳들을 찾아다녔다. 동화 내용을 따라서, 문학 속 장소를 찾아서, 작가를 살피면서, 하나씩 연구해 나간 흔적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동화와 그 배경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나와 있고, 분석하고 추측한 내용까지 모두 다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 같은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을 무대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터 래빗 이야기>와 <곰돌이 푸>를 비롯하여 영국을 무대로 한 스무 편의 작품이 나온다. 중간중간 칼럼과 기고의 글도 섞여 있다. 또 영국을 지나서 북유럽을 무대로 한 <닐스의 신기한 모험>, <사자왕 형제의 모험>, <그림 없는 그림책>과 프랑스,스위스를 무대로 한 작품 <어린 왕자>, <하이디>도 뒤편에 스페셜 부록처럼 덧붙여 있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동화여서 더 반갑고 더 좋고 더 궁금하고 더 방문하고 싶고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몇몇 모르는 작품들과 들어는 봤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은 이번에 꼭 읽어야지 하며서 메모를 해 두었다. 한국에 번역되지 않고 일본어 판만 있는 동화도 있어서 그게 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성인들도 아동문학을 많이 접하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이 안에 담긴 사진들을 본다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더불어 이 장소들로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그만큼 더 행복한 건 없을 듯하다.


#라라의책추천 #세계명작동화를둘러싼40년의여행_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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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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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


이주혜 소설집 | 창비


제목이 반짝이는 보라색이다.
표지도 은은한 은빛이 도는 종이로 만들었고 저 너머 실루엣으로 비치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름이 '길다'인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일까, 아니면 고양이의 이름이 정말로 '길다'는 의미일까.

궁금증을 풀고자 그 소설을 먼저 읽어보려 했는데 그래도 소설집을 구성하는 첫번째 소설에는 그에 합당한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할 일]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는 중간을 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차근히 또 천천히 차례대로 읽게 되었다지. 그만큼 소설이 한편 한편 모두가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문장으로 이런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이라면 번역서에 원작자의 마음을 잘 표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다수의 책에 옮긴이로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살펴보았는데 꽤 여러 권의 책에서 작가님의 소설을 읽은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다른 책으로 이어 읽기를 하지 않은 걸 보면 이전에는 작가님의 소설이 내 마음을 끌지 않았었나보다. 요즘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소설에 담겨있었고, 곰곰이 잠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의 깜냥에 따라 또 당시의 상황에 따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게 확연히 다르다.

평범하고 웃음이 날 듯이 따뜻해 보이지만 살펴보면 평범하지 않고 날카로운 구석도 있는 상황과 인물들이 나온다. 가슴이 아프고 신경도 쓰일망정 문장은 모나지 않았고 나를 편안해게 해 주었다.



[오늘의 할 일]

바람이 수양벚나무를 흔들자 꽃잎이 후드득 떨어졌다. 자매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장면을 눈앞에 두고 잠시 현실감각을 잃었다. 아름답구나. 봄이 말했다. 곧 사라질 아름다움이지. 여름이 대꾸했다. 두 언니는 가을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셋째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본인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겨울이는 잘 살고 있을까? _p.20_



[아무도 없는 집]

여자는 첫 만남 때부터 인상적이었다. 네모라고 해. 악수를 청하는 네모에게 여자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원이야. 원? 넘버 원? 온리 원. 우리말로 원은 둥글다는 뜻이야. 하나이자 둥근 우주. 그게 내 이름이야. 원을 기억해줘.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여자의 자기소개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네모는 입속으로 원, 하고 길게 발음해 보았다. 찰나라면 찰나이겠으나 또 하나의 우주가 생겨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_p.64-65_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밤이다.
격리의 밤. 그리고 아마도 양성의 밤.
내일 날이 밖으면 보건소에 가 재검사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이 병을 앓을 것이다. _p.122_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삼십대 중반부터는 그 시간을 조금 편안하게 보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낯선 역에 내려 그 동네를 천천히 산택하다 마음을 끄는 식당에 들어가 동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밥을 먹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서점에 들어가 그림책을 한권 사서 역시 마음을 끄는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좁은 골목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동네는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오년 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 때 카페 구루미를 발견했다. 고양이 한마리가 '구루미'라는 글자와 호두가 그려진 나무 입간판 옆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_p.152_



[물속을 걷는 사람들]
대자보에 붙은 흑백사진 속 여학생의 말간 눈빛이 히읗을 주저앉혔다. 그 눈망울은 둥글고 부드러웠지만 전날 밤 히읗에게 날아왔던 무수한 말의 파편들보다 훨씬 더 아프게 당도했다. _p.190_



[꽃을 그려요]
여자의 거침없는 손짓이 소년의 집을 바꿔나갔다. 붉은 글씨가 남긴 얼룩이 사라져갔다. 소년은 여자가 할머니의 당부를 잊은 것 같아 걱정이 들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후련해졌다. 여자의 막힘없는 몸짓과 손놀림이 시원시원했고 점점 무시무시해지는 그림은 통쾌했다. _p.197_


[봄의 왈츠]
미호씨, 선남씨, 리온씨. 전부 내 엄마야.
세 여자가 동시에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미소의 크기와 모양은 달랐지만 전부 '엄마 미소'였다. _p.218_



[그 시계는 밤새 한번 윙크한다]
온이 단박에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눈치 빠른 율이 분위기 수습에 나섰을 때야 나는 또 아이한테 감정노동을 시켰구나,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우리 셋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들고 어색하게 호텔을 나와 오도리공원으로 걸어갔다. _p.261_



시간을 조금 지나 보내고 나서 다시 읽고 싶고, 다시 읽을 때에는 소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일년 반 만에 이렇게 표지가 낡아 버려서 너무 속상해. 반납하면서 작가님의 다른 책도 빌려와야겠다. [ 이주혜 작가님 +1 ] 이어읽기 시작!!



덧붙여 최초의 우애이지 배신인 언니와 그의 고양이 호두 더 라떼 아로니아 바로네즈 3세에게 신나는 하이파이브를. _작가의 말_ p.303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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